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2004년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 체감되는 가장 큰 변화다. 오래 일하는 우리 사회 관행을 바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기업 현장에서는 인력 운용에 압박감을 호소하지만 노동시간을 줄이고도 오히려 성장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종합숙박 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주)위드이노베이션은 2017년 4월부터 1년 넘게 ‘주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며 전년 대비 매출이 두 배로 껑충 뛰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6년 246억 원 매출에 130억 원 적자였던 경영 상황이 518억 원 매출, 61억 원 흑자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통해 절대 근무시간을 줄여도 업무 효율성을 향상해 높은 생산성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노동시간 단축 후 매출 2배, 직원과 회사 윈윈
▶ 위드이노베이션은 근로 단축의 세부 운영에 대해 많은 토론을 거쳤다. 월요일 1시 출근은 90% 이상의 구성원이 찬성했다. ⓒ위드이노베이션
위드이노베이션 직원은 월요일 오전이 가장 여유롭다. 출근 시간이 ‘오후 1시’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출근 시간을 파격적으로 늦추면서 고질적인 월요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주중 가장 막히고 붐비는 월요일 출근 시간대를 피해 여유 있게 집을 나서면서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평소처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문지형 위드이노베이션 이사는 “수요 조사를 할 때 금요일 점심 퇴근과 월요일 오후 출근 중에 택하도록 했는데, 구성원의 90% 이상이 월요일 오전에 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젊은 직원들이라 ‘불금’을 택할 줄 알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고 설명했다.직원들은 일요일 저녁까지 휴식과 여가를 충분히 즐기고 월요병에 걸리지 않도록 오후에 출근하는 것을 원했다. 일주일에 하루지만 여유로운 출근은 일상의 풍경들을 바꿔놓았다. “아이와 브런치를 먹고 여유롭게 등원을 시켰다”는 워킹맘부터 아이와 놀이공원을 방문하거나 유명 전시회를 보면서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히는 직원들도 있었다.
“내가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사람이 그만큼 여유로워지죠. 저는 월요일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데, 평소 하는 일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색다르고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조현기 기업문화팀장)
이발을 하거나 은행과 관공서 업무를 보는 등 실용적으로 시간 소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 35시간 근무제 1주년을 자축하며 사내에서 ‘주35시간 근무제, 2018 스마트폰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사진전에는 유치원 등원시키는 아빠의 뒷모습과 헬스로 몸을 다지는 몸짱들의 모습, 한가로운 전시 관람 풍경 등이 담겨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장면들이다.
근무시간이 단축됐다고 업무량이 늘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줄어든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업무 안배를 했다. 업무시간에는 딴 짓할 시간 없이 몰입하게 된다. 사내에서는 ‘카톡’ 금지지만, 직원들은 이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임금동결에 노동시간만 줄었기 때문에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전부 다시 써야 했습니다.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줄이는 회사도 있다지만, 저희 선택지는 아니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도 직원에게 투자 개념으로 실시했기 때문이죠.”(조현기 기업문화팀장)
▶ 1 회의는 대부분 월요일 오후에 시작되는데, 짧고 간결하게 끝내는 것이 필수다. 2 여기어때 마스코트 ‘콩이’ 3 위드이노베이션의 사내 카페에 걸린 포스터. 월요일 1시 출근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C영상미디어
회사의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
문지형 이사는 “창의력과 혁신이 필요한 IT 업종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생산성이 늘지 않는다”면서 “직원들을 믿고 명확한 목표의식과 동기를 부여한 것이 업무 효율성을 늘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경영 이념에서 시작됐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구성원이 행복하고, 구성원의 만족감이 좋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여기어때’의 근무환경과 복지제도는 직원들은 물론 구직자들의 구미까지 당기게 만들 정도다. 먼저 연차 휴가 신청서에는 사유란이 없다. 사유란 없는 전결이다. 음식 맛이 좋아 방송에도 소개된 구내식당은 삼시 세끼가 모두 공짜다.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가 제공되면 업무의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건강한 업무 환경을 약속하는 것이다. 여기에 회사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도 단돈 ‘800원’이면 충분하다. 회사 맞은편의 헬스클럽의 비용도 지원하는 데다가 도서구입비는 매달 무제한으로 지급된다. 직원의 자기계발을 후원하는 의미에서다. 때문에 한 달 도서구입비로만 800만~1000만 원이 넘게 지출되지만 회사는 꼭 필요한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데에는 그만큼 절실한 회사의 이해가 걸려 있다. 문지형 이사는 “인재들이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어때’는 숙박 정보 제공 사업을 하지만 본질은 IT기업이다. 모든 서비스가 앱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인력들이 대표 IT기업이 아닌 위드이노베이션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은 차별화된 이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큰 기업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워라밸을 승부처로 삼았고 격무에 지친 우수 인력들이 ‘여기어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올해 상반기 채용 결과 기술 인력 채용 경쟁률은 지난해의 8배에 달했다. 최근 진행한 인사직군에서는 10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퇴사율이 줄어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읽은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부정하고 싶은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이 된다. 이제 다 같이 주35시간 근무제라는 꿈을 꿀 차례다.
강보라│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