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반도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남북 두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군사적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약속하면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을 예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 정책브리핑은 10월 11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무실에서 만나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소감과 ‘평양공동선언’ 의미,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 연내 종전선언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 등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문정인 특보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9월에 열린 평양회담은 남북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3차 평양정상회담은 북미관계가 7월부터 어려워지고 북핵문제 타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열렸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평양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남북 간 군사 합의를 통해 우발적·군사적 충돌을 막는 데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언문 5조에서는 북한 핵문제 관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동창리 엔진시험장에 대한 폐기를 유관국, 특히 미국 전문가의 참관 하에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확약했습니다. 나아가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것은 아주 놀라운 사태의 반전입니다. 따라서 이번 9월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절반의 평화’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0월 7일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향후 북미 대화를 전망한다면.
“폼페이오의 4차 평양 방문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북핵문제에 상당히 진전 가능성을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북한이 신고·사찰보다 더 중요한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상황을 감안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가 채택해야 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종전선언을 보면 첫째, 1953년 이후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는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전쟁 종식을 선언하면 관련 당사국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적대관계를 청산하더라도 당장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 공백기에는 기존의 정전협정 체제를 유지하고 군사분계선과 유엔군사령부, 중립국감시위원단도 유지함으로써 과도기적 평화를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어떻게 연계해 나가느냐가 구성 요소가 될 것입니다.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나면 그와 동시에 또는 그 후속조치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채택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소에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볼 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한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평화 공세에 주변국들이 찬동하고 있어 지난 6월보다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교착상태에 있던 북미 관계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해결됐고, 북한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자세를 보였던 일본의 아베 총리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 정부가 취하는 일련의 정책들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미공조는 돈독히 하고 그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보다 과감하게 치고 나가면서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개선에 공헌한다면 냉전구조의 해체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로마 바티칸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의 국제적 지지를 이끄는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초청을 전달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황은 평화 메시지, 특히 한반도 평화를 강력히 희망해왔기 때문에 만약 이번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세계사적인 의미를 가질 것으로 봅니다.”
이산가족상봉, 남북문화체육 교류를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요?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를 선언했는데요?
“2032년 남북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관련 없기 때문에 남북이 공동으로 논의해나간다면 탄력이 붙을 것으로 봅니다. 이산가족상봉 상례화와 문화체육 교류도 큰 문제없이 진전될 것으로 봅니다. 단, 남북경협사업의 경우 유엔안보리제재결의안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말했듯이 여건이 허용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재개할 것입니다.”
지난 9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는데요, 개인적인 소감을 말한다면.
“먼저 9월 19일 저녁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집단체조팀의 ‘빛나는 조국’ 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이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위협과 핵무기가 없는 평화의 땅을 만들기로 확약했다고 육성으로 말하고, 문 대통령이 저녁에 그 확약에 대해 15만 평양시민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고, 이에 시민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답했습니다. 백두산 천지를 간 것도 인상 깊어요. 백두산을 세 차례나 갔었지만, 이번처럼 날씨가 좋았던 적은 처음이고 중국 쪽에서 천지를 바라보는 것보다 북측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내년 이후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는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가 된다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면 남북관계는 엄청난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과거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에서도 배웠듯이 모멘텀이 정해졌을 때 그것을 100% 활용해 구체화시키는 이행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남북 두 정상은 이행 노력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흔히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하는데, 저는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