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속도로 미식회다. 목적지는 휴게소다. 졸음을 깨우거나 급한 볼일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휴게소에 들른다. 경부고속도로 초입인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는 말죽거리소고기국밥을, 안성휴게소에서는 소시지와 떡이 꽂힌 소떡소떡과 맥반석에 구운 반건조 오징어를 먹어야 한다. 이 회동의 호스트는 방송인 이영자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내리지도 않고, 음식에 대한 느낌을 전하는 것만으로 보는 이들의 미각을 일깨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양재 만남의 광장에 있는 말죽거리소고기국밥은 커다란 가마솥에 이틀 동안 끓여낸다. 이영자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제조 과정까지도 숙지하고 있다. 그렇게 푹 우려낸 말간 국물에 알맞게 익은 우거지와 콩나물을 얹어 먹어보자. 그건 그의 말대로 “아픈 사랑의 기억이 깨끗하게 잊히는 맛”이다. 이영자와 그의 매니저 송성호가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은 늘 동행하는 매니저의 시점에서 연예인을 관찰한다. 그의 주요 업무는 스케줄 관리와 ‘먹바타’ 역할이다. 이영자가 정해준 맛집에 가서 그가 지시해주는 대로 음식을 시키고 시식도 한다. 그의 지시에 따르면 핫도그는 옷을 얇게 발라 튀기고, 만두는 단무지를 얹어 먹는다. 보는 동안 이영자의 먹바타가 되는 건 매니저만은 아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영자가 제시한 ‘맛동여지도’를 따라 길을 떠났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음식점 협찬이 없다. 강성아 PD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위해 이 원칙을 지킨다. 3.3%의 시청률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시청률 7%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청률 견인의 1등 공신은 역시 ‘이영자의 고속도로 미식회’다. 서산휴게소 어리굴젓백반, 보성녹차휴게소 꼬막돌솥비빔밥, 횡성휴게소 횡성한우더덕스테이크 등은 실제로 방송 이후 해당 메뉴의 판매율이 5배 이상 늘었다. 그의 맛집 리스트가 소중한 이유는, 이영자가 ‘세월’이라는 검증을 거친 리스트를 소중하게 내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맛 묘사를 듣고 있으면 혀와 위뿐 아니라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각 음식을 향한 경이와 찬사, 그 충만한 행복감이 전해져서다.
이영자가 추천하는 휴게소 메뉴
1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 말죽거리소고기국밥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야외로 향하는 인파로 만남의 광장은 북적였다. 초입에서부터 ‘말죽거리국밥’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식당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거나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매표원인 김나리 씨는 방송 이후 국밥 주문량이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오후 3시쯤 준비된 국밥이 모두 소진되기도 한다. 국밥 완판이다. 실제로 주말에 하루 142그릇 정도 팔리던 국밥은 방송 이후 582그릇이 팔렸다. 구릿빛 놋그릇에 밥과 소고기국, 어묵볶음과 미역줄기볶음, 배추김치 등이 나오는 말죽거리소고기국밥의 가격은 6500원이다. 밥은 갓 지은 듯 고슬고슬하고 국물은 적당히 뜨거워서 먹기 좋다. 국물을 먼저 후루룩 먹으니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국물의 온기가 속을 개운하게 해준다.
2 안성휴게소, 소떡소떡과 맥반석오징어구이
소떡소떡은 소시지와 떡볶이, 또 소시지와 떡볶이를 번갈아 끼운 꼬치 음식이다. 하루 66개 팔리던 소떡소떡은 방송 이후 374개가 팔렸다. 안성휴게소에서는 한쪽에서는 맥반석구이 반건조 오징어를, 다른 한쪽에서는 소떡소떡을 판다. 기름에 한 번 구운 뒤 따뜻하게 보관한 소떡소떡은 식감이 좋다. 소시지는 통통하고 떡은 쫄깃하다. 이영자의 말대로 꼬치를 옆으로 들고 떡과 소시지를 갈비 뜯듯 한입에 먹어줘야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반건조 오징어는 촉촉하다. 몸통뿐 아니라 다리도 살집이 두둑하다. 한 마리로 두세 명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질뿐 아니라 양도 만족스럽다.
3 보성녹차휴게소, 꼬막돌솥비빔밥
휴게소 음식의 생명은 접근성이다. 제철에 나는 지역 특산물을 빠르게 공수할 수 있어서 신선도가 보장된다. 남해 꼬막은 영양 창고이니 꼭 먹어봐야 한다. 보성녹차휴게소의 꼬막비빔밥은 살이 올랐을 때 공수되어 막 찐 꼬막이 올라온다. 양념과 부추, 뜨거운 밥을 넣고 비벼 입에 ‘촤~아아악 한 입 넣으면’ 그의 표현대로 “오늘 떠나도 여한이 없는” 맛이 완성된다. 이영자는 이때 밥을 많이 넣으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4 횡성휴게소, 횡성한우더덕스테이크
이영자의 휴게소 음식 월드컵 결승에 오른 메뉴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에서 시청자 2400명에게 가장 먹고 싶은 휴게소 음식을 물었을 때는 1위를 차지한 음식이기도 하다. 횡성 한우를 이용해 만든 스테이크는 횡성휴게소에서만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더덕까지 더해지면 맛과 영양을 둘 다 잡은 건강식이 된다. 이 음식에 대해 이영자는 “소 한 마리를 다 먹은 느낌이다. 부자 된 느낌, 성공한 느낌이 드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5 서산휴게소, 어리굴젓백반
이영자의 휴게소 음식 월드컵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음식이다. 서산의 신선한 굴을 젓갈로 만들어 ‘거의 생물 같은’ 느낌을 준다. 휴게소에서 권하는 특별한 먹는 방법이 있다. 먼저 따끈한 밥을 크게 한 수저 뜬다. 어리굴젓 한 젓가락을 밥 위에 올린다. 그 위에 김을 한 장 올려 입으로 가져가면 된다. 서해바다가 올라온 듯한 백반을 먹으면 풍성한 맛과 함께 속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는 이영자는 서산 어리굴젓백반에 다음과 같은 영상편지를 남겼다. “어리굴젓아, 네가 있어서 서산을 빛나게 하는구나. 네가 없었다면 무엇이 서산을 알렸을까. 네가 있어 정말 빛나는구나. 너를 품으러 곧 갈게.”
유슬기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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