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만드는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엔진 시험용 로켓이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11월 28일 오후 4시 해당 발사체가 고도 209㎞까지 날아오르는 모습에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의 독자화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시험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됐음을 알린다”며 “정보를 분석한 결과 비행 상황에서 75톤급 엔진의 ‘정상 작동’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 1 누리호의 시험발사체가 11월 28일 전남 고흥나로우주센터에서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2 시험발사체가 흰 연기를 뿜으며 하늘로 치솟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릴 수 있는 3단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 중이다.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개, 2단은 1개,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개로 구성된다. 이번 시험발사체는 2단에 들어갈 엔진이다.
통상 1.5톤 무게의 실용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면 75톤 이상의 추진력을 내는 로켓 엔진 개발이 필수다.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이 누리호 개발에 힘을 더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 때문이다. 이진규 차관은 “75톤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해 300톤급 1단 엔진을 만들고, 75톤급 2단, 7톤급 3단을 개발해 모두 조립하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거치면 2021년에는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진 시험발사체의 성능은 연소 시간 기준으로 평가된다. 시험발사체가 누리호 1단 엔진의 목표 연소 시간인 120초를 넘으면 정상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험발사체는 발사되고 151초 지나서야 엔진이 꺼졌고 이때 고도 75㎞까지 상승했다. 당초 목표 연소 시간이었던 140초를 11초나 넘긴 셈이다. 이후 관성비행으로 319초께 최대 고도인 209㎞에 올랐고,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429㎞ 떨어진 제주도 인근 해상에 낙하했다.
이러한 결과는 일각에서 제기한 국내 기술력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당시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었다. 그러나 5년여 만에 같은 발사 장소에서 국산 엔진으로 만든 로켓을 완벽하게 쏘아 올렸다.
특히 연구진이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 문제를 자력으로 풀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75톤급 액체엔진의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한 것이 큰 업적이다. 연소 불안정은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액체 산소가 만나 연소하는 과정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연구진은 엔진 설계를 20여 차례 변경하고 지상 연소 시험을 100차례 실시하며 이 문제를 개선했다.
엔진 네 개 묶는 과제 남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엔진 개발 기술은 발사체 개발 중에서도 핵심 기술로 꼽혀 외국에서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문제가 생겨도 외국에 물어볼 수도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최고 고도에 도달할 때가 돼서야 ‘비행 시험이 제대로 됐구나’ 하고 판단했다”며 “떨어지는 것도 끝까지 봐야 하므로 발사체가 비행하는 동안 통제실 안은 대체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뉴시스
2단부까지 검증되면서 누리호 개발의 큰 산은 넘었다지만 정식 로켓 발사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았다. 우선 1단에 75톤급 액체엔진 네 개를 묶어 마치 한 개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도 만만치 않다. 여러 개 엔진이 묶여 있다고 해도 같은 힘으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2020년 12월 클러스터링된 1단 엔진기술을 시험 평가하는 과정을 앞두고 있다. 2019년 초부터 진행될 3단 시험도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밖에도 누리호의 부품 수가 2단 로켓인 나로호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따른 부담, 초저온 액체연료를 담을 연료탱크 개발이 시급한 점 등도 해결해야 한다.
고정환 본부장은 “누리호는 2021년 발사 예정이고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1단과 3단에 해당하는 연구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누리호 시험 발사는 2021년 2월과 2021년 10월에 두 차례 있을 예정이다. 2022년에는 누리호 상단에 시험위성을 탑재해 발사하고, 2023년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2024년에는 차세대 소형위성을 실어 발사함으로써 누리호의 위성발사 능력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