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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강제퇴근… 처음엔 얼떨떨했죠”

2018.07.09

이마트는 점포수 157개점, 종업원 2만 7490명, 2018년 1분기 매출액만 4.1조 원인 대형마트 브랜드 파워 1위 기업이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본사. 오후 3시가 지난 시각, 직원들로 북적거려야 할 14층의 카페테리아는 텅 비었다. 6층 흡연실도 ‘9to5 실행으로 흡연실은 점심시간만 출입 가능’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걸린 채 굳게 닫혀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하루 일과 7시간 이내에 주어진 일을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긴장감 때문인지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퇴근을 5시에 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직원들의 일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C영상미디어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발표하고, 올해부터 주 35시간, 1일 7시간 근무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 35시간 근무는 유럽 및 해외 선진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근무 형태다. 정부가 대한민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OECD 선진국 수준인 1800시간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의 이번 조치는 선도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반면, 노동 생산성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생산성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이며 구글, 아마존 등 대표적인 혁신 기업들 역시 생산성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마트는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더 짧은 업무시간에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효율 위해 카테고리 배송, 자동발주 등 시스템 개선

이마트는 제도 시행에 맞춰 현장별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짧은 시간에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오후 5시부터 PC 셧다운제를 실시 중이다.

PC 셧다운제는 오후 5시 20~30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사전에 담당임원의 결재 없이는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정상환 과장은 “오후 5시가 되면 PC에 ‘업무를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고지되고 30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며 “5시 30분이면 PC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게 된다”고 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자리 이석, 회의 등을 최소화하는 근무문화를 만들고 있다. 정 과장은 “주 35시간 근무제 이전엔 부원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 먼 곳으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회사 주변에서 해결한다”며 “흡연하는 직원들도 평소 네다섯 차례 흡연하던 것을 가급적 점심시간 흡연으로 횟수를 줄이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한시간 앞당겼다. 이에 따라 짧은 시간에도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했다. 이마트 물류의 경우, 점포의 검품 직원이 직접 하던 상품 분류 업무를 물류센터에서 이미 분류를 시작하는 체계를 구축해 점포 상품 입고 시간을 절반 정도 단축했다.

성수점 기준 일평균 다섯 시간이 걸리던 상품 분류시간을 두 시간 반 수준으로 단축했다. 또 최근에는 소형점포 25개점에 대해 상품 분류를 더욱 세분화해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이와 함께 물류센터에서 소용량 분류 업무를 적용해 상품 입고 효율을 더욱 높였다.

또 매장별 상품 발주를 매장 담당자가 직접 넣던 것에서 시스템을 통한 자동발주로 변경해 발주시간을 단축했다. 캐셔직군 역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환경을 개선했다. 원거리 계산대 교대가 발생하는 점포의 경우, 캐셔 대기 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근로 여건을 개선했다. 현재 63개점에 추가 캐셔 대기실 설치를 완료했다.

노동시간 단축 이후 임직원들과 사무실 모습도 변했다. 이마트 본사의 경우, 30%를 넘던 야근율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 이후 1% 미만으로 줄었다. 김채언 대리는 “부서별로 야근율 통계를 내기 때문에 야근을 시키는 부서장은 없다”며 “퇴근시간이면 엘리베이터홀에 일거에 퇴근자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고 했다.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는 일주일 평균 3회에서 1.5회로, 평균 회의시간은 두 시간에서 한 시간으로 각각 절반으로 줄었다. 또 근무 집중 환경에 따라 점심시간을 준수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본사 직원식당의 월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해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임직원들의 워라밸은 크게 개선됐다. 사내 피트니스 이용 임직원 수는 지난해 하루 140~150명 수준에서 일 2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정상환 과장은 “막상 5시 퇴근을 하게 되자 얼떨떨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테니스, 암벽 등반,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며 “교사인 아내와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월요병이 사라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내 어린이집도 지난해 12월까지는 정원의 20%가량이 오후 7시까지 남아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6시 이전에 전원 퇴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노동시간 단축' 관련 변화된 주요 수치

자료│이마트

유연근무제 추가 도입, 근무 환경 개선

신세계그룹은 주 35시간 근무제도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근무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부터 본사 유연근무제를 추가로 도입했다. 해외 업무나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와 업무 집중 시기가 명확한 재무부서 등 업무 특성상 제도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부서를 고려한 제도다.

신세계그룹 홍보팀 김남곤 부장은 “맞벌이여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퇴근을 하는데, 퇴근시간이 오후 5시여서 더욱 여유로워졌다”며 “먼저 퇴근해 아이들을 챙기고 있으면 늦게 들어온 아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부장은 “이마트의 노동시간 단축의 가장 큰 특징은 임금 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함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 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한다는 점이 다른 기업과 다르다”고 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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