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안동에 사는 이모(45) 씨는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다. 예전에 사업을 했던 이 씨는 외환위기 시절 큰 빚을 지게 됐다. 어렵게 빚은 다 갚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져 대출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신용카드 거래도 할 수 없었다.
겨우겨우 장사를 유지했지만, 두 개의 고등학교 사이에 위치한 이 씨의 편의점은 방학이 되면 학생 손님이 뚝 끊겨 편의점 유지는 물론이고 개인 생활도 힘들게 됐다.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은행 대출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과거 큰 빚을 졌던 기억이 있고 신용등급도 낮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 씨는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다 우연히 서민들을 위한 ‘새희망홀씨’라는 금융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출을 받은 덕에 편의점은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학생들의 방학 기간에도 어려움 없이 편의점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국내 은행에서 취급하는 새희망홀씨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계층을 위해 별도의 심사기준을 마련해 대출해 주는 은행의 서민맞춤형 대출상품이다.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인 사람과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천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금리는 대략 7~12퍼센트 수준이다.
장학재단 학자금 채무조정은 내년 1월까지 연장
금융채무 연체자의 신용회복 지원 및 서민의 과다채무 해소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역점 사업인 국민행복기금도 대표적인 서민대출 금융제도다.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자의 채무를 최고 50퍼센트(기초수급자는 70퍼센트)까지 감면하고, 최장 10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한 기금으로, 2013년 3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10월 말까지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 개별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21만4천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채무조정 개별신청 접수기간(2013년 4월 22일~10월 31일) 중 총 24만7천명이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이 중 21만4천명에 대해 지원이 확정됐다. 장학재단 학자금채무자에 한해서는 내년 1월까지 연장한다.
현재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신청자에 한해서도 추가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공적AMC 등으로부터 총 287만명의 연체채무를 매입 또는 이관했다.
이는 5년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던 32만6천명의 65.6퍼센트인 21만4천명을 6개월 만에 지원한 것으로, 당초 예상했던 지원규모보다 월등히 높은 실적이다.
이번에 채무조정을 지원받은 대상은 대부분 장기간 연체로 고통받은 저소득 계층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도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서민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민행복기금 주관부서인 금융위원회는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채무상환을 완료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을 하기로 했다. 특히 실직이나 병환 등으로 재차 채무를 연체하거나 채무상환을 포기하지 않도록, 채무 상환이 곤란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고용부 취업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상환능력을 제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개별신청 마감 이후에도 일괄 매입한 채무자 94만명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을 적극 안내하고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새희망홀씨론이나 국민행복기금 외에도 서민들을 위한 다양한 금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www.kcomwel.or.kr)의 ‘희망드림 근로자 생활자금대부’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의료비와 혼례비, 장례비와 고교생자녀 학자금 등 목돈이 소요되는 생활필수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다.
소상공인지원센터(www.seda.or.kr)는 소상공인의 창업 및 경영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신용회복위원회(www.ccrs.or.kr)에서는 학자금·생계비 용도로 연 20퍼센트 이상의 고금리 채무를 부담하는 대학생·청년에게 신용보증을 제공,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청년·대학생 전환대출’ 제도도 운영 중이다.
글·박미숙 기자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