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프로농구 사상 유례 없는 ‘삼국지’가 펼쳐져 농구 팬들을 즐겁게 했다. LG·모비스·SK가 치열한 각축을 벌였고 승자는 LG였다. LG는 모비스와 나란히 40승14패를 기록했지만 공방률(LG+9)에서 앞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금까지 정규리그에서 네 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렀던 LG는 창단 17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등극하며 우‘ 승의 한’을 풀었다.
이번 시즌은 유독 우승팀에서 개인 타이틀이 나오지 않았다.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스틸·블록 등 주요 부문에서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팀의 선수들이 타이틀을 따냈다. 득점왕은 KCC의 외국인 센터 타일러 윌커슨(26)이 차지했다. 윌커슨은 올 시즌 정규리그 54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평균 21.33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유일하게 평균 20점대 득점이다.
리바운드 1위는 평균 11.94개를 잡아낸 KGC의 션 에반스(26)가 차지했다. KGC의 포인트가드 김태술(30)은 평균 5.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도움왕에 등극했다. 김태술은 2010~2011 시즌 도움 1위 양동근(모비스·5.53개)의 기록보다 적은 역대 한 시즌 최저 평균 어시스트 도움왕이 됐다. 스틸(가로채기) 부문에서는 KCC의 신인 가드 김민구(23)가 평균 1.78개로 1위에 올랐고, 블록에서는 허버트 힐(30·삼성)이 평균 1.52개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조성민(31·KT)은 3점슛(45.4퍼센트), 자유투(89.9퍼센트) 평균 성공률에서 1위에 올라 유일하게 2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변기훈(25·SK)은 3점슛 평균 성공 개수(2.22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태종·문태영, 프로농구 사상 첫 형제간 MVP 경쟁
통상적으로 우승팀에서 나오는 최우수선수(MVP)도 박빙이다.
현재 MVP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김선형(26·SK), 문태영(36), 양동근(33·이상 모비스), 문태종(39·LG), 조성민이다. 역대 18명의 MVP 중 14명이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나왔지만 올 시즌은 후보들의 성적이 쟁쟁해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 김선형은 2년 연속 MVP를 노린다. 올 시즌에도 평균 11.9점, 4.9어시스트, 3.8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05~2006, 2006~2007 시즌 연속 MVP를 수상했던 양동근도 선두에 올라 있는 모비스의 리더로서 강력한 MVP 후보다. 그러나 이들을 위협할 문태종, 문태영 형제의 존재가 눈에 띈다. 둘은 프로농구 사상 첫 형제간 MVP 경쟁을 하고 있다. 문태종은 우리 나이로 불혹이지만 평균 13.5점, 4.0리바운드로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문태영도 평균 14.8점, 5.7리바운드로 팀의 주축 슈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개인 타이틀 2개를 차지한 조성민은 지난 1월에는 자유투 56개 연속성공을 기록해 역대 프로농구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세웠다.
프로농구 2013~2014시즌의 신인왕 경쟁도 치열하다. 창원 LG의 센터 김종규(23)와 경희대 동기인 전주 KCC의 가드 김민구의 2파전이다. 누구에게 신인왕을 주어도 이상하지 않고, 누가 받지 못해도 아쉬울 정도의 성적을 올렸다. 현재 상황은 일단 김종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팀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부산 KT를 95-85로 제압, 40승14패로 창단 17년 만에 첫 우승을 맛봤다. 김종규는 이 경기에서 18득점 6리바운드 3가로막기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김종규는 “플레이오프가 남았지만 정규리그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며 “시즌 중반까지는 민구가 유리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김민구의 올 시즌 성적은 김종규보다 낫다. 46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5.1리바운드, 4.6도움, 1.8가로채기로 활약했다. 평균 득점 14위, 도움 4위, 가로채기 2위다. 3점슛도 평균 1.9개로 4위다. 평균 득점을 제외하고 전부 베스트 5 안에 들어갈 정도의 기록이다. 김종규는 46경기에서 평균 10.7득점, 5.9리바운드, 1.0도움, 0.7가로채기, 0.9블록슛을 기록했다. 리그 10위권에 든 분야는 딱 하나, 야투성공률(57.7퍼센트)뿐이다. 김종규는 센터의 주요 임무인 리바운드가 김주성(6.59개), 이승준(6.46개·이상 원주 동부)에 이어 국내 선수 가운데 3위. 그러나 김민구(7위)를 0.8개 차로 앞섰을 뿐이다. 그래서 허재 KCC 감독은 “신인왕은 팀 성적과 관계가 없다”며 애제자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평했다. 반면 김진 LG 감독은 김종규에 대해 “공헌도가 높은 선수”라며 “센터는 공을 많이 잡는 포지션이 아니다. 기록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올시즌 내내 김민구는 KCC의 주포 역할을 맡았다. 타일러 윌커슨에 이어 두번째로 득점력이 높다. 출장 시간과 공격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김종규는 골밑에서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데이본 제퍼슨(28)을 비롯, 문태종·크리스 매시(37) 등과 협력해야 했다.
팀 순위와 공헌도를 따지자면 개인 성적에 비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김종규, 팀 순위는 낮지만 ‘100퍼센트 신인왕 성적’이라 평가받는 김민구. 과연 누가 일생의 단 한번,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글·박소영(일간스포츠 기자) 201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