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승차감도 좋아요.”
지난 11월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여객 차고지에서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 캐릭터를 입힌 405번 버스가 출발했다. 405번 버스는 염곡동에서 서울광장을 순회하는 버스다. 겉모습은 보통의 저상버스와 다르지 않지만, 일단 버스를 타면 승객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내연기관 버스와 비교할 때 진동과 소음이 적었다.
▶ 11월 27일 405번 수소전기버스에 탑승한 승객들 ⓒC영상미디어
처음에는 단순히 새 버스라고 생각했던 승객들은 탑승한 버스가 서울에 처음 도입된 수소전기버스라는 사실을 알고는 스마트폰으로 관련 기사를 검색하며 새로운 탑승 시설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버스 내부에 수소전기차 관련 자료가 붙어 있어 이동 중 궁금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은 한 대의 수소전기차량이 하루 4회만 운행하기에 대부분의 손님이 첫 승차였다.
손님들은 “진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수소전기차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시승 소감을 들려주었다.
운전을 책임지는 오백수(55) 기사 역시 “확실히 소음이 적고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인다”며 “공기를 정화해주는 역할도 하니 더욱 좋다”고 새로운 차량에 만족했다.
전국 주요 도시 1000대 보급 예정
지난 11월 21일 처음으로 서울 시내버스 정규노선에 투입된 405번 수소전기버스는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수소차의 경쟁력을 홍보했다. 현재 서울에 1대가 운영 중이지만, 향후 전국 주요 도시에 1000대가 보급될 예정이다. 수소전기버스가 정규 버스 노선에 투입된 것은 지난 10월 22일 울산에 이어 두 번째다.
405번 버스는 본격적 도입을 앞둔 최종 테스트 성격이 짙다. 내년 8월까지 하루 4~5번 운행하면서 버스의 성능을 시험한다. 특히 하루 1회 수소 충전으로 운행에 별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15분 정도에 충전이 가능하고, 1회 충전으로 317km 운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내년 3월부터 서울 7대, 울산 3대, 광주 6대, 창원 5대, 서산 5대, 아산 4대 등 전국 6대 도시에 총 30대의 수소전기차가 순차적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린다. 수소전기버스 1대가 성인 76명이 마시는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수소전기차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즈음 더욱 각광받는 이유다.
실제 405번 버스 뒤의 배출구에는 매연이 아닌 산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이 흘러나온다. 일부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안전을 걱정하기도 한다. 수소를 폭탄으로 연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안전성 우려에 대해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는 수소가 폭발하려면 일정 압력 이상으로 압축되어야 하는 등 여러 조건이 가능한데,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인 수소는 대기 중에 노출되면 바로 흩어져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소는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총격시험, 파열시험 등을 포함한 수소탱크 안전인증시험을 실시해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2022년 수소충전소 100개 설치
수소버스와 더불어 전기버스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11월 15일부터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1711번 노선 차량을 전기버스로 바꿔 운행하고 있다. 1711번 버스는 국민대∼평창동∼경복궁∼시청∼서울역∼용산∼공덕역을 오가는 버스다. 11월 15일 버스 1대가 운행을 시작으로 20일까지 1711번 버스 9대가 전기버스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전기버스를 3개 노선, 총 29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의 9∼11년 이상된 노후 차량을 교체해 2025년까지 전기버스를 3000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소전기차 보급의 장애물로 부족한 충전소를 꼽을 수 있다. 첫 수소전기차 노선으로 405번 버스가 선정된 이유 중 하나가 차고지 근처에 충전소가 위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1월 21일 현대차, 한국가스공사 등 13개 기업은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발대식을 갖고 1350억 원을 출자해 2022년까지 100개의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정부 역시 수소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수소차 연료용기 부품에 대한 인증기준을 최신 국제기준과 부합하게 개선해 기업의 이중개발 부담을 완화한다. 또 성능시험, 시범운용으로 생산하는 친환경차의 배출가스 인증 생략 가능대수를 확대해 성능 테스트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압축수소 운송용 튜브트레일러 용기 압력 및 용적 제한을 완화해 압축수소 운송 시 대용량 용기 사용이 가능하다. 친환경차 충전소에 타사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게 해 충전사업자의 부가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또 수소충전소 운영 부담 완화를 위해 수소차 운전자의 셀프 충전 허용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적은 소음, 부드러운 승차감 만족”
▶ 오백수 405번 운전기사
수소전기차 운전 소감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좋기는 좋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대한 것만큼 좋다. 소음이 적고 승차감도 좋다. 부드럽게 주행이 된다.”
특별한 교육은 없었나?
“차량 인수 전에 현대차에서 운전교육이 이뤄졌다. 기사들에게는 비상 상황 조치 방법을 알려줬다. 조작 방법은 기존의 저상버스와 별 차이가 없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
“차가 조용해서 좋다는 반응이 많다. 대부분 저상버스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더욱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특히 공해가 없다는 점이 좋다. 차량 자체가 공기를 정화한다고 들었다.”
경사가 심한 도로를 올라가는데 힘이 부족하지는 않는가?
“무리가 없다. 경사 길에서 일반 차는 뒤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는데, 수소전기차는 쭉 올라간다. 안전성 측면에서 나은 것 같다.”
불편한 점은 없나?
“매일 한 번 충전을 위해 이동해야 한다. 향후 충전시설이 늘어나면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