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술을 접목한’이라는 수식어가 지극히 흔해졌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 성장 방식에 한계를 느낀 산업 주체들이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어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공유경제’ 서비스가 탄생했고 공유오피스 시장 형성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창업보육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오피스가 나타났으며 이 중 코워킹 스페이스가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을 입주자의 요구에 맞춰 제공하는 사무실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 공간을 작게 나눈 뒤 여러 대상자에게 임대해주는 개념의 사업모델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입주자 간 네트워킹이 더해진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럿이 유휴 공간을 소비함으로써 비용은 낮추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 기업 ‘슈가맨워크(SUGARMANWORK)’의 출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슈가맨워크 3호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성원 대표 ⓒC영상미디어
슈가맨워크는 ‘공간이 우리를 움직인다’를 모토로 삼는다. 업무 공간의 가장 큰 가치는 근로자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자신의 능력을 질타하곤 해요. 환경이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데 말이죠. 좁은 곳, 공기가 나쁜 곳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듯 일하는 공간에 만족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업무 공간의 표준을 만들고 싶은 건 그래서예요.”
슈가맨워크는 1인 또는 소규모 인원이 사용할 수 있는 개인실부터 지정석, 공용석, 회의실, 사업자 등록만 필요한 이용자 대상의 비상주실 등 다목적 공간으로 세분화돼 있다. 지점은 총 다섯 개로 모두 인천과 부천에 있다. 사무 공간이라 하기엔 오피스 권역과 거리가 있어 보이나 최성원 대표의 철저한 전략이다. 그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경쟁업체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세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17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총 57개 업체가 192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39개 업체, 99개 지점이 증가한 것이다.
최 대표는 “슈가맨워크는 서울에서 벗어난, 지하철역에서 나와 조금 걸어야 하는 곳에 있지만 그만큼 낮은 임대료가 강점”이라며 “오피스 결정 과정에서 가격을 가장 크게 고려하는 이용자들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3m 높은 천장·유리문 구조 고수
그도 그럴 것이 아주그룹의 스파크플러스, 한화그룹의 드림플러스, 현대카드의 스튜디오블랙 등 대기업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중소업체로서 자구책이 더 필요해졌다. 그러나 최 대표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자본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많다”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우리와 같은 중소 코워킹 스페이스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1 여럿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인 공용석
2 코워킹 스페이스 성격을 보여주는 바닥 인테리어 ⓒ슈가맨워크
▶ 1 슈가맨워크에는 1인 기업을 비롯한 소규모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2 입주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촬영 공간 ⓒ슈가맨워크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는 건 비단 입지 조건 때문만이 아니다. 슈가맨워크 직원들이 손수 내부 인테리어를 꾸민 덕분이다. 1호점을 열 때만 해도 초기 비용이 부족했던 터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택했는데, 이후 노하우가 쌓이면서 무리 없이 인테리어를 해오고 있다. 최 대표가 슈가맨워크는 공간심리학을 적용한 사무 공간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신경건축학을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신경건축학은 공간에 대한 사람의 기분이나 생각을 감각신호로 측정하고, 이를 근거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맞춤형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학문 분야다. 슈가맨워크의 천장 높이를 3m 이상으로 설계한 건 그 높이어야 창의력을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슈가맨워크는 유리문 구조를 고수한다. 네트워킹 장으로서 코워킹 스페이스가 할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네트워킹을 기대하고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점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물리적 공간의 장점은 얼굴을 보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어느 설문 결과를 보니 그 부분에 만족하는 입주자는 10%도 안 되더라고요. 그 부분까지 챙기고 싶어서 둔 게 지점 네트워킹 담당자예요.”
그는 네트워킹 측면에서 거둔 가시적 성과를 전하기도 했다. 마케팅 관련 입주자와 디자인 관련 입주자를 연결하자, 두 사람이 새 브랜드를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또, 혼자 입주한 1인 기업가에게 필요한 인력들을 연결했더니 직원 10명을 둔 회사로 성장한 사례를 들었다.
슈가맨워크는 ‘무인 공유오피스’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업이 로테크(Low-Tech)에 머물지 않으려면 미래 기술을 적극 수용한 프롭테크(Prop-Tech) 회사로 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혁신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가리킨다.
무인 공유오피스 출사표… “우린 임대료가 강점”
이 회사가 개발한 무인 공유오피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이용해 공유오피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현재 다섯 개 지점을 순차적으로 무인화하고 내년까지 30여 개 지점을 추가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없어도 둘러볼 수 있고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예를 들어 누군가 공간을 둘러보러 왔는데 아무도 없으면 외부에서 와이파이로 문을 열어줄 수 있어요. 즉시 입주 계약도 가능하죠. 전자계약서를 보낼 수 있으니까요. 사무실에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웬만한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슈가맨워크가 2015년 5월에 첫 발걸음을 뗐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는 ‘죽음의 계곡(창업 후 3∼5년 차로 사업 실패율이 급증하는 시기)’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초, 사업 확장에 대한 고민이 유독 깊었다는 최 대표의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그는 최근 한숨 돌리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5월 벤처기업 제한 대상 업종 규제가 완화되면서다. 그동안 부동산 임대업을 비롯한 23개 업종은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령이 시행되면서 공유 오피스도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
“‘와, 이거 대박이다’ 했어요. 공유오피스가 임대업에 속하는 바람에 지원받을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었거든요. 업종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이 많았어요. 정부가 공유오피스도 벤처로 인정하면서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돼요.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훨씬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요?”
슈가맨워크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에서 따온 이름이다. 미국에서 별 볼일 없던 뮤지션이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슈퍼 가수가 된다는 줄거리다. 최성원 대표는 “창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고난의 연속일지라도 언젠가 어느 곳에서 충분히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서 “슈가맨워크 그리고 코워킹 스페이스 시장의 멋진 미래를 그려본다”고 말했다.
IT 접목 임대업, 벤처기업 인증 받는다
IT 기술과 결합한 공유형 오피스, 숙박업, 모바일 소셜 카지노 게임 등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벤처기업 인증도 가능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0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신제품·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한 경우 사후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은 종전까지 한정적 현행 법령으로 말미암아 신제품·신기술의 진출이 제약되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입법 방식 유연화 ▲규제 샌드박스 적용 등 두 가지 유형이다.
앞서 정부는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38건의 포괄적 네거티브 전환 과제를 처음으로 확정한 데 이어 이번에 65건의 신규 과제를 추가 발표했다. 이 중 중기부가 발굴한 과제는 9건. 신기술과 신산업 기반의 생태계 조성으로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견인해 혁신성장을 구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 벤처투자 범위 확대
우선 벤처기업 인증 업종에 대한 규제가 대거 풀린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업종이 기존 23개에서 6개(일반 유흥주점업, 무도유흥 주점업, 기타 주점업 등 사회통념상 벤처로 인정하기 어려운 업종)로 줄어, 공유서비스 임대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벤처로 인증 받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IT 기술과 여타 산업이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혁신 분야를 예측해 벤처기업 업종으로 부적합하다고 규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새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벤처투자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에는 금융, 보험업, 숙박업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벤처투자가 금지됐으나 사행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허용된다. 신산업 분야 중 업종을 명확히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과거 투자 금지 열거 방식으로는 적기 투자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건설업, 부동산업, 금융업 등 특정 업종도 명문장수기업 지정 대상에 포함된다. 명문장수기업은 업력 45년 이상 된 중견·중소기업에 부여되는 인증이다. 여기에 선정되면 정책자금·수출·인력·R&D 관련 지원 사업에 참여할 때 우선 선정 혜택이나 가점을 받는다. 앞으로는 업종과 관계없이 평가나 심의를 거치면 명문장수기업으로 활동할 수 있어,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창업 후 3년 초과 중소기업에 한해 지정되던 인재육성형 중소기업은 모든 중소기업으로 허용하고, 중소기업 협업지원 범위는 중소기업자 간 또는 중소-중견기업자 간에서 중소기업-정부출연연 간, 중소기업-대기업 간 등으로 넓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 기술개발제품 범위는 신기술 이용 제조 ‘물품’에서 신기술 인증 ‘공사·영역’까지 늘어났으며 도시형 소상공인 지원 대상도 19개 업종에서 모든 제조업으로 확대된다. 이 밖에도 신기술(NET) 인증을 받은 스타트업은 사업 실적이 없어도 스마트 공장 풀(Pool)에 등록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전면적인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부처별 법령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과제를 대대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