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3~21일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 등 유럽 순방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10월 13~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외교·안보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협의하고, 첨단과학기술과 신산업 능력을 보유한 이탈리아와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협력 증진을 중점 논의할 계획이다. 이후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8일 벨기에로 이동하는 문 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에 이어 한·EU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20일에는 덴마크에서 열리는 제1차 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P4G)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동북아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새로운 질서’가 국제적으로 지지받고 새로운 흐름이 강화·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선 10월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새로운 질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고 북일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바야흐로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 모든 과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평양을 다녀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언급하면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급적 조기에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과 공조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음주운전은 실수 아니라 살인 행위
한편 이날 국무회의는 9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규제혁신 5법 중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등 3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규제혁신 5법은 신기술·신산업의 빠른 변화를 현재의 규제 체계에서 신속하게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추진됐다. 행정규제기본법과 금융혁신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타당한 지적과 합리적 대안은 적극 수용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잘못된 지적과 오해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나 정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 국민들께서 공연한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10월 10~29일 진행되는 국정감사를 두고 국회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도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책무 소홀이 다른 헌법기관의 공백 사태를 초래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까지 침해하는 상황을 조속히 해소해달라”며 “한반도의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멈춰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만 명 이상이 동의한 ‘음주운전 처벌 강화’ 청원 역시 수석보좌관회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라며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글날인 10월9일 경기 여주에 있는 세종 영릉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10월 9일 세종 즉위 600주년이자 572돌 한글날.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경기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 영릉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한글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더불어 우리 민족이 세계에 내놓은 3대 발명품 중 하나”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겼다. 이어 “많은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길 원하며 대학 내 한국어 강좌는 물론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며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했다.
한글 속 애민정신 본받을 리더십
한글은 만든 사람, 시기, 반포일, 목적, 원리 모든 게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다. 그 바탕에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자리했다. 문 대통령은 “세종이 한글을 만든 목적은 일반 백성의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라며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왕조 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에도 본받아야 할 리더십”이라고 했다.
▶ 10월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3회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행사에서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
10월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6·25전쟁에서 희생한 전투영웅을 기리는 ‘제3회 장진호 전투영웅 추모행사’가 열렸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미 해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10배 가까운 규모의 중공군과 벌인 전투다. 갑작스러운 역공, 체감 영하 30도의 혹한에서 펼쳐진 이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고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미해병대사령관,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 무공수훈자 회원 등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사를 대독했다. 피 처장은 “피로 맺어진 (한미) 양국 국민들 간의 깊은 인연과 우정이 평화를 향한 동행으로 이어졌다”며 “조만간 열리게 될 2차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영원한 평화를 선언하게 된다면 장진호 전투의 희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희생이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장진호 전투와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도 장진호 주변에 쓸쓸히 묻혀 있을 용사들도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