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과 넓은 해변 그리고 훌라춤을 추는 아가씨…. 어디일까요? 바로 하와이입니다. 하와이는 여덟 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열도지요. 빅아일랜드는 그 가운데 가장 큰 섬입니다.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마우나케아봉(4207m)에는 세계 각국의 천문대가 모여 있지요. 마우나케아를 다녀온 천문학자들은 천문대 돔과 별이 어우러진 멋진 사진을 자랑하곤 하지요.
그런데요. 별과 구름 그리고 천문대 돔이 멋지게 어우러진 장면을 보기에는 소백산이 더 좋습니다. 1박 2일이면 다녀올 수 있고 고산병을 앓을 일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하와이에는 소백산에 없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용암이 바로 그것입니다. 1983년에 킬라우에아 화산이 분출한 다음부터 하와이 빅아일랜드에서는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용암을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2차선 도로를 30킬로미터나 덮을 수 있는 양이 하루에 분출됩니다. 덕분에 1994년 이후에 하와이에는 60만 평의 땅이 더 생겼을 정도죠.
용암은 하와이 시민에게는 효자 관광 상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과하면 안 되는 법. 관광객을 끌어오던 용암 때문에 관광객이 끊기게 되었으니까요. 지난 5월 초에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후 흘러나오는 용암의 양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5월 17일 저녁에는 화산이 폭발해서 9100m에 달하는 거대한 가스 기둥이 형성되었지요. 용암이 튀면서 공중으로 날아갑니다. 수십 채의 집이 불에 타고 중상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요. 하와이의 용암 분출이 좀 잠잠해져서 많은 사람이 다시 평화롭게 붉은 용암이 분출하는 장면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작은 걱정거리가 생기면 과거에 있었던 가장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걱정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킬라우에아 화산이 터지자 사람들은 1815년에 폭발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4000m에 달했던 산이 2370m로 줄어들었습니다. 사라진 만큼 먼지가 되어 하늘을 덮었습니다. 이듬해인 1816년 유럽에는 여름이 없었습니다. 여름 내내 뜨거운 햇빛 대신 차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수십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걱정이 많습니다. 백두산은 지난 천 년 동안 30회 이상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켰거든요. 946년과 947년 백두산이 대폭발을 일으켰죠. 하지만 바로 이 백두산 대폭발 때문에 발해가 멸망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발해는 926년에 이미 망했으니까요.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흔적이 일본 지층에 그대로 남아 있지요.
관광자원이던 용암도 양이 많아지니 걱정거리가 됐습니다. 걱정은 생존을 위해 장착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걱정이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또 대폭발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백두산 아래에 있는 마그마 방이 흔들리면 백두산이 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있어야 합니다. 핵실험으로는 멀리까지 전달되는 큰 규모의 지진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면 백두산 폭발을 걱정하는 분도 줄어들겠지요? 백두산을 위해서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