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사람인데도 개가 짖어요. 어떡해야 하죠?”(보호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익숙함에 관계없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으면 짖을 수 있어요. 이건 사회화 교육과 관련이 있는데요, 좋은 기억을 만들어줘야 해요.”(트레이너)
“산책 나가기 전에 개가 너무 흥분하는 것 같아요.”(보호자)
“보호자가 목줄을 잡으면 산책을 간다고 예상해서 그래요. 개들은 엄청 빨리 배워요. 예측 가능성을 줄이세요. 목줄을 꺼내면서 나가지 않기도 하고, 목줄 두는 위치를 바꿔보세요.”(트레이너)
경기 성남시는 11월 17일부터 12월 8일까지 네이버 ‘동물공감’을 운영하는 ㈜동그람이와 함께 반려동물 문화교실 ‘동반학교’를 4회 과정으로 진행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고양이 교실, 오후에는 강아지 교실을 여는데, 11월 24일 열린 강아지 교실을 찾았다. 수업은 반려동물문화연구소 소속 트레이너가 강의 후 반려견의 공격성, 짖음, 분리불안 등에 따라 보호자들을 나눠 반려동물의 행동개선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수업 주제는 반려견의 공격성. 행동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준한 트레이너는 반려견의 건강 상태, 방어적 기제, 미숙한 사회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반려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예민해져 공격성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 보호자로서 반려견의 컨디션 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겁이 나거나 위협을 느끼면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으니 어떤 장소에서 어떤 대상에게 공격성을 보이는지 기억해뒀다가 그러한 환경, 장소를 피할 것을 권했다.
보호자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반려견의 공격성이 늘어나는 상황이 있다. 흔한 사례로 헬멧을 쓴 배달원을 보고 짖는 반려견이 있다고 치자. 배달원이 음식을 내려두는 과정에서 강아지는 계속 짖고 있다. 배달원은 1분 내 떠난다. 이때 강아지는 ‘내가 짖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갔다’고 생각하기 쉽다. 강아지가 우월하다고 인식하면서 공격성이 늘어날 소지가 있음을 보호자는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반려견의 공격성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반려견은 처음부터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공격 행동을 보이기 전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필요한 게 둔감화 교육 과정이다. 위와 같이 헬멧 쓴 사람을 보고 짖는 반려견이 있다면 조용한 곳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필요한 건 보호자, 헬멧 쓴 사람, 반려견, 간식이다.
반려견이 헬멧 쓴 사람에게 반응하지 않는 먼 지점부터 시작하며 천천히 간격을 좁혀간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그를 보고 짖지 않을 때마다 칭찬 또는 간식으로 대응한다. 마침내 둘의 간격이 좁아질 때까지. 이때 중요한 건 보상에 대한 정확한 타이밍이다. 교육 시 체벌은 지양해야 한다. 공격성을 표출한다고 체벌하면 오히려 그 사람 때문에 체벌을 받는다고 생각해 공격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반려견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책할 때 유독 다른 반려견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다른 반려견과 함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른 반려견을 멀리서부터 접근하도록 하며 안정적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을 때까지 칭찬과 보상을 반복하면서 점차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은 같다.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신청”
반려동물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제대로 알면 반려동물을 더 사랑할 수 있다. 잘못된 행동도 고칠 수 있다. 평소 말 못하는 반려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보호자들은 수업에 열중했다. 강유경(47) 씨는 “보호자가 알아야 특정 상황에서 하는 반응에 대해 반려동물을 이해하고 그 상황이 돼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아 동반학교 수업을 신청했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났는데도 질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업에 참여한 고경순(58) 씨는 “반려견 다섯 마리를 기르는데 다른 강아지를 보면 으르렁대며 달려들어 고민했다”며 “반려견끼리 공격성을 낮추도록 집에 가서 교육해봐야겠다”고 했다. 한 보호자는 “우리 강아지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짖었는데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앉으라고 교육하고 간식을 줬다”며 “자기가 짖어서 오토바이를 쫓았고 그 때문에 간식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잘못된 보상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한편 고양이 교실은 ‘집사’를 자처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들의 수업이 이뤄졌다. 고양이의 성장 단계별 건강관리법과 사회화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유전 질환, 비뇨기 질환 등 기초 수의학 정보를 공유했다.
반려견 짖음 교육 따라 하기
짖음 교육은 둔감화 과정을 사용해 여러 단계로 나눠 교육을 진행한다. 반려견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쉽게 진행할 수 있으며 충분히 적응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반려견이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짖는다면 아래와 같이 따라 해보자. 전 과정은 하루 3~4회 반복한다.
1단계
초인종 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다른 음악과 함께 틀어준다. 두 소리가 나는 도중 간식을 준다.
2단계
초인종 소리만 낮은 음량으로 시작해 점점 음량을 높이며 실제 초인종 음량과 비슷해질 때까지 교육을 진행한다.
3단계
실제 초인종 소리를 들려주고 간식을 준다.
4단계
초인종 소리와 함께 실제 상황처럼 문을 열어본다.
자료 | 동그람이·반려동물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