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향한 담대한 발걸음

2018.05.04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남북 모두의 평화와 공동 번영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우리의 힘으로 이루기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가진 선언문 발표식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며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공표했다. 남북 정상이 4월 27일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상호 불가침 합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정은, 문재인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와 포옹은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였다. 판문점은 남북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곳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은 3개 조 13개 항으로 이뤄졌다.

남과 북은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기존의 선언과 합의를 철저히 이행해나간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동안 합의가 됐어도 불이행이 반복된 과거를 교훈삼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남북관계가 안정적·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서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변국 등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나 그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남과 북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으로 평화의 선순환 기대

분야별로 고위급회담 등의 대화를 개최하고 실천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조속한 시일 내 후속 고위급회담을 개최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실천에 옮겨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북군사당국자회담, 남북적십자회담 등을 곧 개최해 합의 내용들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협의채널로 개성 지역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된다. 사무소에는 양측 당국자가 상주한다. 사무소가 설치되면 남북 사이의 정치적 신뢰 구축과 교류 협력 확대가 촉진되고 안정성을 담보한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단절됐던 민간 교류도 재개된다. 교류협력은 남북 화해와 동질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상징성이 컸다. 남북은 6·15, 8·15, 10·4 등을 계기로 공동행사를 개최하고 화해 협력의 접점을 늘려가기로 했다. 또 기존 추진하던 사업 중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개성만월대 발굴조사사업 재개부터 협의에 나선다.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북이 협력하는 감동을 재현할 수 있도록 남북체육회담 등을 열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8월 15일 광복절을 계기로 3년 만에 재개된다. 무엇보다 고령의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만남은 물론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산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하고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2007년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 10·4 선언의 주요 합의들도 적극 이행해나가기로 했다.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한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다. 남북은 현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과 방식부터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주요 대북정책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틀 속에서 10·4 선언 이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부산과 나선을 잇는 동해권 벨트, 목포에서 수도권, 개성,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벨트, 동서를 아우르는 DMZ 벨트 등 3대 벨트를 축으로 하는 민족 번영의 청사진이다. 이와 같이 경제협력이 평화 정착에 이바지하고 이렇게 형성된 평화가 다시 협력을 촉진하는 선순환의 평화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남북은 남북 교류와 인적 왕래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철도·도로 연결에도 나선다. 향후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해선(제진~금강산)과 경의선(문산~개성) 철도 연결공사는 이미 종료돼 2007년 5월 철도 연결 시험운행까지 마친 상태다. 남북의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다시 추진되면 남북을 이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하나로 잇는 교량국가로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국방부는 5월 1일 대북방송 확성기 철거에 착수했다. 북한도 군사분계선 내 확성기를 철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첫 단계가 발효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를 건너며 산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를 건
너며 산책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비무장지대 실질적 평화지대로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적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비무장지대(DMZ)를 완전히 비무장화함으로써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남북 군대는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km씩 비무장지대를 설정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군사분계선의 근접 거리에서 남북 군대가 대치했고 일촉즉발의 상황도 왕왕 발생했다. 향후 남북 군대가 군사분계선에서 2km씩 이격될 경우 우발적 충돌 위험이 근본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해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분쟁과 갈등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은 군사당국자회담을 수시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5월 중에는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해 군사분계선 지역과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군사당국자회담을 통해 그동안 군사적 보장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부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접경지대의 산불 진화, 홍수 예방, 전염병 공동방제 등의 협력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북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전쟁이 한반도에서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 제9조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우리 측 특사단 면담 시 이를 재확인한 바 있다.

또한 남북은 군비 축소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군축 문제 역시 남북기본합의서 제12조에 “대량살상무기와 공격 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문제, 검증 문제 등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추진한다”고 명시된 사안이다. 남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맞춰 남북 간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면 군축 문제를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판문점 선언’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 남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 불안정성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는데 이로 인해 한국이 저평가되는 것(Korea Discount)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도 체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북미 또는 남·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아울러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회담에 직접 참여해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계획이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확인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 남북이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실현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북미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은 올해 가을 평양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2018년 2차 정상회담이 된다. 이와 같이 남북은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직통전화를 통해 수시로 의사를 교환하기로 했다. 향후 남북관계가 신속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 의지 전 세계에 표명

2018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개최됐다. 남북관계 발전의 큰 틀에 대해 협의하고 일관된 기조로 현안들을 풀어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남북 정상이 지속적인 대화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 올해 가을 평양에서 차기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례적 만남과 직통전화를 통해 소통을 늘려가면 그동안 풀기 어려웠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역할도 재확인했다. 남북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지 않던 긴장 국면을 전환시켰다. 남북이 뜻을 모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시킨 데 이어 손을 맞잡고 대화를 재개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이바지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은 남북이 중심이 되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나간다는 중요성을 확인한 계기였다.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전 세계는 분단과 대립의 상징인 판문점이 평화와 협력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가 우리 측 지역을 처음 방문한 점도 주목받았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북한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표명의 뜻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는 초기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사회도 한반도 평화를 낙관하며 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남북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면서 미·중·일·러 등 주요국과 긴밀한 협력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북미 사이에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주요 내용>

한반도에 전쟁 없는 새로운 평화시대 개막
화해와 평화·번영의 남북관계 선언

1.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할 것
① 민족 자주의 원칙 확인, 기존 남북 간 선언·합의 철저 이행
② 분야별 고위급회담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 실천 대책 수립
③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지역 설치
④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 및 왕래·접촉 활성화
⑤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⑥ 10·4 선언 합의사업 적극 추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 노력
①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② 서해 평화수역 조성으로 우발적 충돌 방지 대책 마련, 안전어로 보장
③ 국방부장관회담 등 군사당국자회담 수시 개최, 5월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3. 남과 북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
①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 합의 재확인 및 엄격 준수
② 상호 군사적 신뢰의 실질적 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 실현
③ 올해 종전선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
④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 실현 공동 목표 확인

※ 정상회담 정례화 및 직통전화 실시, 올해 가을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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