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게임·웹툰… 대중문화 한류는 지금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2.30 최신호 보기

미국 무대 위 방탄소년단은 앞서 해외 시장에 진출한 K-팝 가수들과 조금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나라에서든 한국어 노래를 고수하고, 우리나라 전통 음악에서나 들을 법한 추임새를 가사로 한다. 그들의 모습에 해외 팬들은 놀라지도 경계하지도 않는다.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한국어를 공부한다. 해외 활동을 하려면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과거 무언의 압박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세계인은 한국발(發) 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고 있으며 그 영역은 음악에서 나아가 공연, 만화, 게임 등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가사를 고수하며 대중문화 한류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 가사를 고수하며 대중문화 한류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뉴시스

K-팝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빠른 기간 안에 붐업을 일으켰다면 공연 한류는 더디지만 깊숙하게 확산되고 있다. 김혜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기획팀장은 5월 발간한 <2017 한류백서>에서 공연 한류에 대해 “은근하게, 위대하게”라고 진단했다. 공연은 직접 체험이 선행돼야하기 때문에 인터넷망을 매개로 신속하게 전파되는 음악, 드라마, 영화와 파급속도 면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그럼에도) 공연은 긴 호흡으로 다양하게 뻗어가고 있다”고 했다.

제40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전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40회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도서전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

국악 공연 그룹 블랙스트링이 지난 10월 14일 열린 ‘한·프랑스 우정의 콘서트’에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국악 공연 그룹 블랙스트링이 지난 10월 14일 열린 ‘한·프랑스 우정의 콘서트’에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연합 

공연은 특히 한국어와 문화를 이해해야만 온전히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낯섦’을 흥미로워 한다. 대표적으로 거문고 명인 허윤정이 이끄는 국악 공연 그룹 블랙스트링은 2016년 독일 재즈 레이블 ACT와 계약을 맺고 그해 10월 첫 음반 ‘마스크 댄스’를 발매했다. 이 음반은 2017년 1월 월드뮤직 차트 ‘트랜스 글로벌’에서 14위를 기록했고, 월드뮤직 매거진 ‘송라인즈’는 “블랙스트링은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그룹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서울 소시민의 삶을 소재로 한 한국 토종 뮤지컬 ‘빨래’도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 열풍이 공연으로까지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게임 콘텐츠도 한류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게임 한류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PC 온라인게임의 강국이었고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그러나 게임 산업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면서 PC 온라인시장은 침체기를 맞았다.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되기 전까진 말이다.

지난해 한국 게임회사 펍지주식회사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를 빼면 글로벌 게임 시장을 논할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게임은 스팀(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유통시스템)에서만 2017년 한 해 동안 2500만 장이 팔렸고 트위치(게임 방송 플랫폼) 동시 접속자 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FPS(1인칭 슈팅)장르의 흐름을 주도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면모도 한류 확산에 힘을 더하고 있다. 종주국의 굵직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스타플레이어, e스포츠선수들이 게임 한류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페이커(이상혁) 선수가 움직이는 곳곳마다 해외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은 여느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할 정도다.

“한류 지속성장 위해 경험 창구 늘려야”

만화 한류는 웹툰이 이끌어가고 있다. 해외 유수 북페어에서 한국 웹툰 ‘노블레스’ 주인공의 코스프레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팬덤이 형성되고 있다. 웹툰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안에서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게 장점이다. 덕분에 한국 웹툰은 디지털 콘텐츠 선진국인 일본과 북미에 이어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전파되고 있다.

영화 또한 대중문화 기반 한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다. 다만 ‘영화 한류’라는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박희성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 연구원은 <2017 한류백서>에서 “당초 한국 영화의 수출 및 해외 상영만이 ‘영화 한류’의 개념이었으나 그 방향이 점차 다각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 영화’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한국 자본으로,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에서 상영되던 영화였다면, 한국 영화 인력과 기술이 해외로 나가면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 영화의 콘셉트와 시나리오가 해외에서 재탄생한 결과물도 한국 영화에 포함되는 경우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한류가 진보하기 위해선 한류 콘텐츠 경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기관이 실시한 ‘2018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류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상승에 반해 콘텐츠 접촉 기회가 부족한 점이 문제로 나타났다. “한국 대중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20.7%, “한국 대중문화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7.5%로 2016년 대비 각각 1.3%. 2.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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