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4분기 가구소득 1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를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는데, 이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은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며 “상용직도 많이 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이런 부분은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비근로자의 소득 감소, 영세자영업자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인 효과는 90%”라고 강조했다.
“근로자 가구 최저임금 긍정적 효과 90%”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6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만 작년 같은 시기 대비 1.8%p 하락했고 나머지 90%는 작년 대비 2.9%p에서 8.3%p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분위에서는 13.45%, 3분위는 10.8%, 4분위는 9.9%, 5분위는 5.3%, 6분위는 5.1%, 7분위는 3.05%, 8분위 4.8%, 9분위 5.1% 상승했다. 즉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높았다. 90%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근거라 할 수 있다. 홍 수석은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에서 나타난 가구단위 소득분배 악화의 주된 원인은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근로가구와 비근로가구를 나누고, 이를 전제로 근로자 가구에 대해 90%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라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높게 증가해 근로자 가구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라고 말한 뒤 “그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대변인은 “지난 정부에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렀고 이로 인한 저성장과 저고용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잃게 되었다”며 “이제 3%대로 회복하는 중이니 정부의 경제정책을 더 크게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정책국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LO 사무실에서 진행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최대 8만 4000명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는 나라마다 시장구조가 다르므로 짐작하기 어렵다”며 “다른 나라 케이스를 분석한 것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SNS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근거로 만든 KDI의 보고서를 비판한 바 있다. 이상헌 국장은 최저임금의 적정선은 결국 분석이 아니라 ‘노사정 협상’으로 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분배를 정상화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규범과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추가적인 경제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성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자신의 SNS에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라면 여러 부작용을 우려할 수 있지만 외국 연구의 고용탄력성을 가지고 와서 몇만 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120% 미만 노동자가 증가하면 고용탄력성이 높아진다고 가정한 부분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낙수효과 경제는 실패로 끝났으며 미국식 자본주의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부자들은 더 부유해졌지만 하위 90%의 평균 소득은 정체돼 있었다는 게 근거다. 그는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좋은 방식이고, 이외에도 근로자 임금에 정부보조금을 더해줘야 하며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정부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분수효과 경제가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자 소득 늘면 소비 활성화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 총회에 참석 중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최저임금 제도는 임금 소득에 대한 분배정책일 뿐, 가구소득 재분배는 다른 정책들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16.4% 올리지 않았다면 소득 양극화가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그 근거로 “4대 보험에 가입한 30인 미만 사업장의 86%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아갔다”며 이들 사업장에서는 적어도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줄이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와 분배효과를 구분해야 한다. 즉 “최저임금은 임금 소득에 대한 고임금, 저임금 노동자 간의 분배정책이며 이를 두고 전체 가계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김 장관은 “고용효과의 경우 인건비 상승이나 실직으로 직접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 소비가 활성화되면 전체 경제가 회복돼 이익이 돌아오는 것으로 손해가 상쇄된다”며 “최저임금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려면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하는데 이번 1분기 발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마치 경제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등이 포함되는 법 개정안이 심의, 의결됐다. 앞서 국회는 지난 5월 28일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매월 지급되던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되던 식대, 숙박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 30여 년간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노사 이견 등으로 개선되지 못했고, 이번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뤄낸 만큼 조속한 입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여야가 오랜 논의 끝에 도달한 결론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