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면 뭐하나, 막상 갈 곳이 없는데. 카페에 모여 스터디 하는 비용도 적잖은 부담이다. 당구장, PC방,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날려봐도 막상 헛헛함을 지울 수 없다. 문득 밀려드는 외로움은 또 어떻고….
▶ 청춘들을 위한 공간 청춘삘딩은 청소년·청년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C영상미디어
서울 금천구 소재 ‘청춘삘딩’은 이런 청년·청소년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길 자처한다. 청춘삘딩은 금천구청과 비영리 민간단체 꿈지락네트워크가 함께 만든 청년 활동 공간이다. 청춘홀, 세미나실, 쿠킹스튜디오 등 다목적 공간을 제공하며 청년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허락한다.
▶ 1 2층 청춘홀에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개인 작업·스터디를 하고 있다.
2 청년들이 역할을 분담해 함께 요리하고 있다. ⓒ청춘삘딩
꼭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개인 작업·스터디는 물론 영화감상·독서·요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일상적으로 함께 놀고, 먹고, 의논하며 관계를 맺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귀차니즘’을 버리고 일상의 작은 변화를 만들 용기만 있으면 된다. 준비가 됐다면 ‘내 인생의 시발점’이란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는 청춘삘딩을 통과하자.
▶ 청년 활동 공간 다양한 방식으로 늘었으면 해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는 건 고무적이지만 정작 청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도심의 건물 임대료가 비싸니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청년들의 생활 반경과 상관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죠. 청년을 위한 공간이라면 적어도 청년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에 생겨야 한다고 봐요. 서울 강남 역세권에 새로운 청년 공간이 생긴다고 알고 있는데 좋은 사례가 될 거예요. 대학생 외의 청년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해요. 예를 들어 직장을 퇴사하고 다른 일을 준비하는 서른네 살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요즘은 한 직장에 계속 다니기보다 청년기에 직업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갈 곳은 마땅찮아요. 청년 생활이 다양해지듯 활동 공간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늘어나면 좋겠어요.
김희정(39) 청춘삘딩 센터장
◀ ‘혼밥’보다 ‘공유주방’으로 건강하게 먹어요
요즘 청년들은 원룸 생활을 많이 해요. 8평(26.5㎡)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먹는 것도 해결하죠. 이런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면 환기도 안 되고 옷에 냄새가 배고 귀찮기도 하거든요. 결국 편의점 도시락, 배달음식, 인스턴트식품으로 ‘혼밥’을 하는데 이마저도 영상을 틀어놓고 먹죠. 식생활에서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기 쉬워요. 대신 지인을 초대해 같이 밥을 먹거나 공유주방을 이용할 것을 권해요. 공유주방은 자료도 많고 레시피, 요리교실도 있어 재료만 있으면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그런 공간을 이용하다 보면 마음 맞는 사람도 생기고 식생활도 건강하게 발전할 거예요. 청춘삘딩은 함께 분담해서 요리하는 ‘소셜다이닝’과 요리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들과 만나는 접점을 늘리고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의 가치를 느껴보세요!
정대윤(27) 식생활 개선 담당 매니저
▼ 청년정책도 변해야 할 때! 소소한 배려가 필요해요
청년들을 거시적 정책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왔어요. 미디어만 해도 공중파 방송국에서 점차 1인 미디어 시대로 가는 세상이잖아요. 기존 청년정책은 임대주택, 청년수당 같은 큼직한 정책 위주였어요. 거창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청년들이 다가가기 쉽고 소소한 배려의 정책이 필요해요. 청춘삘딩 같은 공간이나 ‘커뮤니티 지지 사업’ 등이 그래서 의미가 있어요. 생각보다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거나 술집에 가는 게 대부분이죠. 청소년은 더 해요. 청년보다 갈 데가 없죠. 청소년부터 청년까지 연결할 수 있는 공동체와 경험이 필요해요. 그래야 청소년이 자라서 청년 멘토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고 지역사회가 커갈 수 있어요. 청년과 청소년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 방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준(20) 시민교육팀원
▲ 청춘삘딩 활용해 임대료 아끼고 꿈은 키워가죠!
청춘삘딩에서 쿠킹스튜디오, 세미나실, 공유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부동산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청년 문제라고 하지만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거든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많은 청년이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보니 먼저 타격을 받을 뿐이죠. 공유공간 ‘청춘홀’을 찾는 웹툰작가가 두 명 있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꾸준히 와서 작업하고 있어요. 웹툰작가는 컴퓨터만 갖고 다니면 작업을 할 수 있으니 이런 공간이 꽤 유용한 거죠. 사무실을 임대하면 월 50만~70만 원은 감당해야 할 텐데 그런 비용을 아끼면서 장비를 새로 사더라고요. 청춘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치여 꿈을 접기보다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 미래를 향한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돼가야겠죠. 역설적이지만 청춘삘딩 같은 청년 공간이 필요 없는 때가 오길 그 무엇보다 바랍니다.
조남훈(26) 홍보 담당 매니저
▲ 주위를 둘러보세요, 청년을 응원하는 곳이 많아요
커뮤니티 지지 사업 ‘두잇’을 담당하고 있어요. 3인 이상 청년(금천구민 1명 포함)이 모여 하는 일에 활동비를 지급하는 거예요. 청년이 무엇이든 해볼 수 있게 돕고 그들을 응원하는 ‘지지’의 의미죠. 그런데 요즘 개인주의가 심해 청년들도 커뮤니티가 잘 안 돼요. 특히 금천구는 청년이 즐길 만한 여가 공간이 많은 곳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모일지 저조차도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청년들이 다양하게 모이더라고요. 청년들은 ‘두잇’을 통해 함께 만나서 영상을 제작하고 볼링을 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으면서도 동시에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게 요즘 세대잖아요. 이런 것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을 텐데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지원 정책과 단체가 있다는 걸 널리 알았으면 해요. 관심을 갖고 도움을 받으면 스스로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힘이 될 거예요.
오진선(26) 커뮤니티 담당 매니저
▼ 몇 살까지가 청년이죠?
전 출판사를 운영하는 청년 기업가예요. 정부·지자체의 청년 대상 사업에서는 청년을 만 19세부터 39세로 규정하고 있더라고요. 저 역시 범주에 해당돼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대학교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인데요, 20대 초·중반 학생들을 가르치니 아무도 저를 청년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이럴 때는 청년이고, 저럴 때는 청년이 아니라고 하니 제 정체성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중년은 아닌 거 같은데, 참 헷갈려요. 우리 부모세대 때의 청년과 지금 세대의 청년이 다르잖아요. 청년의 의미, 범주, 뜻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이한나(39) 청년 기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