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세계의 눈이 한반도의 판문점을 주시했다. 국민들은 일터나 터미널, 학교, 영화관 등에서 정전 이후 처음으로 남측을 방문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기가 무섭게 경기도 파주 일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현재 매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도 파주에 ‘제2개성공단’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지난 4월 30일 코스피 시장은 2500선 안착으로 화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남북 철도 관련 주(株)들이 급등했고, 특히 현대건설, 현대로템, 한라, 동양철관 등 남북 경협 수혜 업종들은 30% 가까이 급등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실향민들의 마음은 더 절절했다. 우리나라 대표 실향민촌인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의 김진국 노인회장은 “이산가족 1세대의 소원이라면 고향에 한 번 가보고 눈을 감는 것”이라며 “한때 400명을 넘었던 아바이들이 대부분 세상을 뜨고 이제는 1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 방문 같은 실향민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지역 대표 일간지인 <데일리 헤럴드>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한인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데일리 헤럴드>는 4월 27일자 인터넷판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이 한국전쟁 종전을 알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발표한 데 대해 대다수의 한인들은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해외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매우 희망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전 당시 해군 부대원으로 전투에 참여해 브론즈와 실버 스타 메달을 받았던 프랜시스 노르모일씨는 “65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 두 정상의 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간의 신뢰와 평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한국전 당시 해군 장교로 참전했던 로버트 그리피스 씨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인 빠른 변화와 진행 모습이 놀라웠으며, 앞으로도 남북한의 대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남북한 국민들 못지않게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한국과 북한 간에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국전쟁 종식! 미국은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남북의 역사적 회담, 한반도 평화·번영 진전을 기대한다”고 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 한국과 북한의 역사적 회담을 축하하고 싶다”며 “김 위원장이 어떠한 새로운 약속을 했는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 1 4월 27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월경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맞이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2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미군 참전용사 및 가족들이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3 미국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앵커가 회담 당일 남북정상회담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CNN 화면 캡쳐)
4 4월 29일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서울 성동구 재향군인회관 건물에 남북, 북미 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재향군인회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창성동별관, 세종문화회관, 광화문을 거쳐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한 바 있다. ⓒ연합
“한국전쟁 종식! 미국은 자랑스러워해야”
중국 외교부는 “회담의 긍정적 성과를 환영하고 축하한다”며 “한반도의 새로운 여정 개척을 기대한다”고 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고,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 결과는 아주 긍정적 소식”이라며 “긴장 완화를 위한 모든 행보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판문점 선언은 긍정적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회복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독일 외무부는 “한국의 진지한 노력으로 화해 단계 진입을 환영한다”며 “실질적이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젠틸로니 총리는 “한국과 북한은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 지도자의 평화를 향한 담대한 약속을 칭송한다”고 했고,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진정성 있는 역사적 남북회담에 찬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아주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 세계 주요 외신의 반응은 뜨거웠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역사적 장면’으로 꼽으며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영국 BBC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 직후 “한반도 역사에서 엄청난 순간”이라고 전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특파원은 트위터에 “그들은 (휴전)선을 건너 손을 잡았고,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적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두 코리아가 ‘세계 역사의 대전환’을 위한 준비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문 대통령의 작은 한 걸음, 한반도 화합을 향한 큰 걸음’이라는 4월 28일자 보도에서 “거의 70년의 공식적 전쟁 상황을 끝내는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이 남북 정상의 45분간 산책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4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주도해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는 ‘햇볕정책’ 창시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남북정상회담이 핵무기 폐기에 관한 김 위원장의 협상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휴전선을 건넌 김 위원장의 결정은 몇 달 전만 해도 생각할 수조차 없어 보였던 가능성”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N은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헤드라인과 함께 남북 정상의 만남부터 회담까지를 상세히 전했다.
일본 방송들도 일제히 생방송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보도했다. 공영방송 NHK는 생중계 체제로 전환해 스튜디오에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불러 회담의 의미와 전망을 소개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회담 상황 전 과정을 후속 보도하기도 했다. CCTV는 회담 당일 아침 뉴스에서 문 대통령이 회담장인 판문점으로 출발하는 영상 보도를 시작으로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천시(天時), 지리(올림픽 개최지의 이로움), 인화(人和, 남북의 성의)가 어우러져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시작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신화매일전신>, 4월 28일).
유럽 언론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 노력을 평가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는 “문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를 처음으로 남쪽으로 오게 한 첫 대통령”(4월 27일)이라고 했고, <르몽드>는 “한국인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주의를 압도적으로 지지한다”(4월 26일)고 전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반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연설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4월 28일)고 전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