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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리더십 1년’ 한반도 패러다임을 바꾸다

2018.06.17

문재인정부가 출범할 당시, 통일외교안보 환경은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THAAD)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심화됐다.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핵무기 고도화가 이뤄졌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최대 압박’을 본격화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와 연이은 도발을 지속했다. 괌 포위 사격을 공언하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위해 질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전쟁 반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평화우선주의’를 천명했다.

평화는 시대적 소명이자 생존 전략

문재인정부는 ‘오직 평화’라는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병행 추진해왔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의 핵심은 지난해 7월 6일 베를린에서 밝힌 ‘신한반도 평화비전’(베를린 구상)에 잘 나타나 있다. 베를린 구상은 김대중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과 노무현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계승해 대한민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끌어내기 위한 베를린 구상은 ① 북한 붕괴, 흡수 통일,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 오직 평화 추구, ②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추구, ③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④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 ⑤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한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의 일관성 있는 추진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을 통해서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며 우리 외교와 국방의 궁극 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임기 중 북핵문제 해결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평화는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의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극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정부는 ‘올림픽 휴전’ 개념을 도입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검토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대표단 파견의사를 밝히면서 대화 국면으로 극적 전환이 이뤄졌다. 현재의 대화 국면을 열게 된 데는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인정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본격화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인정하고 대화를 적극 모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꽤 똑똑한 녀석(a pretty smart cookie)’으로 평가했다.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 위원장과 ‘영예롭게’ 만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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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① 국가체제의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다. ②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③ 남북통일을 가속화하려 하지 않는다. ④ 미군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는 38선을 넘어서 북한에 진공하지 않는다 등 ‘4노(No)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정하고 체제 전환, 정권 붕괴, 흡수 통일, 무력 침공 등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북핵 해결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프로세스, 비핵화 협상 전기 마련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했다. 남북, 북중,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비핵화 협상을 본격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동안 어법에도 맞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란 자기비하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운전대를 잡고 위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켜 비핵평화프로세스(문재인 프로세스)를 본격화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프로세스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문재인-김정은 프로세스로 발전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하면서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프로세스(문·김·트 프로세스)로 발전했다.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중국을 포함한 4자 평화협정을 맺고 북미수교가 이뤄진다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이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국면이 열렸다. 2018년 4월 27일은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날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65년 만에 분단과 전쟁,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해왔던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민족 화해와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여는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 판문점 선언은 냉전시대에서 평화시대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반도 질서의 패러다임을 교체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판문점 선언은 냉전적 적대 질서를 공존적 평화 질서로 바꾸는 ‘판문점 체제(정전협정에 기초한 냉전적 분단체제)’ 해체 선언이다. 판문점 선언에 80% 이상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은 이제 분단체제의 피곤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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