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차르르’ ASMR 이게 뭐지?

2018.08.19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잠시 눈을 감고 소리를 떠올려보자. ‘쏴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톡톡’ 고요한 호수에 떨어지는 물방울.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비단 자연의 소리만이 아니다. ‘사각사각’ 연필로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소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착착’ 책장 넘기는 소리 등 ‘이게 뭐라고’ 하다가 이내 가만히 듣고 있게 된다. 이유도 없다.

이러한 현상을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쾌락반응이라고 한다. 시각·청각·촉각·후각 등을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얻는 경험을 일컫는다.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현상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기분 좋음이다. ASMR를 느끼게 해주는 자극을 트리거(trigger), 그에 따른 기분 좋은 소름을 팅글(tingle)이라고 한다. 특히 청각을 활용할 때 반응이 두드러지는데 일각에서는 귀를 자극하는 만족감을 강조하기 위해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이라고도 부른다.

ASMR 효과는 광고·방송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후루룩’ 면발을 빠르게 들이마시는 소리나 ‘자글자글’ 끓는 기름에 치킨이 튀겨지는 소리를 강조하는 광고는 식욕을 자극한다. 맛에 대한 평가를 길게 하지 않는 ‘먹방’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많이, 먹음직스럽게 먹는 모습을 넘어 소리로 말하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을 정도. ‘바삭’ 튀김을 씹는 소리 하나면 시청자는 맛의 깊이를 떠올린다. 브라운관 너머로 전달할 수 없는 음식의 맛과 냄새를 소리로 보완한 ASMR 효과다.

유튜브 ‘먹방’ ASMR, 흥행 보증

ASMR는 유튜브, 팟캐스트, 음원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유튜브에 개설된 ASMR 전문 채널은 30만 개, 관련 콘텐츠는 1000만 개를 넘어섰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자극이 다르기에 그 유형도 다양하다.

나무를 ‘톡톡’ 치는 소리, ‘부석부석’ 거품 내는 소리, 종이를 구기는 소리 등은 ASMR 유튜브의 단골 소재다.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 아마 무의식 속에 있는 안정감을 되살렸기 때문일 것이다.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유튜버 개인의 창의성이나 노력이 돋보이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소리가 머릿속을 뛰어다니며 자극하듯 적절한 균형을 느끼도록 기술력을 연마한 소리도 있다.

상황극을 연출해 ASMR를 배가하기도 한다. ‘사악사악’ 유튜버가 미세하게 내는 가위질 소리는 미용실 의자를 떠오르게 한다. 커트가 끝나면 물과 샴푸를 번갈아가며 머리를 감는 기분이 들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나면 어느새 거울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또는 ASMR로 스파에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직원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쪼르르’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차르르’ 탕 안에 거품 이는 소리는 곧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근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촤아 촤아’를 따라가면 스크럽, 마사지를 받는 착각마저 들게 된다.
 
‘먹방’은 ASMR의 빼놓을 수 없는 유형이다. ‘먹방’계의 유튜브 스타 ‘밴쯔’는 ‘먹방’과는 별도로 ASMR 채널을 구축했다. 우리가 잘 아는 그 맛에 그만의 생생한 소리가 더해지니 음식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양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입을 따라 벌리게 된다. 현실은 침밖에 고여 있지 않지만. 유명 유튜버 ‘꿀꿀선아’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가운데 통벌집꿀 먹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꿀이라는 익숙한 음식으로 입안에 퍼지는 끈끈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통벌집이라는 보편적이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 바삭바삭한 식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보편적이면서도 보편적이지 않은 오묘한 느낌이랄까.

이미 잘나가는 유튜버 개그우먼 강유미는 ‘좋아서 하는 채널’에서 ASMR 등을 포함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꼬치를 만들고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식감을 표현한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먹방’ 실력을 인정받은 김민경은 ‘민경장군’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에 ASMR를 더해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맛을 표현하는 데 따르는 한계를 보완했다.

심리적 안정감·집중력·스트레스 해소 효과

ASMR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영상은 속삭이는 소리다. ASMR는 유튜브를 넘어 다시 방송·광고로 역침투했다. 참 별것 아니지만 귀에 대고 전해지는 나긋한 목소리에 기분이 편해지는 탓이다. 가수 아이유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진통제 광고를 한 바 있다. ASMR 효과가 마치 진통제 효과인 듯 시청자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와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은 각각 시낭송과 자연의 소리로 ASMR를 유도해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이돌들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인터넷 방송을 하며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SMR는 이어폰을 사용해야 한다. 이용자가 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자들도 고사양 마이크를 사용하며 고품질의 소리를 모으고 이어폰 좌우의 균형에도 집중한다. 다양한 ASMR는 다채로운 효과를 가져다준다. 대다수가 느끼는 건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이다.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안정돼 잠들기 전 자장가 대용으로 사용하고 숙면을 취하는 이용자가 많다. 집중력이 필요한 학생들은 ASMR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독특한 소리를 찾는 유목민들은 ASMR 영상을 하나의 취미로 이용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물론 ASMR에 중독되거나 불편해하는 편차도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 일과에서 무수히도 많은 감각에 노출된다. ASMR는 복잡한 현실에서 극도로 정제된 감각이다. 여기에 집중하며 복잡한 일과를 잊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지 모른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집중하는 이치가 아닐까. 소소함의 극대화가 건네는 위로가 무엇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聞)’. 긴 말이 무슨 소용인가.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ASMR, 이럴 때는 이 소리!

편안한 마음, 자연의 소리 : 빗방울, 지저귀는 새, 바람, 계곡, 천둥
대리만족, 먹는 소리 : 치킨 튀기는 소리, 라면 삼키는 소리, 삼겹살 굽는 소리, 간장게장 씹는 소리
이게 뭐지? 이색 소리 : 귀 파는 소리, 액체괴물
공부에 집중할 때 : 호그와트 시험기간, 백색소음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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