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 수교를 맺어 정상적인 관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것은 세계사에 있어서 엄청난 대전환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차질 없는 진행을 확신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5월 2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회담은 특별했다.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두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이 주목적이었다. 대개 정상회담이 합의문 등의 조율을 사전에 마치던 관행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을 주제로 별도의 각본 없이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어졌다. 회담 진행도 그랬다. 단독 회담 전 짤막한 모두발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배정 시간이 훌쩍 넘어가며 모두발언은 예상치 못한 기자회견으로 변했다.
문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 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며 “지난 수십 년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내리라 확신한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문제와 비핵화 이슈를 푸는 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얼마나 신뢰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방식이 우리가 잠재적인 협상을 타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일단 두고 봐야 알겠지만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고 답해 기자회견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했
다. ⓒ연합
CVID 결정, 체제 안전과 번영의 큰 기회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괄 타결’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를 결정할 경우 북한의 체제 안전과 번영을 보장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훌륭한 국가라면서 북한도 같은 민족임을 거론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서, 한반도를 위해서 굉장히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김정은 위원장 손 안에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중국, 일본 등과 모두 대화했다”면서 “3국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많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를 두고 미국 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걸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실패해왔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저의 역할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긍정적 상황 변동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한반도 역사의 진로를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길로 바꿀 수 있는 전례 없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한미 정상은 이후 가진 비공개 회담에서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북한이 보인 태도에 대해 평가하면서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께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북미 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미 136년 역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같은 날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36년 만에 재개관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1882년 우리나라가 자주적으로 체결한 첫 조약인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며 개관한 곳이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한일협상조약) 체결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되면서 공관은 일본을 거쳐 미국에 팔렸다. 2012년 문화재청에서 건물을 다시 사들여 보수·복원한 후 5월 22일 재개관한 것이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서양에 최초로 개설된 공관으로 19세기 워싱턴에 개설된 여러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돼 있으며 미국과 한국 두 나라에 동시 문화재로 등록됐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공관을 찾아 “자주외교의 노력으로 중요했던 (한미) 관계가 136년 동안 유지돼온 역사가 대단하다”며 “그 시기 개설한 러시아, 영국, 중국, 일본 등의 공관들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