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며 독서를 기피하지만 과연 하루에 한 시간도 독서를 위해 내줄 수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일까. 사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책을 읽기 좋은 시절이다. 예전에는 쉽게 구할 수도 없었던 희귀한 책들이 서점 어디나 비치되어 있고, 풍요로운 신간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며, 언제든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도 있다. 많은 책을 들고 다니기 어려울 땐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독서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좋아졌지만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더 쉽고 재미있게’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독서 인구를 더욱 줄어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과연 더 쉽고 더 빠르고 재미있게 얻는 유튜브형 정보가 책을 읽는 이들이 느리고 힘겹게 얻은 지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유튜브를 비롯한 쉽고 빠른 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은 사람이 과연 철학과 역사, 문학에 대해 자신만의 개성 있는 관점과 사유를 펼칠 수 있을까. 문해력(literacy), 즉 문장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유튜브형 정보를 통해서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유튜브는 이미지를 통한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지만, 문장을 통해 사고하고 보이지 않는 숨은 맥락(context)까지 헤아리고, 필자가 말하지 못하는 숨은 행간의 의미까지 파악하는 함축적 이해력을 키워내지는 못한다. 좀처럼 자신의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능력이 생길 수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유튜브부터 틀어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는 부모가 많아질수록, 느리고 힘겹게 추구해야만 비로소 눈부신 깨달음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책읽기의 소중한 의미를 아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음으로써 외로움을 달랬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에게 상처받지 않았다. 책을 읽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책을 통해 이 세상 수많은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하는 시간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지만, 그 유일한 비밀이 “매일 책을 읽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모두들 ‘에이, 그건 너무 평범하잖아’ 하는 눈빛을 쏘아 보낸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숨길 수 없는 사실,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그냥 읽기만 하는 독서도 좋지만,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기와 쓰기’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 좋다. 그 반복 속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3년 전에 읽었던 작품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분명히 내 생각이 달라져 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깊은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읽기와 쓰기는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그것을 날마다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읽는 만큼 쓰게 된다. 결국 읽는 것을 뛰어넘어 쓸 수도 있게 된다. 읽기만 하고 책장을 덮지 말고, 읽을 때마다 무언가를 메모하고 ‘언젠가 글로 쓰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메모장은 풍요롭고 지혜로운 메시지로 가득한 ‘작가수첩’이 돼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자유, 그것은 스스로 한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 최고의 창조성을 오직 문장의 힘만으로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여울│문학평론가. <내성적인 여행자>,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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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