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은 한국 전통음악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다. 국악밴드 잠비나이, 소리꾼 김준수, 김윤희 등이 함께한 무대는 전통음악의 현대적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자리였다.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국악은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행사였다.
지난 8월 20일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에는 한국 국악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였다. 20대에서 60대까지, 가야금에서 판소리까지, 공연자부터 기획자까지 그 구성도 폭넓었다. 이들은 평소 자주 교류하며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방송을 통해 국악 가수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국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국악인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사회 곳곳으로 확산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이날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모인 국악인들은 다양한 고민과 방법을 나눴다. 정통 국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악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결국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은 똑같았다.
전국에 국악 학교가 설치되면 좋겠어요
결국 우리가 세계에 보여줄 것은 전통문화입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죠. 한국 사람은 한식을 자연스럽게 즐겨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지어주신 밥맛을 알기 때문이죠. 이렇듯 우리 국악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차별 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국립국악학교가 들어서야 합니다. 이미 여러 국악 관련 기관 및 단체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곳이 필요합니다.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규정한 헌법 제9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김승국(66) 한국국악포럼 상임대표
국악 열정 꽃피울 수 있는 지원 늘어나기를
청년 국악인들이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어야 전통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도 꾸준히 이어져야 하고요. 요즘 젊은 국악인들은 창작 욕구가 큽니다. 이들이 국악 열정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해요. 최근 정부에서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국악인을 성장시키는 정책이 아쉽습니다. 공연을 한 번 지원하는 것보다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해 긴 호흡으로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과정이 어렵습니다.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고요. 국악인들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부담을 줄여주면 좋겠습니다.
한승원(25) 아트플라시보 대표
국악 교과서가 필요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국악을 전공한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악과는 있지만, 국악교육과는 없어요. 그러니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국악을 제대로 교육할 교사가 부족한 실정이에요. 교육 현장에서 국악 교육은 영상자료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더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하는 거 아닐까요. 음악 교과서를 서양 음악과 국악 음악으로 분리하면 좋겠어요. 이렇게 되면 국악은 국악 전공자가 가르치게 될 겁니다.
김영완(52) 초등학교 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전통에는 철학과 혼이 들어가 있어요
문화의 맥이 끊어지지 않으려면 생산과 소비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즐기고 싶어도 보고 싶은 공연이 없으면 맥이 끊어지죠. 반대로 아무리 좋은 공연이 있어도 대중이 보러 오지 않으면 전통문화는 사라집니다. 농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5000년 민족문화의 하나입니다. 전통음악에는 철학과 혼이 있어요. 과거 농촌 공동체의 서로 돕는 두레는 농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농악을 힘들게 전공해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공을 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임웅수(57) 경기도 무형문화재광명농악 예능 보유자
케이뮤직 국악에 열광하는 모습 보고 싶죠
국악은 해외에서 케이-뮤직이라고 불립니다.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의 원조라고 할까요. 케이-뮤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악은 한국의 음악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같은 주요 행사에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전통음악 보전이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스펀지같이 문화를 빨아들이죠. 어린 시절부터 국악을 접하게 해야 합니다. 이들이 커서 이 사회의 주인공이 됐을 때 케이-뮤직 국악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연정(40) 정아트 대표
유튜브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판소리를 전공하는 대학생으로서 공연 기회가 적어 아쉬워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대에 서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국악을 전공하는 청년들에게 좀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국악도 유튜브 등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이용해 널리 홍보했으면 해요. 그래야 대중이 국악을 지루해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국악도 가요처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돼야 해요. 사실 음원 사이트에는 가요 차트뿐 아니라 국악 차트도 있어요. 가요에 묻혀서 관심이 없을 뿐이죠. 국악 순위에 올라 있는 콘텐츠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한승호(23) 한국예술종합학교 판소리 전공
한국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국적인 것이죠
가야금을 전공해 공연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국악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방송에서 친근하게 만났던 분들이라 그런지 이들이 공연에 나오면 대중의 반응이 좋아요. 방송 등에서 꾸준히 국악인들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대중성을 갖춘 국악인들이 계속 생겨나겠지요. 국악은 우리 예술로, 특유의 입담에 대중이 쉽게 빠져듭니다. 세계화 시대에 국악 교육은 더욱 중요합니다. 한국 학생이 해외에 나가면 바이올린 같은 서양 악기를 연주하는 것보다 한국 전통 악기를 연주해야 박수를 받습니다. 한국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국적인 것이니까요.
김가현(31) 전통공연예술연구소 기획팀장
국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의 안정을 얻게 돼요
아이 교육은 어머니에게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어머니들이 국악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국악을 좋아하게 되죠. 우리 음악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처음 국악을 들으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음정을 되씹으며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평정을 찾아요. 잔잔하지만 흥이 있고요. 또 음악은 같이 연주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해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죠. 우리 사회가 점차 다문화로 가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영경(45) 한국국악협회 노원지부 사무장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야
국악은 지역문화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대중은 지역에서 문화를 즐기니까요. 아쉬운 것은 이를 지원해야 할 정부와 지자체에 예술 전공자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지원을 요청하려 해도 비전공자를 이해시키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전통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정부와 지방의 유관기관에도 진출하면 좋겠어요. 요즘 국악은 서양 음악과 다양한 콜라보 공연을 하고 있어요. 전통악기로 서양 음악을 연주하면 그것이 과연 제대로 된 전통음악인지 의문입니다.
구자윤(53) 한국국악협회 노원지부장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