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레하장이 바라본 ‘문화 한류’는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2.30 최신호 보기

“두 유 노우 싸이?” 외국인을 상대로 한류의 인기 척도를 가늠하기 위해 이렇게 묻곤 할 때가 있었다. 대개 ‘한류’ 하면 ‘K-팝’을 가장 먼저 떠올려서다. 한국발(發) 음악은 젊은 소비층을 아우르며 빠른 속도로 붐업을 일으킨 문화한류의 대표 콘텐츠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문화한류는 한국 가수가 부르는 노래 이외에도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좋아서 그리고 궁금해서 이곳에 왔다는 외국인 유학생 톰(Thomas Ciaran Low), 레하장(Le Ha Giang)은 일상에서 한류를 몸소 체험하며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레하장과 톰

(왼쪽)레하장과 (오른쪽)톰이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이들 뒤로 다양한 문화활동 포스터가 붙어있다. ⓒC영상미디어
 
톰과 레하장은 한국에 온 지 4개월, 10개월째 접어든 영국인, 베트남인이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들이지만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은 한국을 향한 관심 정도를 짐작케 했다.

“고등학생 시절 한국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본 적 있어요. 영국에서 인터넷으로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 거 어렵지 않거든요. ‘런닝맨’으로 본 한국 사람들은 대화도 놀이도 참 재밌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함께 지내며 한국 문화를 알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한국어 전공을 결정했고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신분으로 머물고 있어요.”

한국 특유의 흥 문화를 좇아온 톰의 나이는 스무 살. 최신 한류를 체감하는 세대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서 공부 중인 나를 부러워한다”며 영국에서 방탄소년단의 높은 인기를 전했다.

톰은 한국에서 비단 한글만 배우지 않는다. 태권도, 아이돌 댄스 등 활동적인 한국 문화를 비롯해 한복 입기, 김치 만들기 등 고유한 전통문화도 배운다. 영국에서 ‘한류(Korean wave)’라는 단어보다 ‘K-드라마’, ‘K-팝’이 익숙했던 반면 한국에서 겪는 한류는 훨씬 넓은 범위로 와 닿는 건 그 때문이다.

“잘생기고 어린 가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것, 그게 한류의 전부라고 알았어요. 한국에 와보니 한국 문화라면 무엇이든 한류가 될 수 있겠구나 싶어요. 전주한옥마을에서 왕복(왕의 정복)을 대여해서 입었던 적이 있어요. 문득 한국의 역사가 궁금해지기까지 했어요. 전통 의복을 입으니 한국에 더욱 호감이 생기는 것 또한 한류 아닌가요?”

“문화한류, K-팝만 있지 않아”

베트남 출신 유학생 레하장에게도 한류는 광범위하다. 레하장은 “한류 하면 흔히 노래나 드라마를 연상하지만 깊게 생각하면 결국 한국인, 한국만의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4개월 동안 한국 문화를 체험한 기억을 더듬었다. 안동에서 하회탈을 직접 만들던 당시를 떠올리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한국 탈을 제가 만들고 있다니 기분이 묘했어요. 막걸리도 마셔보고 사물놀이도 해보고 도장도 만들었어요. 한류로 엿본 한국은 잘생기고 젊은 친구들이 꾸려가는 문화만 유쾌할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새로운 문화한류가 있을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최근 들어 레하장은 베트남 내 한류와 관련해 박항서 감독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과거 한류가 방송프로그램, 패션 등에 국한됐다면 요즘 한류는 스포츠에서도 여실히 묻어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현지에서 박항서 감독 인기는 상상 이상이에요. 한류 스타의 인기로 베트남 안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이전에도 긍정적이었지만 박 감독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한류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졌어요.”

레하장은 게임 기반 한류도 언급했다. 그의 베트남 친구들은 한국 게임에 유독 재미를 느낀단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인 만큼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레하장이 한류가 한국 음악과 같은 특정한 대중문화가 아닌, 한국 일상이 깃든 모든 문화라고 느끼는 이유다.

그는 한류에 관해 작은 바람도 덧붙였다. 빠르고 경쾌한 아이돌 노래처럼 최신 콘텐츠만 보여줄 게 아니라 7080세대 한국 노래도 알리는 건 어떨까 하는 기대다. 한국어 활용 수준이 향상될수록 한국어 노랫말을 해석하게 되는데 오래된 노래가 전하는 정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제가 노래 ‘희나리’를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웃으려나요? 가수 이문세, 이선희 씨도 정말 좋아하는데 말이죠. 언젠가 그들의 노래도 한류의 중심에 서는 날이 온다면 반가울 거예요.”

두 사람에게 향후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묻자 톰은 영화 시나리오를, 레하장은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답했다.

톰은 “한국 영화 중 ‘7번방의 선물’이 인상 깊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만의 이야기를 주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레하장도 “그 영화 세 번 봤는데 세 번 다 울었다”면서 “현재 전공을 살려 한국 문화, 한류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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