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9월 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역대 정부 첫 사회분야 전략회의인 포용국가전략회의를 열고 사회정책 분야의 국가비전으로 ‘모두를 위한 나라, 나를 안아주는 포용국가’를 제시했다. 향후 3대 비전과 9대 전략의 분야별 정책을 구체화하고, 이러한 사회정책들이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사회정책의 조정·협업 기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포용’과 ‘혁신’에 기반을 둔 3대 비전과 9대 전략을 통해 사회정책 패러다임 자체를 ‘사람중심 사회’로 대전환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를 만들면서 질적 성장과 공존·상생의 사회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포용국가 3대 비전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포용국가에 도달하기 위한 3대 비전으로는 사회통합 강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혁신능력 배양을 제시했다. 여기에 비전별로 세 개씩 세부 정책목표를 선정해 ‘9대 전략’으로 정리했다.
우선 ‘사회통합 강화’ 측면에서는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사회보험을 강화하고 소득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방안,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로 공정한 권한 배분,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구도심 활성화,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지역 균형발전 등을 세부전략으로 선정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환경 개선 및 의료비 합리화 정책 등을 통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처 시스템 구축,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양질의 일자리 확충, 안전 시스템 강화 및 성평등 사회질서 확립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사회혁신능력 배양’ 역시 3대 비전 중 하나로 제시하면서 창의성·다양성을 강화한 교육으로 인적 역량 향상, 직업훈련 개선 및 관련 인프라 확충, 고용 안전망 구축 등을 세부전략으로 적시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그동안 소득분배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사회정책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의 전반적인 혁신능력 향상과 연결하는 점이 특징”이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 부처가 어떻게 이를 실현할지 계획을 담아 ‘국민 전 생애 기본생활 보장 3개년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책기획위원회는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처별로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한지를 로드맵 형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는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 등이 제시됐다.
전략 1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한계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재의 사적연금, 기업연금,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은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어 소득불평등 완화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보장성이 낮은 것도 문제다.
소득보장제도의 중심축인 사회보험의 보편주의적 확대해가고 있는데도 비정규직과 여성을 중심으로 대규모 사각지대가 있고, 이 때문에 사회보험이 사회통합보다 사회적 배제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부작용이 있다.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연금 등 핵심 소득보장제도의 보장성이 낮아 생활보장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소득보장제도의 근본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초연금 추가 인상 시 절대빈곤율은 현저히 완화되나 상대빈곤율은 크게 줄지 않는다. 기초연금을 3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면 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국민연금 평균금액과 비슷해져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 유인이 하락하고 사회보험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초연금에서 제외된 상위 30% 노인의 국민연금액이 하위 50~70% 노인의 총연금액(국민연금+기초연금)보다 적어지는 소득역전 현상이 일어나 연금제도 간 정합성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정책기획위원회는 기초연금을 강화하려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인의 상대빈곤율 완화는 기초연금만으로 해결이 어렵고 소득비례적 속성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전략 2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은 기회와 권한 그리고 소득의 공평한 배분이 지난 수십 년간 개발시대 경제성장의 이름으로 희생된 한국 사회의 공정성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공정사회를 저해하는 핵심 원인으로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성별 등으로 분리된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들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발전으로 생산물 시장에서 대기업 독과점과 수직, 종속적 원하청 관계 고착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형성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큰 폭의 임금격차와 비표준화된 임금체계가 대기업의 아웃소싱 및 비정규직화를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에서 형성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 구조는 노동 약자 대변 기능이 적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성평등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경제 수준에 비해 성평등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기업의 채용, 배치, 승진, 보상 등 노동시장 전반에 성차별 구조가 존재하고 있고,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책임으로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대등한 경쟁이 어렵다. 사교육 등으로 계층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교육을 통한 차별 없는 출발선 제공과 교육 격차 완화가 미흡해 공정경쟁의 기반이 상실됐다. 주택 공급에서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미흡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는 등 주거 격차 해소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기획위원회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완화를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청했다. 기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비정규직 감축 정책의 지속 추진도 요청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최저임금 인상, 임금분포공시제 도입 등 저임금 근로자 소득 증대, 동일 업무 수행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완화 노력도 제시했다. 성평등 정책을 위해서는 여성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기존 법, 제도의 실효성 및 실행력 강화를 요청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실질적 대표성 제고를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차별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육정책으로는 공교육 투자 확대로 모든 아이의 실질적 교육 기회 보장과 차별 없는 출발선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다문화, 장애, 학업 중단 학생 등 교육취약계층에 대한 포괄적 교육복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주거정책으로는 주책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임차인 권리 보호를 주장했다. 적정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청년 등 수요자 기반 주거 지원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포용국가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략 3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은 고착화된 지역 간 삶의 질 격차가 인구 감소 등으로 심화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지역이 2040년에 전국의 52.9%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 간 교육 격차가 학령기 인구 감소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어린이집과 같은 공공복지시설과 도서관 등 문화여가시설의 지역 격차도 줄어들지 않아 수도권, 비수도권의 격차가 크다. 쇠퇴하는 구도심지 및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균형발전의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시재생 뉴딜, 스마트시티 등이 제시됐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혁신 플랫폼인 국가 시범도시를 조성한다. 스마트시티는 지역 혁신 및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혁신도시도 확대한다. 2022년까지 지역 인재 채용 30%, 기업 입주 1000개, 가족 동반 이주율 75% 달성이 목표다. 지역밀착형 생활 SOC도 확대한다. 사람중심 경제의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만들고 삶의 질 향상과 균형발전의 효과까지 예상된다. 지역이 주인인 주민주도형, 지역밀착형 사업으로 추진한다.

자료│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인터뷰│
“국민들이 ‘복지의 맛’ 느끼게 해야”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1987년 정치민주화를 이루어냈지만, 정치적 민주화를 경제와 사회 민주화로 심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은 경제와 사회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는 조직된 주체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정책의 한계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사회정책은 사회정책 자체만 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이 한계입니다. 사회정책은 반드시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용국가’ 전략을 평가한다면?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따로 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인식한 점은 평가할 만합니다. 비전 수립도 통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포용국가 전략은 사회정책을 경제정책과 맞물려서 이해하는 전략입니다.
한국 사회 소득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먼저 산업구조와 기업의 이윤 실현 방식이 변화하면서 노동시장에서 좋은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고, 다음으로는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의 선한 의지만으로 개혁을 완수할 수 없습니다. 조직된 튼튼한 정치적 주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세력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특히 복지에 취약한 계층은 누구인가?
65세 이상 노인, 영세 자영업자, 청년 등이 취약합니다. 영세 자영업자는 사회보장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65세 이상 노인은 세계적으로 봐도 빈곤이 심각합니다. 청년들은 직장을 못 구하고 있죠.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장기, 단기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민주주의가 정치적 영역을 넘어 경제와 사회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이 복지의 맛을 봐야 합니다. 당분간 적자 재정을 펴더라도 국민들에게 복지를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는 데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재원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홍식│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