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에서 열린 육아로 ‘공동육아나눔터’

2018.04.16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아이는 예쁘지만 육아는 현실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한국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필리핀의 아그타족은 새로 태어난 아기를 돌아가며 한 번씩 안아준다. 결국엔 모든 사람이 아기를 꼭 끌어안고, 뺨을 비비고, 냄새를 맡고, 탄성을 지를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육아가 고립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갈 공간이 없어서’, ‘고민을 함께 나눌 동지가 없어서’ 일어나는 비자발적 고립은 더욱 그렇다. 이때 양육자는 수면 부족, 체력 소진으로 인한 신체적 고갈뿐 아니라 사회라는 네트워크에서 단절된 정서적 결핍을 겪는다. ‘독박 육아’의 이중고다.

2010년부터 시작된 ‘공동육아나눔터’는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는 제도다. 저마다의 방에 고립된 나와 내 이웃에게 ‘돌봄 공동체’를 제공한다. 수혜자와 제공자가 나뉘지 않는 일종의 품앗이 개념인데, 키즈 카페처럼 유료도 아니고 돌봄 교실처럼 경쟁이 심하지도 않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는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다른 가족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자원을 제공하는 제도다. 주중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언제든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비치된 장난감이나 도서를 가지고 놀거나 빌려갈 수도 있다. 층간소음 걱정 없이 실내에서 뛰어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눔터를 다니다 보면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가정과 더불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공동육아나눔터 이용 방법은 건강가정지원센터(www.familynet.or.kr)에 접속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가족 돌봄’을 검색하면 된다. 현재 운영 중인 공동육아나눔터와 프로그램 등을 알 수 있다. 91개 시·군·구에서 160개소가 운영 중인 공동육아나눔터는 2017년에만 67만 명이 이용했고 만족도는 93%에 달했다.

천안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지원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필라테스’ 프로그램

천안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지원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필라테스’ 프로그램 ⓒC영상미디어

독박 육아 벗어나 공동육아나눔터로

그중 천안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개소의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고 있다. 천안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서문영 공동육아지원팀장은 그 이유로 ‘민관의 협력’을 꼽았다.

천안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서문영공동육아지원팀

천안시 건강가정지원센터 서문영공동육아지원팀장, 공동육아나눔터 지 킴 이 이은미, 공동육아지원팀 이내림, 천안시청 여성가족과 유병호 주무관(사진 왼쪽부터) ⓒC영상미디어

“천안은 현재 인구 성장이 대한민국 평균의 3.4배에 이르는 젊은 도시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아서 공동육아나눔터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에요. 천안시는 시민들의 이런 필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공동육아사업을 위한 지방보조금의 비율도 높을뿐더러 ‘생활밀착형’ 나눔터를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죠. 공동육아나눔터만 담당하는 팀을 만든 것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4월 4일 개소한 천안시 공동육아나눔터 10호점은 일주일 만에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루 중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고 단둘이 보내던 엄마와 아이가 공동육아나눔터를 통해 ‘둘 다 친구를 얻었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이다. 이는 가족품앗이로 이어져 가정의 그룹형 공동육아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 가정이 다른 가정의 자녀를 맡아 돌봐주는 동안 엄마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거나 급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활동으로 육아가 힘든 이들을 위해 ‘이웃’을 만들어주는 게 공동육아나눔터의 목표다.

“처음에는 이웃이지만 나중에는 거의 가족처럼 지내게 됩니다. 한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어머니 한 분이 백혈병으로 투병을 하게 된 일이 있었어요. 그때 함께 나눔터에 다니던 분들이 헌혈증을 모아 이 가정에 전달했어요. 그 어머니는 헌혈증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리셨지요. 그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 가슴에 남았습니다.”

영·유아기에 시작된 ‘공동육아’는 학령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산후조리원 동기’들이 인연을 이어가며 육아의 대소사를 나누는 것처럼 공동육아나눔터 동기들은 마을 공동체가 된다. 어린 시절 놀이 프로그램을 함께했던 이들은 등하교 동행 품앗이, 체험활동 품앗이, 학습 품앗이 등으로 이어진다.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가족 품앗이 유형별로 그룹 활동을 지원해주고 품앗이 리더 양성교육도 병행한다.

“공동육아나눔터도 문을 열고 나면 1기, 2기처럼 선후배들이 생기거든요. 그럼 먼저 활동을 해본 분들이 나중에 시작한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이 자원봉사나 보육교사로 활동할 수도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육아의 고충을 겪는 엄마들에게도 계속적인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공동육아나눔터는 전업주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맞벌이 가정도 참여 가능한 제도로 확장하는 게 이들에게 남은 숙제다. 올해부터는 점진적으로 운영시간을 야간과 주말로 확대하고, 방과 후 돌봄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지역 특수성으로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전방부대 군인 가족을 위해 ‘군관사 공동육아나눔터’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공동육아나눔터 Q&A

지원 대상은 누구인가요?
취학 전후의 아동 및 부모입니다.
지원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안전하고 쾌적한 자녀 돌봄 활동 장소를 제공하고 장난감과 도서 등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양육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고 자녀 돌봄 품앗이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신청하나요?
건강가정지원센터(1577-9337)에 문의하면 됩니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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