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내년부터 30만 원으로 앞당겨 오른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최근 노년층과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대폭 악화되자, 정부가 일자리·소득분배에 속도를 높인 것이다.
7월 18일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초연금 조기 인상, 자활사업 급여 인상, 긴급복지 확대 등 다수 복지정책을 담은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 재정을 풀어 취약계층의 소득 안정을 도모하자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 2분위의 소득이 각각 8%, 4% 감소했다. 또 1분위와 2분위는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이 43.2%, 11.6%에 해당할 정도로 가구주 연령이 높은 편에 속했다.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로 구분하면 영세사업자나 임시·일용직이 특히 1분위 가구에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저소득층 맞춤형 일자리·소득 지원과 함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일자리 지원 차원에서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EITC는 일을 해도 가난한 저소득 빈곤층에게 세금 환급 방식으로 근로장려금을 지원, 실질소득을 높이는 제도다. EITC 개편안의 핵심은 지급액 인상과 지원 범위 확대다. 최대 지급액을 살펴보면 단독가구는 8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홑벌이 가구는 200만 원에서 260만 원으로, 맞벌이 가구는 2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저소득층 일자리·소득분배 가속화
지원 대상은 기존 ‘30세 미만 단독가구 제외’ 기준에서 연령 조건을 폐지해 20대에게도 근로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가구당 1억 4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재산 요건을 완화했다. 소득 요건 문턱도 낮아졌다. 단독가구 기준은 1300만 원 미만에서 2000만 원 미만으로, 홑벌이 가구와 맞벌이 가구는 2100만 원 미만에서 3000만 원 미만으로, 2500만 원 미만에서 3600만 원 미만으로 각각 올랐다. 최대지급액을 받을 수 있는 구간도 넓어진다. 정부는 낮은 소득금액부터 최대지급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최대지급 구간은 현행 대비 약 2~3배 넓혀 저소득층을 두텁게 지원한다.
지급 방식은 ‘다음 연도 연 1회’에서 ‘당해 연도 반기별’로 변경된다. 현재는 다음 연도 지급 방식을 채택해 소득 발생시점과 장려급 수급시점의 차이가 커, 소득 증대 및 근로 유인 체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상반기 소득분에 대해서는 같은 해 12월 말에, 하반기 소득분에 대해서는 이듬해 6월 말에 지급함으로써 지급 주기를 단축한다.
근로장려금 일부는 압류할 수 없도록 하는 안도 마련됐다. 세금을 내지 않아 압류 대상이 되더라도 근로장려금의 30%를 체납액에 충당하고 남은 환급액 중 일정 기준 이하는 압류 불가다.
근로장려금 개편 방안
![근로장려금 개편 방안 근로장려금 개편 방안](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7/23/20180723062532206_3AHY5XE0.jpg)
ⓒ관계부처 합동
이 같은 내용의 개편이 이뤄지면 내년부터 EITC 대상자는 2017년 기준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두 배 이상, 총 지원액은 1조 2000억 원에서 3조 800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다.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나왔다. 소득빈곤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은 노인을 위한 일자리 지원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산업 위기 지역 노인에게 일자리 3000개를 추가로 제공한다. 따라서 울산 동구, 군산, 창원 진해구, 거제 등의 노인들은 월 27만 원 수준의 소득 제고 효과를 얻게 될 전망이다. 더불어 내년에는 올해 대비 8만 개 이상 노인 일자리를 늘려 총 60만 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학업지도, 장애인 시설보조 등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1만 개 신설하고 기존 공익활동보다 최대 두 배에 달하는 60시간의 활동시간과 54만 원의 수당을 보장한다.
졸업 이후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은 내년부터 월 50만 원 한도로 6개월 동안 구직활동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정부 취업 지원 프로그램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에 참여하는 청년에 한해 3개월간 월 30만 원이 지원되고 있다. 정부는 구직활동 지원금과 별개로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에게는 30만 원 한도로 3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채무불이행 근로자의 압류금지 금액은 최저임금 수준 등을 감안해 상향조정된다. 현행 압류금지 금액은 월 150만 원으로 최저임금이 월 90만 원 수준이었던 2011년 이후 동결됐다.
저소득 노인 기초연금 30만 원 조기 인상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7/23/20180723062700104_8AM5Y1J8.jpg)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7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소득 지원 측면에서는 ▲기초연금 조기 인상 ▲기초생활보장 강화 ▲주택연금 제도 개선 방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2019년부터 65세 이상이면서 소득 하위 20% 노인 대상의 기초연금을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조정한다. 이와 함께 2020년부터는 소득 하위 20~40%의 노인들도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당초 정부는 2021년부터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려 했으나, 노인가구의 소득이 하락하고 빈부격차가 커지자 계획보다 서둘러 조정하게 됐다. 이로써 2019년에는 약 150만 명, 2020년에는 약 300만 명의 수급자들이 기초연금 조기 인상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9월에 예정된 기초연금 인상도 계획대로 이행되면서 소득 하위 70% 노인들은 21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늘어난 기초연금을 받는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2022년에서 2020년으로 앞당겨 폐지된다. 종전에는 소득이나 재산 수준이 극히 낮더라도 부양의무자(재산과 소득이 있는 가족)가 있는 경우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반면, 내년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 하위 70% 중증장애인 또는 노인이 포함되면 수혜가 가능해진 것이다. 약 7만 명이 추가 지원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하는 7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생계급여가 더욱 늘어난다. 현재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구의 소득인정액 산정 시 근로소득액의 30%를 공제, 공제한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추가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근로소득액에서 20만 원을 우선 공제하고 남는 근로소득의 30%를 추가 공제하는 방식으로 근로소득 공제 수준이 확대된다. 이럴 경우 약 1만 6000명의 생계급여액이 이전 대비 최대 14만 원 늘어날 전망이다.
자활근로 참여자의 급여는 최저임금 대비 70%에서 80% 수준으로 상향된다. 동시에 정부는 생계급여 산정 때 자활 근로소득의 30%를 소득인정액에서 공제할 계획이다. 자활근로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자 등 근로빈곤층 자활 지원을 목적으로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긴급복지 지원 대상 확대방침도 발표됐다. 긴급복지는 실직 등 위기 사유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저소득층에 긴급 생계비를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재산기준이 엄격해 긴급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고, 정부는 이를 고려해 내년부터 그 기준을 완화한다. 현행 일반재산 기준은 대도시 1억 3500만 원, 중소도시 8500만 원, 농어촌 7300만 원이지만 내년부터는 각각 1억 8800만 원, 1억 1800만 원, 1억 100만 원으로 변경된다.
한부모 가족의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 범위 또한 현재 14세에서 18세 미만 자녀로 내년부터 넓어진다. 지원 금액은 월 13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오른다.
결제수수료 영세상인 부담 완화
이 밖에도 정부는 주택연금제도를 개선한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이면서 소유한 주택이 9억 원 이하일 때 해당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매달 평생 국가가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지금은 해당 주택을 전세로 주고 있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관련법을 개정하고 내년부터는 전세를 주고 있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낮은 금리의 자금 조달 방식을 도입해 가입자 연금 수급액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영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대책으로는 크게 경영 부담 완화와 영업·재기 안전망 강화가 발표됐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 ‘소상공인 페이’를 구축해 결제수수료 부담을 최대 0%까지 내릴 방침이다. 매출액별 수수료 변화율을 보면 3억 원 이하인 경우 0.8%에서 0%로, 3억~5억 원의 경우 1.3%에서 0.3%로, 5억 원 이상은 2.5%에서 0.5%로 각각 줄어든다. 정부는 이용금액에 대해 전통시장에 준하는 40% 소득공제 지원도 약속했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관계기관과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운영하고 소상공인 수수료 경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만약 신규 사업자가 사업 개시 이후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선정된다면 선정 직전 6개월간의 카드매출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소급 적용한다.
당장 7월 31일부터는 편의점, 제과점, 약국 등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 이 같은 개편을 통해 평균 수수료율이 편의점은 0.61%p, 제과점은 0.55%p, 약국은 0.28%p 각각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소상공인이 운영·긴급생계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받을 수 있는 ‘해내리 대출’을 1조 원 추가 확대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주 부담을 덜어낼 수 있도록 내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올해 범위 내에서 지속 지원한다.
영세사업주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 추진도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도시재생·상권 쇠퇴 지역 내 노후상가를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형태로 상권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기한은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철거·재건축 등으로 갱신을 거절당하는 임차인의 보호방안도 구축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민관합동 TF를 거쳐 국회 계류 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통합, 법제화하기로 했다.
영업 안전망 확보를 위해 1인 소상공인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대상과 지원금액도 확대한다. 대상은 1등급에서 2등급까지, 금액은 30%에서 50%로 변경된다.
정부는 또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영세사업자 약 3만 5000명의 재기를 지원하고자 부실채권 4800억 원(2017년 기준)을 조기 정리한다.
폐업 소상공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사업정리·재취업을 돕는 ‘희망리턴 패키지’가 강화한다. 구체적으로는 점포 철거와 원상 복귀 지원규모가 확대되고 지원한도는 100만 원 인상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가맹점주 단체 신고체제가 도입됨으로써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본부의 광고·행사 시 점주의 사전 동의가 의무화된다. 정부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의 영업지역에 대해 점주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가맹본부·임원의 부도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명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추가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대폭 인하, 소비 활성화
소비와 투자 활성화, 대표 규제 혁신을 기반으로 일자리 창출 여력을 강화하겠다는 대책도 나왔다. 일단 내년 한 해 동안 2008년 이전에 등록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최대 100만 원 한도 내에서 70%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한다. 조기 폐차 지원 대상은 2005년 말 이전 등록차량으로 3.5톤 미만은 최대 165만 원, 3.5톤 이상은 770만 원 한도에서 폐차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정부는 기금운영계획 변경과 공기업 투자 등을 통해 3조 8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주택도시기금의 지출 규모를 2조 4000억 원 늘려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등을 확대한다. 고용보험기금과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등에서도 5000억 원을 추가해 고용유지 지원금 규모 등을 늘린다. 또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통해 공공기관 태양광 보급 사업 등에 3000억 원을 추가 지출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이 주거·안전·환경 분야에 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지역 일자리 사업이 성공 모델로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가 현대차그룹의 공장을 유치하고 근로자는 임금을 낮추기로 했듯,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지역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가리킨다.
대표 규제혁신의 속도도 빨라진다. 정부는 그동안 이해관계 대립 탓에 사회적 논의조차 어려웠던 장기 미해결 규제혁신을 위해 범정부적 차원의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기초연금 인상 계획 기초연금 인상 계획](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7/23/20180723062752352_0R0EDV37.jpg)
ⓒ관계부처 합동
중장기 차원 구조적 대응 방안도 추진
무엇보다 정부는 소득분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단기적 대책과 동시에 사회보장제도 강화, 실업안전망 확충, 생애주기별 맞춤형 소득지원 강화 등 구조적 대응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된 기초연금 인상과 동시에 오는 9월부터는 장애인 연금을 21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리고, 일용근로자의 국민연금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 기간을 확대하고 예술인, 특수형태근로자 등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세운다.
생애주기별 소득지원 방안은 아동, 청년, 노인으로 구분된다. 정부는 0세~5세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저출산 문제에 대응한다. 청년에게는 구직활동, 직업교육·훈련 지원을 강화한다. 노인에 대해서는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고 참여수당을 인상한다는 구상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대책 발표와 함께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 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