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과 우리 동네를 바꾸는 첫걸음, 6·13 지방선거

2018.06.11 최신호 보기

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선거는 여느 지방선거보다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선으로 선출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로 지방선거는 과도한 정치 논리의 개입과 견고한 연고주의 투표 경향, 그리고 자치단체장·지방의원·교육감 동시선거로 인한 후보자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민선단체장이 출범한 지 벌써 27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주민의 삶과 직결된 지역 이슈나 정책보다는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메가톤급 외교 안보 이슈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지방’이 실종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높고 정당 지지도 판세가 치열하지 않은 점도 선거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후보는 이전보다 더 난립하는 경향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2020년 치러질 총선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각 정당의 지도부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에 총출동하면서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이 가열되고 있다.

선거 후 ‘강력한 지방분권’ 가시화 전망
 
이 같은 현상 때문에 한국지방자치학회를 비롯한 지방분권·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적어도 기초지방의회 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정치권의 ‘풀뿌리 선거조직’인 기초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놓지 않으려는 국회의원들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마저 무산됨으로써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로 평가된다.

권력구조(정부 형태)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여야가 공감하는 지방분권 확대를 위한 개헌이라도 하자는 주장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 지방분권이 이슈가 되지 못하고, 주민참여 등 생활자치에 대한 공약이 빈약한 것도 앞으로 성숙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더욱 냉철한 판단으로 6·13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무산됐지만, 이번 선거는 이전의 지방선거에 비해 지방자치의 새로운 전환점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제2 국무회의’ 발족 등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어떻게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고, 주민의 삶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방’ 대신 ‘정치’만 부각되고 있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이 얼마나 지역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를 점검해야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지역의 활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지난 5월 말 경북의 한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 기준으로 소속 정당(19.2%)이나 인물(18.9%)보다는 정책 및 공약을 보고 평가하겠다는 응답이 28.1%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또 후보자의 도덕성 및 청렴성(15.6%)을 정치적 경험(7.9%)에 비해 두 배 이상 중요하다고 응답한 점도 그간의 혼탁한 지방선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읽힌다. 

민선단체장 견제할 지방의회 역할 중요

정책 공약 평가에서는 이행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중요한 대목이다. 마구잡이식으로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다는 허황된 공약은 비록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 등과 임기 내내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제조업 유치 등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화려한 공약보다는 지역맞춤형으로 특화된 발전 전략을 제시한 후보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런 후보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진정성과 실행 의지를 담보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민선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학연과 지연을 끈으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취임 이후 재선을 위해 선거에 도움을 준 이들을 발탁 승진하는 인사 전횡으로 공직사회의 활력을 저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연유 등으로 주민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감과 지방선거의 피로감을 호소할 정도다.

앞으로 강화될 지방분권시대에 지방의회가 민선단체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자칫 ‘제왕적 단체장’으로 인해 지방자치의 폐해가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광역과 기초의원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선거 당일 정당만 보고 투표하거나, 지역 토박이라는 소지역주의에 함몰될 경우 지방자치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 동네 살림살이를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열정과 비전이 있는 후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차제에 지방의원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의 투자와 지원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관심도 매우 중요하다.

지방의원에 대한 무관심 못지않게 열기가 식은 시·도 교육감 선거 방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열이 세계 제일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지역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에 대한 관심 저하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연계, 교육감 선거제도의 개선 등에 대한 실천적인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

정정화│강원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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