“과거사의 무거운 짐 내려놓아야”
과거사 처리 문제로 얼어붙었던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6월 22일은 1965년 광복 20년 만에 한·일 양국이 국교정상화를 이루는 기본조약에 서명한 지 50년 되는 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두 나라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행사를 각각 마련했고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교차 참석함으로써 양 국의 관계 진전에 기대감이 커졌다. 2011년 이후 4년간 미뤄왔던 양국 정상회담이 연내에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말로 인사를 하자 참석자들과 함께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양국 국민 간 신뢰와 우의 중요
마음과 마음의 교류 더욱 늘려야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일 간) 가장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국이 그런 시작을 할 때,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대통령은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것은 후세에 대한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비록 양국 간에 실타래처럼 꼬인 현안들이 있지만, 양국 국민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통해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가까워져왔다”며 “이제 그런 양국민들의 마음을 정부가 나서서 하나로 모으고 현안을 풀어나가면서,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 ‘신의보다 의지할 만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양국 국민들 간 신뢰와 우의를 쌓아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해 양국 국민들이 마음과 마음의 교류를 더욱 심화하면서 신의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양국이 함께 취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다”며 “한·일 양국이 지난 1965년 시작한 화해의 여정을 지속하고, 양 국민들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 행사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 쉐라톤미야코호텔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같은 내용의 박 대통령 축사를 대독했다. 또한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 연맹 회장이 아베 총리의 축사를 대독했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에서 개최된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일·한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서울과 도쿄에서 개최된 기념행사에 각각 참석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일·한 양국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아베 총리는 “일·한관계의 발전은 숱한 장애를 극복해가면서 구축된 것”이라면서 “(국교 정상화) 50년을 돌아보면서 양국 국민이 공유해온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한 양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가 도쿄 행사에 참석한 바있는데 일·한 양국의 협력 강화, 일·미·한 3국의 협력 강화는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더없이 소중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 일 수교 50주년 축사 속 주요 단어를 ‘워드클라우드’로 분석해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화해’를, 아베 총리는 ‘발전’을 특히 강조했다.
한 · 일 양국,
새 미래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 될 것
한편 윤 장관은 6월 21일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먼저 이들은 최근 경제, 통상, 국방 분야에서 장관급 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양국 간 다양한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환영했다. 또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출발하는 원년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윤 장관은 “일본의 방위 · 안보정책 추진은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기시다 대신은 “일본 입장에서도 투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히 한국 및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존중을 포함해 국제법에 따라 방위·안보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근대 산업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한 · 일 양국이 원만한 대화를 통해서 등재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시다 대신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가 유지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대마도 도난 불상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측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윤 장관은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는 WTO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 협의가 개시된 만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자”면서 “대마도 도난 불상 반환 요청에 대해서는 우리 국내법과 절차에 따라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한·일 양국은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도 마련했다. 6월 22일 일본 도쿄 산토리홀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콘서트를 가졌다. 지휘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지휘자 니시모토 도모미가 맡았다.
또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2015 한·일 포토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한국인은 ‘일본의 매력’을, 일본인은 ‘한국의 매력’을 테마로 촬영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11월 1일까지 응모하면 된다.
글 · 두경아 (객원기자) 201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