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눈빛에서 보이는 공포·아픔, 저만 불편한가요?”

선수현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2.02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길은 위태롭다. 길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생명은 더욱 그렇다. 먹이를 구해야 하고 추위와 싸워야 한다. 그 과정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해코지하는 적에게서 몸을 숨겨야 한다. 김하연 작가의 사진에는 이와 같이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담겼다. 벌써 13년째다.

길고양이 사진찍는 김작가

C영상미디어

사실 그의 사진은 불편하다. 다치고 병든 고양이의 등장은 예사다. 금방이라도 생명의 빛이 꺼질 것 같은 장면은 길 위의 거친 삶을 짐작케 한다. 그럼에도 처연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은 마치 도시의 우리 이웃 같다. 사진에서 발견한 모습이 타자를 향한 연민이든 도시민과 같은 일치감에서 오는 자조감이든 불편한 진실임에 틀림없다.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고 체온을 나눠주며 키워서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은 마음. 사람과 다르지 않다.

1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고 체온을 나눠주며 키워서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은 마음. 사람과 다르지 않다. 오늘도 엄마는 길에서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 길고양이가 사람이 떠난 골목을 마지막까지 지키고 있다. 김하연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수록 고양이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모습이 궁금했어요. 그들처럼 자세를 낮추고 엎드리니 보이더라고요.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호기심이나 두려움을 표현하는지. 그런데 점점 도시 고양이의 눈빛이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는 거예요. 야생의 싱그러움이 지워지고 공포, 괴로움, 아픔 등이 보였어요. 사진을 통해 그 눈빛이 저만 불편한 건지 묻고 싶었어요.”

김 작가는 전시회를 열어 길고양이 눈에 담긴 슬픔을 공유했다. 그중 전시회 ‘구사일생’은 서른여섯 차례에 걸쳐 관람객과 만났다.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데 과연 아홉 번 죽으면 한 번은 살 수 있는 건지 되물었다. 귀여운 동물 사진을 기대하고 간 관람객은 씁쓸한 마음만 안고 돌아갔을 것이다.

‘찰칵’ 간식 캔 따고, ‘찰칵’ 길고양이 사진 찍고

그는 ‘찰카기’란 활동명의 길고양이 사진작가인 동시에 ‘캣맘’이기도 하다. 서울 관악구 일대 22군데를 매일같이 돌며 그가 돌보는 길고양이는 약 50마리에 이른다. 사진을 찍고 그냥 돌아설 수 없어 밥을 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거리의 집사’라고 부른다.

‘웨앵~’ 한 공원에 김 작가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자 숨어 있던 고양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토바이 바구니에는 사료와 고양이 간식이 실려 있다. 그가 ‘찰칵’ 하고 캔을 따자 동네 고양이들이 더 몰려들었다. 다시 한 번 ‘찰칵’. 간식을 주며 카메라를 들이대자 고양이는 모델료를 선불로 받기라도 한 양 익숙하게 렌즈를 응시했다. 그는 매달 수십만 원어치 사료·간식을 구매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고양이가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도시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생명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쓰레기통을 뒤지면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 테니 줄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사람의 음식을 먹는 건 고양이에게 치명적이고요. 고양이는 육식을 해서 단백질이 든 캔 간식을 주지 않으면 사료를 먹어도 쓰레기통을 뒤지게 돼 있어요.”

이쯤 되니 고양이를 참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김 작가는 머리를 긁적인다. 남들보다 고양이를 더 아끼거나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히려 고양이는 측은지심, 동정의 대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갖게 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뿐이란다.

세상이 모두 김 작가의 마음 같진 않다. 고양이가 소리 내어 운다고, 변을 본다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마치 도시가 인간을 위한 공간이고 다른 생명체는 불청객이 된 순간, 가장 취약한 길고양이는 피해를 입게 된다. 늘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존재인 셈이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0~15년인 데 반해 길고양이 수명이 2~3년밖에 되지 않는 건 이를 짐작케 한다. 김 작가의 오토바이 뒤에 흙 묻은 호미가 매달려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건 결이 달라요. 고양이를 기르는 보호자들조차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얼마나 모순이에요. 집고양이도 실수로 집 밖을 나가면 길고양이 취급을 받을 텐데, 죽는 게 일상이고 하루를 견디는 게 고통으로 느껴질 거예요. 가장 약한 존재인 고양이가 잘 사는 도시일수록 사람도 안전하게 잘 살 수 있어요.”

고양이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학대나 배척할 수 없다. 길고양이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생명이다. 인간 중심으로 생명의 가치를 판단한다는 게 얼마나 오만한 사고인가. 공존의 방법을 찾고 사람의 역할이 있다면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 그래도 힘들다면 ‘캣맘’들은 무관심을 요구한다.

김 작가는 ‘캣맘’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고양이를 돌보는 것도 좋지만 ‘캣맘’으로 살면서 외부와 단절하지 말라고. 자신만의 성을 견고하게 쌓으면서 주변과 갈등이 일고 폭력이 벌어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이다. 공존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모두 해당한다. 오히려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행동으로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먹이를 주는 것만 방법이 아니다. 길고양이 수명이 2~3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하연 작가는 환경재단에서 시행하는 2018 고양이영화제에서 ‘올해의 캣맘’으로 선정됐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 상이 졸업장이면 좋겠습니다. 이제 당신이 밥을 주지 않아도 고양이들이 충분히 잘 먹고살 수 있다는 의미였으면 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요즘 그런 고양이가 어디 있어?’라고 핀잔하는 그런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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