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공예·디자인 종사자와 예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은 지난 9월 30일 서울을 시작으로 10월 22일 충남 공주, 10월 31일 광주에서 각각 ‘2014 KCDF 릴레이 비전나눔식’을 개최하고 공예·디자인에 대한 새 비전과 중장기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전국 각지의 공예·디자인 관계자와 작가, 전공 학생들이 모여 이를 공유했다. 11월 중에는 경남 통영에서 행사가 마련될 예정이다.
KCDF는 ‘전통을 담아 생활 속으로, 지역을 살려 세계 속으로’라는 새 비전을 확립하고 한국 공예·디자인의 생활화와 산업화, 세계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중장기 중점추진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로 2017년까지 공예품 유통과 산업 인프라 조성에 적극 나선다. 5대 권역에 공예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지원센터를 만드는 한편 올해부터 생활도자상품 분야에서 시범운영 중인 ‘우수공예품 지정표시제’를 확대 시행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한다.
2단계로는 2020년까지 ‘공예은행제도’를 도입·운영한다. 국내 최고의 공예 전문 박람회로 자리매김한 ‘공예트렌드페어’를 아시아 대표 공예페어로 육성한다. 마지막 3단계로 2030년까지 대한민국 단일 공예 브랜드를 개발하고, 세계 공예 엑스포를 개최해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한국 공예의 본격적인 세계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11월 4일 서울 인사동에서 최정철 KCDF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에 이어 공주, 광주에서 행사를 열었습니다. 어떤 취지입니까?
그동안은 우리 진흥원 고유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가진 장기적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서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계획을 공유하고 소통하려 했습니다. 지방에서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중앙 위주의 행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실제 현장에 가보니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예 쪽 인프라는 디자인 분야와 달리 열악하며 서울 외 지역의 경우 기회의 장도 훨씬 적습니다.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왜 안 팔리는지, 어떻게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통영에서 한 번 더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예정입니다.
공예인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것은 뭔가요?
전국에 공방(工房)이 1만여 곳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1인 공방, 2~3인 공방입니다. 이곳을 지키는 장인들은 우리 조상들에게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공예를 계승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는 겁니다. 다만 작품의 질이 높아지려면 (이들의) 삶의 질도 지금보다 높아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팔리는 것, 즉 유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유통이 잘 이뤄지려면 공예품이 우리 생활 속에 친숙하게 접하는 생활도구로서도 기능을 해야 합니다. 생활화·산업화를 추구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유통 활성화가 선행돼야 하며, 그로써 우리 문화의 세계화도 이뤄질 것입니다.
유통 활성화를 어떻게 이룰 계획입니까?
숍을 확대하고 좋은 작품을 알리는 데 힘쓸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홍보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KCDF가 가진 온라인채널을 통해 대중과 교감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작업장을 마련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저작권 유지와 관리에 도움을 주는 행정적 지원도 더해져야 하겠죠. 이런 일들이 원스톱으로 한곳에서 가능하도록 2017년까지 전국 5곳에 비즈니스 지원센터를 조성해 운영하려 합니다. 지역과 소통하는 네트워크의 장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장기 중점추진사업의 일환이군요. 또 어떤 계획이 있을까요?
‘우수공예품 지정표시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입니다. 특정 공방이나 작가가 상품을 출시했을 때 소비자들이 적절한 가격인지, 믿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도입니다. 산업디자인으로 치면 ‘KS마크’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이밖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써 전국의 모든 공예산업 종사자들이 KCDF의 지원사업을 이해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글·이창균 기자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