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반도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한반도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이어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했다.
▶ 6월 14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개최된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북 대표단이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실천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국방부는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던 방어적 성격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결정했다”고 6월 19일 밝혔다. 이어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며 “후속하는 다른 연습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유예 결정은 UFG에 국한됐다. UFG와 함께 3대 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 연습(KR), 독수리훈련(FE)은 북한이 비핵화 실천 단계에 따라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국방부는 “북미와 남북대화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연합훈련 중단에 상응하는 (북한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어 북한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동·서해 군 통신선 복구 합의
남북의 판문점 선언 이행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은 6월 14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장성급군사회담을 시작으로 실무 차원의 대화를 재개했다.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한 이번 회담에는 김도균 육군 소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측 대표단과 안익산 육군 중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이 참가했다. 장성급회담 개최는 2007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남북은 동·서해 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히 복구하고 서해상 충돌 방지를 위해 2004년 6월 합의한 장성급군사회담을 철저히 이행하기로 했다. 또 군사적 충돌 원인이 됐던 일체의 적대 행위 중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문제, 남북 교류협력과 왕래·접촉의 군사적 보장 등에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의 일환으로, 시행될 경우 남북 경비병력·초소에서 무기를 철수하는 첫 조치가 이행될 수도 있다.
6월 18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는 남북체육회담이 개최됐다. 남북은 통일농구경기를 7월 3~6일 평양에서 경기를 개최하고 가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경기는 남녀 선수가 파견돼 남북선수 혼합경기와 친선경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회담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폐회식에도 남북이 공동 입장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됐다. 명칭은 코리아(KOREA), 약어 표기는 COR, 깃발은 한반도기, 노래는 ‘아리랑’으로 참가하며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문에는 “남북이 2018년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고 남북이 개최하는 국제경기에 참가하며 종목별 합동훈련 및 경기 등 남북 사이의 체육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남북 교류협력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준비도 분주하게 이뤄졌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은 6월 19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개보수 공사 사전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6월 8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14명의 추진단이 방문 점검을 수행했는데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와 숙소 지하층이 침수 상태였으며, 침수로 말미암아 일부 기계·장비의 불능, 벽면 누수, 유리 파손 등 개보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 측 인력은 종합지원센터 사무실 환경미화, 전기 점검, 배관 작업 등과 지하층 물 빼기 작업을 실시했다. 개보수 공사 사전준비 작업은 당초 예정된 6월 19~20일에서 22일까지 이어졌다.
국민 10명 중 7명 북미정상회담 “만족”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 1박 2일 일정으로 세 번째 방중 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고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 베이징 궤도교통지휘센터 등 경제현장을 돌아봤다. 이에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번 북중회담이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데 한반도에 밀접한 이해관계 당사자인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제재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만족’을 나타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6월 15~1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2분기 국민통일여론조사 결과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응답자의 20.3%가 ‘매우 만족’, 50.7%가 ‘어느 정도 만족’으로 답해 71.0%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기여’ 26.5%, ‘어느 정도 기여’ 50.6%, ‘별로 기여하지 않음’ 16.3%, ‘전혀 기여하지 않음’ 2.7%, 모름·무응답이 3.9%로 나타났다.
향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정부가 중점 추진할 사항으로는 ‘판문점 선언 이행 등 남북관계 발전 병행’ 33.8%, ‘국제사회와의 협력’ 23.8%, ‘한미 공조 강화’ 18.4%, ‘북미 간 중재 역할 강화’ 17.6% 순으로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