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공식 인정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신 성장 직종으로 분류했다. 최근에는 청년 취업과 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문화 산업 분야에서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창출의 사례로 꼽힐 정도다. 1인 미디어는 자신이 선택한 채널을 이용해 누구든지, 분량에 상관없이, 어떤 영상이라도 게시할 수 있다. 혹시라도 인기를 얻으면 큰 수입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인 미디어를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영상 플랫폼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카카오TV 등이 꼽힌다. 그중에 가장 큰 시장은 유튜브다. 유튜브 월드에선 날마다 10억 시간에 달하는 영상이 소비되고,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월 시청자는 19억 명을 넘겼고, 80여 개의 언어로 이용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이 됐다. ‘갓튜브’(God과 유튜브를 합친 말)라는 신조어처럼 국적, 언어, 가치관, 관심사, 개인의 취향 등 그 어떤 다양한 조건에도 ‘나만의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다.
달라진 위상만큼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도 늘었다. 최근 초등학생들은 장래희망 1위로 유튜버를 꼽고 있으며, 명예퇴직한 노년층도 유튜브 데뷔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방송에서는 20~30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점점 유튜버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70대인 ‘박막례 유튜버’의 성공은 유튜브가 더는 신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손녀가 할머니의 치매를 예방하려고 재미 삼아 올린 ‘화장법’, ‘요리법’ 등을 담은 영상이 히트를 치며 구독자 53만 명을 거느린 스타가 됐다. 56만 구독자를 가진 초등생도 있다.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김가흔·김리흔 어린이는 몰래 라면 먹기, 개학을 앞두고 염색하기, 수영장 가기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장면을 영상에 담고 있다. 유튜버는 언제나, 어디서나 동영상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령 제한 없이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막대한 수입도 큰 관심을 끈다. ‘대도서관’, ‘도티’ 등 유명 유튜버는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유튜브 세계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이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 모두 큰돈 벌기를 기대하고 하는 일은 아니다.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은 구독자 수가 적고 수입이 거의 없더라도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튜브 운영에 성공했거나 잘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유튜버를 할 목적으로 시작했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유튜버가 되겠다는 접근보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콘텐츠도 끊어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옆집 할머니도 한류스타 만드는 1인 미디어 세상│
1인 미디어 열풍의 원인은?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의 대중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누구나 자기 손에 하나씩 미디어를 들고 다니게 되면서 ‘개인 시청’이라는 이용 패턴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스미디어가 일방적으로 편성해주는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던 미디어 소비 행태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소비하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또한 이들 창작자들에게 ‘광고’라는 수익모델을 제공하면서 ‘1인 미디어’는 사업성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스타 창작자들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 그리고 수익까지 얻게 되자 연예기획사 형태로 사업화한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사업모델마저 등장하며 새로운 미디어 산업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고, 1인 미디어의 매체로서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인정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의 특징은?
‘크리에이터’는 말 그대로 ‘창작자’입니다. 다만 이들의 무대는 기존의 TV 방송이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동영상(OTT) 플랫폼입니다. 기존 TV 방송처럼 보편적 형식의 프로그램보다는 특정 이용자층과 교감할 수 있는 보다 개인화, 전문화된 자신만의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이에 기존의 TV가 보도, 교양, 오락과 같은 식의 분류를 나누듯이 1인 미디어에서 콘텐츠의 종류를 한정할 수는 없습니다. ‘언박싱(Uboxing) 리뷰’, ‘리액트(React) 리뷰’, ‘먹방(Mukbang)’,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쾌락반응)’, ‘브이로그(V-log)’ 등과 같은 개인화된 콘텐츠는 기존 TV라면 편성을 고려할 수 없는 장르였을 것입니다.
1인 미디어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디어에 대한 접촉 방식이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인터넷 검색, 소셜 미디어 추천 등으로 생활화됐습니다. 매스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콘텐츠가 선택과 이용 행태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게 된 상황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TV의 아이돌 신곡 공연 방송 영상 클립과 1인 미디어의 유명 크리에이터가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를 리액트한 영상이 등가(等價)가 되고, 9시 뉴스 보도와 유튜브 정치칼럼니스트의 채널 논평 영상이 서로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1인 미디어 콘텐츠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의 한계점은?
기존 매스미디어에서 보여주던 다큐멘터리, 드라마와 같은 고품질 콘텐츠를 기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다수 개인 미디어 콘텐츠에서 짧게 보고 즐기는 스낵컬처(snack culture) 류의 콘텐츠가 많은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또 기존 매스미디어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자체적 심의 절차와 조직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만, 개인 미디어는 개인의 독립적 판단에 의존하므로 자정 작용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 같은 우려에 심의와 같은 규제나 조치를 가하자는 의견도 충분히 개진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계를 보완할 방안은?
미디어 변화의 흐름은 제도를 통해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매스미디어는 객관적인 중재 역할로, 1인 미디어는 창의적인 신규 콘텐츠의 장으로 각기 제 역할을 키워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가급적 규제보다는 양질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크리에이터들의 제작환경 지원, 크리에이터들의 자발적 노력, 미디어 정보의 현명한 활용을 유도하는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 확대 등 선순환 구조의 마련이 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이희대 |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겸임 교수, <4차 산업혁명과 미디어의 미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