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됐다. 우리가 성공해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이 주역이 될 것이다.”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3월 12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발언에는 기대감과 책임감이 강하게 묻어났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한 특사단이 방북하면서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약속하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 남북·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4~5월이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 정권 차원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 결코 놓쳐선 안 될 너무나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그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4~5월 한반도 운명의 변곡점
한반도 시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북 메시지를 가지고 온 정의용 실장은 3월 8일 곧바로 미국행 특별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정 실장은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그 결과를 직접 브리핑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정 실장은 “대한민국, 미국,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일정 기간 대화와 압박의 투 트랙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거라는 소식에 대해 “5월 회동이 훗날 한반도 평화를 일궈낸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려운 결단을 내려준 두 분 지도자의 용기와 지혜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제의를 흔쾌히 수락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남북한 주민, 더 나아가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서훈 국정원장이 3월13일 일본 총리 공관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남북·북미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중국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월12일 중국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
2박 4일 방미 일정을 마친 정의용 실장은 3월 11일 귀국한 후 다음 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접견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났다. 정 실장은 유난히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는 한반도 데탕트 무드에 관한 진행 사항을 설명하고 주변국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정 실장은 시 주석에게 방북·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화해 협력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점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한국의 노력으로 한반도 정세 전반에서 큰 진전이 있고, 북미 간에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향후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이어 정 실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 측의 협조를 요청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3월 13일 서훈 원장과의 면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를 보내서 방북 결과와 방미 결과를 소상히 설명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며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 국면에서 변화를 가져온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 변화는 그동안 한미일 세 나라가 긴밀하게 공조해온 결과로 평가한다”며 북한 관련 상황, 북한의 현재 입장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질문했다. 15분 예정됐던 면담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을 만큼 아베 총리는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북미정상회담, 한국의 외교 기술 결과
외신들은 대체로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며 우리나라의 외교적 성과를 높이 샀다. 미국 CNN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을 성사시킨 한국 리더의 외교적인 기술은 칭송받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문 대통령이 핵전쟁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노벨평화상을 탈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다시 (북한의) ‘벼랑끝전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중재를 ‘놀라운 외교 쿠데타’라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에 대한 관측도 제기됐다. AP통신은 회담 장소로 판문점, 스위스 제네바, 중국 베이징 등을 언급했다.
특사단이 주변국을 방문하는 동안 정부는 4월 말 개최 예정인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청와대는 3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총괄간사를 맡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준비위원회는 의제분과, 소통·홍보분과, 운영지원분과 등 3개 분과를 조직했다. 의제분과는 의제 개발과 전략을 수립하고, 소통·홍보분과는 홍보기획, 취재지원, 소통기획을 담당한다. 운영지원분과는 상황관리와 기획지원을 담당한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