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영상미디어
신유진 씨의 SNS는 푸릇푸릇하다. 초록빛 싱그러운 풍경, 제철 채소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다. 고기는 물론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비건식(완전 채식) 식생활을 즐기고,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입은 산으로 등산을 떠나는 신 씨는 원래 누구보다 치열한 인생을 살았던 커리어 우먼이었다. 그때 그를 달리게 했던 원동력은 일을 해내면서 얻는 성취감이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욕심이 많아서 치열하게 살았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온 직장생활 20년 차인 그에게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생겼다.
갑자기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뇌혈관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6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다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어머니를 보낸 후 남은 짐을 정리했다. 세상에서 가장 욕심이 없었던 어머니였는데 짐이 생각보다 많았다. 툴툴대며 짐을 정리하다가 불현듯 ‘언제 세상을 떠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인데 이런 물건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제가 식탐이 엄청났거든요. 특히 고기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어요. 채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제레미 리프킨이 쓴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봤어요. 그걸 보니까 고기를 못 먹겠더라고요. 처음에는 빨간 고기만 안 먹다가 나중에는 닭이나 달걀도 안 먹는 비건으로 접어들었죠. 지금은 먹고 싶은데 참는 게 아니라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맛있게 먹는 중이에요.”
그러고 나서 두 번의 사고를 겪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오토바이가 날아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실수로 발을 접질려 깁스도 했다. 사고를 겪으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사직서를 냈다. 직장생활 20년간 남들이 40년 일할 것을 몰아서 했으니 됐다 싶었다. 일상에서 직장을 덜어내니 시간이 생겼다. 물건도 비우고 식탐도 비운 자리에는 비움이 들어섰다. 이제 그 비운 자리를 새로운 즐거움으로 채워 넣을 차례다. 시작은 요리였다. 비건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쿠킹 클래스나 사찰음식처럼 비건 식 음식을 섭렵하다 보니 직접 요리하는 일에 재미가 붙었다. 그가 직접 해먹은 요리라고 보여준 사진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성찬’이 가득했다. 안정된 비건 라이프를 즐기게 된 것도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 끝에 노하우가 생긴 덕이다.
▶ 신유진 씨가 두부를 튀겨만든 비건식 돈가스 ⓒ신유진
“그 전에 내 삶을 돌아보면 ‘더하기의 삶’이었어요. 그런 것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은 정반대인 ‘빼기의 삶’을 살고 있죠. 쓸데없이 껴안고 있던 것을 모두 비우고 나니까 그제야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 자신’에게 제일 관심이 많아요. 전에는 내 인생의 중심이 내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중요했죠. 나에게 집중하다 보니 내가 행복했던 것, 좋았던 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해서 내가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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