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세 나라가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두고 한 목소리로 지지 성명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9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남북정상회담 관련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특별성명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인을 환영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며 ▲남북정상회담 성공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이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5월 9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번 특별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주신 데 감사드린다”면서 “3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과 이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중국과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계속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와 리커창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데 축하와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일본과 중국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으로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여러 문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게 한·일·중 3개국의 공통 입장”이라며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서로 손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리커창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환영하고 대화로 풀어나가길 바라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약속했다.
세 정상은 특별성명과 별개로 3국 간 교류협력 증진, 지역 및 국제 정세에 대한 공동 대응 및 협력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해결 ▲감염병, 만성질환 등 보건·고령화 정책 ▲액화천연가스(LNG) 및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사업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3국 간 인적 교류 3000만 명 이상’을 목표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캠퍼스 아시아 사업 등 각종 청년 교류 사업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동북아 지역에서 잇따라 개최되는 계기를 활용해 체육 교류와 더불어 인적·문화 교류 확대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제재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교류 추진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입장차를 조율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해제는 시기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고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이 독자적이거나 임의적으로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조림, 병충해, 산불 방지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북한 선수단의 운송, 숙박, 장비 등 지원 하나하나를 유엔·미국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협의한 바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판문점 선언을 거론한 뒤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 보장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동북아 안전 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면서 “더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줘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문제에 납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북 비핵화 시 체제·경제 보장에 국제사회 동참해야
이후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한 것은 중국의 강력한 지지 덕분”이라며 중국의 지속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 정세 완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한국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에 일방적 요구만 할 게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검토할 수 있으며 한·중 양국의 조사연구 사업을 선행할 수 있다는 데 일치된 입장을 보였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이는 두 번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다. 리커창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양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한국 단체관광객 제한 해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해결 등에 좀 더 빠른 속도를 당부했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