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물이 연료로 사용될 것이며, 그것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가 단독으로 또는 함께 사용되어 석탄이 할 수 없는 강도의 열과 빛의 무진장을 공급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이는 1874년에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신비의 섬>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류는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수소는 고갈의 염려도 없고, 이용과정에서 CO₂도 전혀 나오지 않는(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용하거나, 광화학적 방식 등의 청정수소 생산기술이 실용화되면 생산과정에서도 CO₂가 전혀 나오지 않는) 가장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소를 에너지로 쓰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개발도 필요하고, 지금의 화석연료가 편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도 있어서 이제까지 수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2015년 파리협약이 체결되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의 CO₂ 감축의무를 지게 되었다. CO₂감축이 이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아예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사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내연기관차의 연비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향후 내연기관 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선언까지 내놓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CO₂ 배출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화석연료 기반의 제조업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면서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흐름이 이제는 더는 화석연료 중심의 제조업과 제품이 세계시장에 설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마음이 어두워진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8월 정부는 수소경제를 혁신성장의 3대 전략투자 분야의 하나로 포함해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 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걸쳐 육성해나간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수소법’도 마련하는 등 제도적 틀을 갖추겠다고 한다. 그리고 청정수소의 생산이라든가, 액화와 같은 고효율 저장 등의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수소공급기지도 구축하며, 수소선박, 열차, 건물용 등 수소의 활용 범위도 더욱 넓혀나가겠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 주요국들은 앞으로의 세계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에너지 기본계획에 수소경제 실현을 반영하면서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선언했으며, 이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2017년 12월에는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은 2016년 말 ‘수소 굴기(堀起, 우뚝 섬)’를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해 자동차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라 큰 폭으로 늘어난 버려지는 전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수소-ESS 실증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수소경제 이행 2030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는 배기가스 제로 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율을 전체의 1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수소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에너지이면서 제조업이다. 우리가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의 에너지와 제조업을 리드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과 지속적인 성장을 병행할 수 있는 미래의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세계 7위의 CO₂ 배출국, 미세먼지, 에너지 해외의존도 93% 등과 같은 우리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면서 말이다.
신재행│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