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다지기 위한 여정이 평양에서 뉴욕으로 이어졌다. 9월 20일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흘 뒤인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3차 유엔총회에 참석코자 다시 길을 나섰다. 오후 3시 45분(현지 시간)경 뉴욕 JFK국제공항에 도착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 시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담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의 뉴욕 일정은 3박 5일 동안 숨 가쁘게 진행됐다. 먼저 9월 24일 오전 유엔총회에서 열린 ‘세계 마약 문제에 대한 글로벌 행동 촉구’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오후 2시 45분부터 약 1시간 30분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이 취임 후 다섯 번째로 만나는 자리였다.
미국 측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고 우리 측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김의겸 대변인이 참석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조 방안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을 폭넓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회담에서 좋은 합의를 이뤘다”고 전제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직접 재확인했으며, 15만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함으로써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며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정부 관계자가 실무 작업을 준비해 근시일 내에 구체적인 사항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할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지난 65년간 이어온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양국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이 종료된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 서명식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의 성공적이고 새로운 타결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기쁘다”며 “이번 서명이 무역에 관한 것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여러 부문에서 큰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FTA 협정을 두고 “한미동맹을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개정 협정이 신속하게 진행돼 한미 FTA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양국 기업이 보다 안정적인 여건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가 보다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개정된 한미 FTA 정신을 잘 살린다면 상호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본, 이집트, 칠레 등과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구테흐스 총장에게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그동안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지지해준 유엔의 노력에 고마움을 표하며 앞으로 유엔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한반도 평화를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 당면한 문제에 대한 유엔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며 “유엔의 노력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인 9월 25일 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마친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오전 11시 2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넉 달 만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 25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은 먼저 아베 총리가 자민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했다. 그리고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일본 정부가 환영하고 지지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북일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 등 북일 대화 및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대화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는 점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문 대통령이 강한 지도력을 발휘한 데 경의의 말을 전한다”며 “납치 문제를 포함해 일본과 북한의 관계를 언급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올해가 오부치 총리와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김대중 대통령 공동선언’은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중시하면서 처음으로 일본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반성과 사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은 뉴욕 미국외교협회(CFR)에서 CFR·코리아 소사이어티(KS)·아시아 소사이어티(AS) 공동주최로 열린 ‘위대한 동맹으로 평화를’ 행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 연설을 진행하며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고 동북아시아 경제협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미국의 참여는 동북아 발전을 가속화하고 지역 안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케빈 러드 AS 소장은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업적을 대단하다고 평가하며 “기회를 포착하고 현실로 직접 들어가 동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토머스 허버드 KS 이사장은 "새로운 한반도의 길, 핵위협 없는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엔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지지 호소
9월 26일 오전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국과 이집트 관계 전반 및 지역 정세 등을 의논했다. 이날 회담은 양국 간 이뤄진 첫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협력을 발전시켜 온 점을 높이 샀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GS건설 등 이집트에 진출한 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하며 현대로템이 추진하고 있는 카이로 메트로 전동차량 공급 사업에 엘시시 대통령의 지원을 당부했다. 현재 양국 간 논의 중인 K-9 자주포 및 해군 호위함 문제에도 이집트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이집트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나라의 개발과 교육 부문의 경험을 전수받아 이집트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곧바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에 북한과 합의를 이루었다는 말을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평양에서 거둔 성과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남북이 2032년 올림픽을 공동으로 유치한다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노력이 2032 하계올림픽으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완성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IOC는 2032 하계올림픽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데 늘 열려 있는 입장이라며 이미 두 개의 국가 올림픽위원회(NOC)와 남북이 공동으로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고 아베 총리와도 남북 선수단이 성공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한반도와 중남미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칠레와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남미 핵심 우방국 정상과 개최한 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결과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관해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칠레 정부가 끊임없이 지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우리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 15년간 한·칠레 FTA가 일군 성과를 평가하고 양국 경제협력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해 한·칠레 FTA 개선 협상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이 태평양동맹 준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내년 칠레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하고 피녜라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는 유엔총회 참석자들 ⓒ연합
세 차례 정상회담과 접견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내내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했다. 열여섯 번째 연설자로 나선 문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코피 아난 제7대 유엔사무총장 서거에 애도를 표하며 세계 평화 정착에 이바지하는 유엔의 역할을 언급했다. 이어 지난 1년간 한반도에서 일어난 남북 관계의 변화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을 내려왔고,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는 말을 시작으로 4·27, 5·26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정상회담을 순차적으로 말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가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주고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을 강조했다.
또한 유엔사무국이 국제회의에 북한 관료를 초청하는 등 대화와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유엔은 누구도 뒤에 남겨놓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유엔의 꿈이 한반도에서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평화’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거듭 밝히며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인 북한을 국제사회가 포용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