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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2018.08.05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정말 심각합니다. 돌봄의 틈새와 사각지대에서 한 여성의 삶은 경력단절로 이어집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돌봄은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말이다. 아이를 낳는 것도 쉽지 않지만 기르는 건 더 그렇다. 하나의 생명이 제 앞가림을 할 때까지는 누군가의 24시간 교대도, 휴가도 없는 돌봄노동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그 ‘누군가’는 대부분 엄마였다. 엄마는 세상과 단절된 채 아이와 고립된 섬에서 밥과 잠은 모자라고, 우울과 분노는 넘치는 ‘독박육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잘 싸우지 않던 부부가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다투는 경우도 많다. 직접 육아의 주체가 되어보지 않으면 그 고단함과 서운함을 알 수 없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시작한 한 변호사는 “아내가 나의 퇴근 무렵까지 제대로 밥을 챙겨먹지 못했다고 할 때면 의아했는데 일주일 만에 바로 체험했다”고 말했다. 결국 돌봄의 틈새와 사각지대를 함께 메울 동료이자 전우는 아이의 부모, 부부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2017년 1월 업계에서 최초로 94개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6월 말까지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은 2000명이 넘었다. 남성육아휴직자 전체 인원의 10명 중 1명은 롯데 직원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총 남성육아휴직자 수인 1만 2043명 중에 롯데의 남성육아휴직자 수는 1100명으로 9%에 해당했다. 이들은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첫 달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았다.

롯데그룹 남성육아 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 롯데그룹 남성육아 휴직자 교육 ‘대디스쿨’ ⓒ롯데

롯데지주회사 홍보팀의 최민호 수석은 “‘눈치 보지 않는 육아휴직 문화’가 조직 내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 사이에 경쟁이 붙을 정도로, 남성육아휴직이 그룹 안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로 직원의 가정에 임신 및 출산 소식이 있으면 ‘곧 휴직하겠구나’라고 조직원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각 팀의 리더들은 이로 인한 업무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한다.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 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은 900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00명가량이 사용했습니다. 1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었죠.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가 안착되면서 제도 이용에 부담을 느껴 사용을 미루는 직원이 사라진 데다, 육아와 가사분담이 많이 필요한 시기인 출산 초기에 제도를 이용하려는 직원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롯데는 자체적으로 남성육아휴직을 경험한 직원의 배우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편의 육아휴직이 육아와 가사분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이 높아지면서 향후 자녀 출산 계획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육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를 묻는 물음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72%,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19%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91%가 남편의 육아휴직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셈이다. 또 가장 도움이 된 측면으로는 ‘가사와 육아를 부부가 함께하고 있다’라는 심리적 위안을 꼽았고, 남편의 육아휴직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라고 답했다.

육아가 회사 일보다 힘들다는 걸 알다

육아대디를 위한 책 <처음아빠>, 워킹맘을 위한 책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

▶ 육아대디를 위한 책 <처음아빠>, 워킹맘을 위한 책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 ⓒ롯데

“지난 1년 반가량의 남성육아휴직의 경험을 담아 남성육아휴직 지침서 <처음아빠>를 제작해 사내용으로 배포했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워킹맘들을 위한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를 펴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만들었습니다. 7월부터는 남성육아휴직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대디스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아빠들이 아이를 키울 때 참고할 정보와 팁을 비롯해 남성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원들의 수기가 담겨 있다. 이 중 늦둥이 셋째를 얻으면서 아내 없이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롯데마트 이익중 사원의 수기도 담겨 있다. 그는 남성육아휴직을 경험한 뒤 “육체적으로는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과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한 한 달의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며,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썼다.

실제로 남성육아휴직 전후 남편의 가사분담 시간이 휴직 전 일평균 1.2시간에서 휴직 후 2.9시간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설문에 참여한 배우자의 89%는 향후 자녀출산계획에도 남편의 육아휴직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렇게 육아와 가사를 ‘함께’할 수 있다면 둘째도 셋째도 낳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롯데지주 인재육성팀 기원규 상무는 “롯데의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는 초기 업무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그룹 최고경영자의 관심 속에 빠르게 정착했고 다양한 순기능이 조직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육아휴직과 같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 함께하는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및 출산율 제고에 일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성육아휴직 문화 정착에 앞장선 기업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남성육아 참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자녀를 둔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1개월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육아월’(30일 휴가제), 1개월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근무시간 2시간 단축 제도’도 시행된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1년간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 직원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을 100% 보전해준다. 통상임금과 정부의 육아휴직 지원금 차액을 회사가 전액 지원하는 방식이다.

KT&G 
KT&G는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한다. 남성육아휴직자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휴직자에게 지급되는 휴직지원금과 인사평가 등의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KT&G는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는 임직원들의 금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금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육아휴직 1년 차에 지급되는 정부지원금 100만 원에 회사가 1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2년 차부터는 회사가 200만 원을 전부 지원해 별도의 소득 없이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사람이 우려하는 복직 문제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복귀 시 휴직 전과 같거나 유사한 직무에서 근무하도록 배려하고, 휴직기간 동안 인사평가는 평균 이상의 등급을 부여하도록 했다.

SK 
SK는 최근 ‘초등학교 입학자녀 돌봄 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직원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최장 90일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과 별개로 사용 가능하며 재직기간으로 인정받는다. 현재는 최대 2년의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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