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로 1980년 도입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라 불렸다. 8월 21일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합의했다. 건설사의 4대강 담합사건과 같은 중대한 담합행위는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바로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담합법 집행 권한을 나눠가지게 되면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담합사건 수사의 열쇠가 되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즉 리니언시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주도권을 갖는다. 자진신고 위축을 대비해 형벌 감면 근거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8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박상기 장관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부의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중 하나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및 자진신고제와 관련해 많은 협의를 해왔다”며 “전속고발제도가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된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해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8월 2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진신고 위축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은 그동안 국민과 소비자 권리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법무부와 공정위는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네 가지 유형의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유통 3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상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는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의 부분에서는 전속고발제가 유지된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라 자진신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감면하는 법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1순위 자진신고자의 경우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하고, 2순위 자진신고자의 형은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식이다. 이와 함께 자진신고 접수창구는 기존 공정위 창구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다만 관련 정보는 검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협의체를 구성해 자진신고의 경우 일반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하고,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은 검찰에서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진신고 비밀 유지 및 사건 처리를 위해 대검찰청에 전문 인력을 별도로 지정할 예정이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제도 개선과 관련해 네 차례의 기관장 협의, 아홉 차례의 실무 협의를 개최해 지난 8월 14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양 기관은 합의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점을 고려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별 폐지하는 것으로 부처 간 최종 합의했다”며 “국민 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 사법당국이 조사하도록 하고, 공정위와 검찰의 이중조사로 기업 부담이 늘지 않도록 담합사건을 처리하는 데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