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은 변화의 과정에서 임금 감소나 경영 부담 등 우려가 있지만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64시간보다 무려 305시간 더 많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우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벗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엄마 아빠가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기업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며 “노동시장에도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을 전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5월 17일 신규 채용 및 임금 보전 지원, 업종별 대책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산업현장에서 정부가 예상치 못한 애로가 생길 수 있음을 주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선버스 등 근로시간 특례에서 제외되는 업종은 단시간에 추가 인력 충원이 어려워 보완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관계부처의 현장 상황 점검과 대책 보완을 당부했다. 이어 “노사정이 협력해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법적 금지 없는 한 적극적 행정 추진해야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위기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경예산이 확정된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소 늦어졌기 때문에 추경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소·중견기업과 청년들, 군산·거제·창원·통영·고성·영암·목포·울산 동부 등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추경 내용을 잘 홍보해 수혜 대상자가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보고가 있었다. 불공정 거래 관련 신고포상금의 법적 근거 등이 담긴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고포상금 같은 제도가 꼭 법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며 “이는 공정거래질서의 확립을 위해 도움 되는 행위에 인센티브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당연히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혜택 제공에도 일일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행정이 빠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법에 없는 한, 법에 금지돼 있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해석해 행정을 해야 한다”고 검토를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에 있는 ‘침류각’ 안내판을 제시하며 ‘공공언어 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유형문화재 침류각은 1990년대 초 전통가옥이다. 안내판에는 세벌대 기단, 굴도리집, 겹처마, 팔작지붕, 오량가구 등 일반 국민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보들이 매우 어렵게 표시돼 있는 것”이라며 “좋은 우리 한글로 바뀌어야 할 뿐 아니라 실제로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가 담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공원, 수목원, 등산로 등의 표지판에도 최대한 쉬운 용어로 일반 국민이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을 안내하도록 공공언어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계소득 감소 원인·대책 점검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9일 경제부처 장관, 정책 관련 참모들과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경제 상황 등을 논의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1.1% 성장하고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하위 20%(1분위) 가계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 거시경제지표와 국민들의 체감 사이에 큰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상황을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회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1분위 가계소득 감소 원인으로 고령화, 최저임금 인상, 자영업과 건설경기 부진 등을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했다.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의견을 나눴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 점검은 5월 28일 개최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서 구현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정책이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완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국민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청년 일자리 추경,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등 경제정책의 큰 방향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국민과 소통하며 일방적인 드라이브는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저소득 국민들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초연금수급자와 어르신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 근로장려금 지급 등을 통해 근로 빈곤계층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했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