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코리아호’가 6회 연속 2위 수성을 향해 닻을 올렸다. 대한체육회는 8월 7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아경기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을 개최하고 결의를 다졌다. ‘금메달 65개 이상, 6회 대회 연속 종합 2위 달성’을 목표로 내건 한국 선수단은 힘찬 목소리로 선전을 다짐했다. 식장 곳곳에 종목별로 옹기종기 모인 선수들은 서로 누구의 목소리가 더 우렁찬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 연신 ‘파이팅’을 외쳐댔다. 아시안게임 최초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을 두고 설레는 표정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농구, 카누, 조정 종목에서 남북 선수들이 호흡을 맞춘다. 국제대회 역대 열한 번째로 성사된 남북 공동입장은 개·폐회식 때 남북 각각 100명씩 총 200명의 선수단이 등장하며 한반도기를 사용한다. 한국 선수단 본단은 8월 15일 자카르타와 팔렘방으로 각각 떠난다.
▶ 8월 7일 서울 올림픽공원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단결단식에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태권도 이대훈 주목
한국은 카드 두뇌 게임인 브리지를 제외한 39개 종목에 선수 807명, 경기임원 186명, 본부임원 51명 등 104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국민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종목은 구기 스포츠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손흥민(26·토트넘)을 앞세워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2연패와 역대 최다 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남자축구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네 차례 우승(1970·1978·1986·2014년)으로 이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3명의 와일드카드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힌 손흥민은 벌써부터 인도네시아 언론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병역 혜택’을 통해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하는 야구는 1998·2002·2010·2014년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 3연패에 도전한다. 대만은 한 수 아래고, 일본은 사회인 선수들을 출전시켜 객관적인 전력상 적수가 없다. 엔트리 논란과 부상 등으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점이 변수지만 3연패 가능성은 높다. 축구와 야구가 금메달을 따면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동반 2연패를 달성한다.
농구의 화두는 역시 여자농구 단일팀이다. 단일팀 주장 임영희(38·우리은행)는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하게 돼 굉장히 영광”이라며 “북측 선수들이 합류한 이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북측 선수와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남측 기수로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는 ‘라건아’라는 한국 이름으로 귀화해 처음으로 국제종합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게 될 리카르도 라틀리프(29·현대모비스)에게 시선이 쏠린다.
전통의 ‘효자 종목’들도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6·대전시체육회)은 “아시안게임에 가서 시원한 성적을 거두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총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태권도에서 한국은 최대 9개의 금메달을 노린다. ‘믿고 보는’ 양궁은 다시 한 번 전 종목(8개) 석권에 도전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혼성 메달이 생기면서 서울대회 이후 32년 만에 양궁에서 최대 3관왕 탄생이 가능해졌다. 2016 리우올림픽 2관왕인 장혜진(31·LH)은 아시안게임 첫 개인 메달에 도전하고, 남자 세계랭킹 1위 김우진(26·청주시청)은 8년 만의 정상 탈환에 나선다.
불혹의 ‘사격 황제’ 진종오(39·KT)는 세계 사격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이뤘지만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금메달이 없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고 못 박으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남자 50m 권총이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폐지되고 단체전까지 사라지면서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 한 종목에만 나선다.
한국 선수단 여자 주장을 맡은 펜싱 남현희(37·성남시청)는 하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한다.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2006·2010년 금메달, 단체전에서 4연패(2002~2014)를 일궈내 통산 6개의 금메달을 갖고 있는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보태면 박태환(6개)을 넘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2관왕에 오르면 동계아시안게임 이승훈(7개)까지 넘는다. 남현희는 “부산아시안게임부터 계속해서 출전하고 있는데 대회에 임할 때마다 금메달이 목표였고 이번에도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레슬링과 유도는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원이 끊겨 선수층이 얇아진 레슬링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리우올림픽에선 노골드에 그쳤다. 이번에 2연패에 도전하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77kg급의 김현우(30·삼성생명)와 67kg급 류한수(30·삼성생명)를 필두로 최소 5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 제2의 중흥기를 열겠다는 각오다.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 선수만 4명을 보유하고도 노골드의 수모를 당한 유도도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최소 5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남자 66kg급의 안바울(24·남양주시청)과 은메달리스트인 여자 48㎏급 정보경(27·안산시청), 78㎏급 세계랭킹 1위 김민정(30·한국마사회) 등이 금메달 후보다.
동계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하계아시안게임은 4년마다 늘 같은 해에 열린다. 하계아시안게임은 올해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인도네시아에서 56년 만에 열리는 올해 아시안게임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 나라 1만 13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17일간 465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육상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목이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사격과 조정 등 17개 종목은 팔렘방에서 개최된다.
적도 바로 아래(남위 6.55도) 1만 37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2억 6000만 명의 대국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일곱 번째 도시 팔렘방(인구 140만 명)이 이번 대회의 주 무대다. 팔렘방은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400여km 떨어져 있다. 자카르타는 자바섬, 팔렘방은 수마트라섬에 위치해 있다. 이 대회의 애초 개최지는 베트남 하노이였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과도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개최권을 반납했고, 이를 인도네시아가 이어받았다. 대회 슬로건은 ‘아시아의 에너지(The Energy of Asia)’다. 주경기장은 자카르타 도심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으로 7만 6127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이다.
성환희│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