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총근로시간을 주 52시간(초과근로 1주 12시간 이내)으로 제한하는 노동시간 단축이 마침내 2018년 7월 1일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2010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단축특위에서 2020년까지 1800시간대 구간으로 총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오랜 기간 동안 논의에만 그치다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주요 정당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공약을 제시한 결과 2018년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마침내 여야 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긴 논의와 장기간의 정책 추진이 이루어진 배경은 그만큼 노동시간 단축이 경제 이해주체에 미치는 영향이 복잡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얽혀 있으며,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언론 등 온갖 경로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의 내용은 주 52시간으로 총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과 함께 초과근로시간의 상한이 없던 특례업종의 범위를 26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는 점, 특례유지업종이라도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개시 전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시간 부여를 의무화한 점, 18세 미만 연소근로자의 최대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점(합의에 따라 1일 1시간, 1주 5시간을 한도로 연장 가능), 공휴일의 법정 유급휴일 의무 적용 등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오랫동안 노동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나 주 12시간 이내의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노동자 그리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는 5인 미만의 사업장에는 이번 노동시간 단축 추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과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되면서 장시간 근로가 관습적이었던 분야, 24시간 생산이나 영업 활동의 필요를 장시간 초과근로로 대응하던 분야, 주문이나 경기에 따라 일정 기간 근로시간이 급증하는 분야, 노동자에게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제도를 처음 시작하는 분야 등 장시간 초과근로를 개선해야 하는 사업장의 경우는 생산, 영업, 인사, 급여 등 총체적인 경영과 관리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와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17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중소기업 부담 완화와 조기 단축 유도에 중점을 두고 근로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며, 주요 업종별로 현장 수요에 특화된 지원을 하겠다고 기본 방향을 잡았다. 그 내용으로는 첫째,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할 때 신규채용과 임금보전을 위해 신규채용 인건비 및 재직자 임금보전 비용 지원 강화, 신규채용 시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금과 다른 고용창출지원금도 연계 지원, 퇴직급여 손실 방지, 둘째, 근로시간 조기단축 기업에 대해 공공조달 우대, 정책자금 지원 우대, 설비투자비 융자 지원, 산재보험료 할인, 외국인력 배정 시 가점 부여, 포상 우대, 셋째, 생산성 향상 및 일하는 방식 개선 촉진을 위해 일터 혁신 컨설팅 확대,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원, 근무혁신 인센티브제 도입, 유연근무 활성화 지원, 넷째, 구인난 완화를 위해 직업훈련 등을 통한 인력 양성 확대(재직자 훈련 지원 강화, 지역산업 맞춤형 훈련 확대, 중소기업 핵심인력 양성), 일자리 매칭 서비스 강화(노동시간 단축 사업장 우선 매칭), 다섯째, 특례 제외 업종 등 특화 관리를 위해 유연근로시간 제도 활용 촉진,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주요 업종(노선버스업, 건설업, 사회복지서비스업, ICT 서비스업, SW업, 콘텐츠·방송업, 하수·폐수 및 분뇨처리업)별 특화 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
정부는 종합적인 현장 지원을 위해 전국 47개 지방노동관서에 ‘근로시간 단축 종합점검추진단’을 구성, 운영해나갈 계획이며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여론을 살펴보면 내실 있는 종합점검추진단의 활동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추진하고 있는 기존 지원 대책의 활용과 반복해서 문의가 제기되는 사안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가이드라인 제시는 노동시간 단축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시급한 과제다. 현재 정부는 공동 주관 관계부처 TF를 통해 현장 안착 시까지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 수요 발굴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장 상황에 대한 신속한 확인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각 지방관서의 종합점검추진단을 총괄하는 부서가 TF 직속으로 설치될 필요가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 개설과 모바일을 통한 제도의 안내·홍보와 더불어 제기되는 문제점 또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나서 적절한 근로시간을 표준화하자는 선의에 대해 사회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이라면 각 경제주체는 이번 변화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할 의식을 가져야 한다. 노동자는 단축되는 근로시간 대신 늘어나는 개인 시간에 대해 일부분 소득 감소를 분담하되, 노동자의 노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생산량이 유지된다면 사용자는 임금보전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은 설비투자 추가와 생산 방식의 효율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실시하는 한편 노동자의 일-생활 밸런스에 신경을 쓰는 사회적 목표를 향해 저마다 노력할 의식을 가져야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함에 있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추가 채용을 원하지만 원하는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기업, 이번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소득의 일정 비율이 급감하는 저소득 노동자, 마찬가지로 노동비용이 일정 비율 급증해 사업장 유지가 어려운 한계기업, 교대제 개편이나 임금체계 또는 생산체계의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중소사업장, 프로젝트 성 연구개발 또는 생산 주문의 완성이 기간 내 이루어져야 해서 특정 전문 인력의 장시간 근로가 필수적인 직무 등, 구체적인 상황은 의견 수렴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이루어져야겠으나 각 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법제도 내에서 정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 일부 정책과제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 저소득 노동자의 존재, 영세 한계기업의 존재 등 경제·산업·중소기업 정책과 사회복지제도 등 고용노동정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범부처의 협력과 일관성 있는 폭 넓은 정책 추진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6/08/20180608153056482_ZCEL2DQK.jpg)
김승택│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