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용 형태라도 우리는 동료

오동룡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2.30 최신호 보기

2018년 12월 20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물류업체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이 회사 직원들은 연말 쏟아지는 고객들의 배송 물량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지게차로 도서를 옮기는 직원, 도서에 송장을 달아 포장하는 직원들 모두 활기가 넘쳤다. 경영지원팀 우영종 과장은 “쇼핑 상품보다 도서 상품 비중이 높은 파주물류센터는 점심시간 이전에 배송 도서들을 택배사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피크 타임”이라며 “연말 재고 조사까지 겹쳐 더 바쁘다”고 했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정규직 직원들과 직접 고용된 직원들이 근무 중 새해 인사를 겸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정규직 직원들과 직접 고용된 직원들이 근무 중 새해 인사를 겸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인터파크그룹의 계열사다. 1999년 인터파크 물류팀으로 시작했으며, 2004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는 본사가 위치한 파주 물류센터를 비롯해 기흥, 안성, 인천, 부산, 구미, 대전, 천안, 광주 등 전국에 9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 과장은 “본사 파주물류센터에서는 도서와 쇼핑 등 B2C 물류 서비스를 수행하며, 그 외 지역센터에서는 생산과 관련된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소모성 자재인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물류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며 “MRO 상품이라는 것은 옷에서부터 책상, 의자 등 기업에서 필요한 소모성 자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규모가 큰 파주센터의 정직원 수는 100여 명 수준이다. 비정규직 120여 명을 합하면 22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파주센터는 1만여 평의 공간에 도서, 쇼핑 상품 보유 재고량이 200만 점 이상으로, 하루 평균 2만에서 3만 건 정도의 출고 작업이 이뤄진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2018년 12월 노사발전재단이 선정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없는 일터’ 최우수 사업장이다. 노사발전재단은 인터파크 로지스틱스가 물류종합대행서비스업체로서 2018년 총 6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완료했고, 무기계약직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단체상해보험을 적용하는 등 차별 없는 일터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우영종 과장은 “사실 ‘차별 없는 일터’ 최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진짜 이유는 임시직이라고 표현하는 비정규직 120여 명을 내년부터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라며 “내년 1월 1일자로 대규모의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했다. 우 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계속 근로를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이외에 정규직과 비교해서 불이익을 주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현격한 급여 차이라든가 복리후생제도 적용에서 차별을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이러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임금 수준이나 복리후생제도 적용에서도 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도급 직원에게 업무 지시 불가

하지만 2018년 6월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비정규직 고용 차별 진단을 꼼꼼하게 받은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우 과장은 “기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다소 늦은 감이 있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리후생제도 중 정규직 직원들과 직계가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실비 상해보험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측에서는 물류 일이다 보니 몸을 다치는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단체상해보험제도를 운용해왔는데, 정규직에게만 적용해도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해 계약직 직원들에게까지는 그 제도를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사발전재단은 “계약직도 같은 직원이니 이 제도를 운영하는 데 차별적인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을 했고,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측은 그 관점을 받아들여 단체상해보험을 확대 적용하기로 결론 내렸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문제였다. 파견근무와 사내하도급의 차이는 이렇다. 예를 들어 파견근무는 외부 용역회사 직원이 인터파크 로지스틱스에서 일을 하지만 인터파크 측이 직접 업무명령을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사내하도급의 경우 인터파크가 용역회사에게 업무명령까지 일임한 것으로, 용역회사 직원에게 업무명령을 할 수 없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업종 성격상 파견근무가 불가하고 사내하도급 형태로 운영해야 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가맹본사가 가맹점 제빵기사들을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한다고 결론 내리고 제빵기사 및 카페기사 5000여 명에 대해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던 사건이 그 예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파주물류센터의 교통 문제 때문에 구인 문제를 4개 하도급 업체로부터 해결해왔다. 그동안 126명의 용역 직원들을 수급 받아 함께 일했다. 적법 하도급 형태를 지향해왔는데도 노사발전재단의 사업장 인터뷰를 통해 회사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경영지원팀 우영종 과장이 노사발전재단이 최근 수여한 차별 없는 일터 명판을 가리키며 회사의 직접고용 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경영지원팀 우영종 과장이 노사발전재단이 최근 수여한 차별 없는 일터 명판을 가리키며 회사의 직접고용 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경영지원팀 이창훈 팀장은 “예를 들어 정상적인 업체를 통해 채용하고 급여정산도 보편적인 기준에 따라 해왔는데, 현장에서 운용되는 내용을 보면, 작업 공간이 혼재되어 있고, 직원들에 대한 업무지시라든가 통제하는 면에서 원청업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이들이 하는 업무가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었기에 노사발전재단에서 직접고용 권고를 내놓았던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고용 형태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경영진도 인식하고 있었다. 장민규 대표는 노사발전재단의 진단과 권고를 받고, 회사에서 불필요한 고용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없겠다는 경영 판단을 내렸다.

인터파크 로지스틱스는 2018년 6월 진단을 받고 8~9월을 거치면서 하도급 직원 6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직접고용은 기간제, 무기계약직, 정규직으로 나뉜다. 기간제 근로자도 계약기간 중 특별한 과실이 없으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어 전체 120여 명 수준인 하도급 직원을 2019년 1월 1일부로 전체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창훈 팀장은 “이러한 과정이 모두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물론 연초 성과급이나 복리후생제도인 단체상해보험제도의 확대 등은 비용이 꽤 많이 투입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경영진은 어떤 고용 형태라도 모두 ‘우리 직원’이라는 대승적 마인드로 흔쾌히 수용했다”고 했다.

가장 크게 이슈가 된 하도급 직원의 직접고용 전환과 관련해 비용문제도 있었지만 그전에 거래를 지속해왔던 하도급 업체와 상(商)도의에 관한 문제도 발생했다. 인력을 운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소속된 직원 상당수를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직원으로 전환시키면 자신들의 사업 영역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해당 용역업체 소속직원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그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단순히 수치로만 접근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회사 경영진이 취한 입장은 투명성이었다”고 했다.

깨끗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

사내하도급 직원들이 1월 1일자로 인터파크 로지스틱스의 직접고용 직원으로 전환되면서 인터파크가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사원 아파트, 경조사비, 콘도를 활용할 수 있으며, 매달 발행하는 할인쿠폰 등을 몇 장씩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우영종 과장은 “이렇게 증폭된 혜택과 함께 장기근속 포상을 받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지원이 있어서 회사를 장기적으로 근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며 “인터파크 로지스틱스의 장기근속 포상은 몇 백만 원 단위로 결코 적지 않다”고 했다. “근무 만족도가 높은 회사인 만큼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충실하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반출2팀 김태훈(27) 씨는 “내년 1월 초하루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통보를 받고 회사의 소속감, 직업적 안정감이 찾아오는 것 같다”며 “회사로부터 복리후생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직접고용으로 전환되면서 경조사에 따른 경조휴가, 장기근속 시 포상금, 법인콘도(휘닉스파크) 이용, 사내 동호회 활동 지원, 임직원 대상 인터파크 사이트 5% 할인쿠폰 매월 4장 지급 등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했다.

N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인터파크 로지스틱스에 5년간 근무한 김창규(28) 씨는 운영1팀 입고 파트에서 일한다. 김 씨는 “기숙사 혜택, 경조사비 지원, 할인쿠폰 지급 등 실제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직장이 안정되니 여자친구와 본격적으로 파주에 보금자리 주택도 알아보고 결혼 준비도 서두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파크는 바쁘고 힘들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원천적으로 없는 회사였다”며 “이번 직접고용 전환 조치로 직원들의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이창훈 팀장은 “회사 측도 이번 기회에 적합하지 못한 하도급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돼 안정적으로 경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큰 소득”이라며 “우리 직원들이 물류 업종에서 일하지만, 깨끗하고 편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회사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최근 3년간 42명 정규직 전환

노사발전재단의 차별없는일터지원단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없는 일터 조성 성과가 우수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 12월 6일 서울파트너스하우스 컨벤션홀에서 ‘2018 차별 없는 일터 우수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노사발전재단에서 2016~18년 비정규직 차별 진단을 받은 사업장 중 개선 실적이 우수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발표회에는 모두 19개 사업장이 참여했다. 1차 심사를 통해 자율적인 개선을 이루고, 차별 없는 일터를 조성한 우수사업장 6개소가 최종발표회를 가졌다.

12월 6일 서울파트너스하우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차별 없는 일터 우수사례 발표회’ 시상식 장면

12월 6일 서울파트너스하우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8 차별 없는 일터 우수사례 발표회’ 시상식 장면.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등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6개 사업장 관계자들이 열띤 발표와 토론을 거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

6개 사업장의 열띤 발표와 질의응답,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에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인터파크 로지스틱스 등 2개사가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참프레, 경기도일자리재단, 공항철도주식회사, 주식회사 BNK 시스템 등 4개사가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개원 12주년을 맞이한 종합병원이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로 인력 운영의 안정성이 저하되던 중, 최근 3년간 총 42명의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간제근로자 2년 차에도 성과인상률을 적용해 정규직과 임금격차를 없앰으로써 기간제 2년 차의 경우 개선 시행 전보다 약 100만 원의 임금 인상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파견직 사원에게도 2019년 3월부터 하계휴가를 부여해 처우를 개선할 계획 등이 심사위원들의 좋은 점수로 이어졌다.

우수상을 수상한 전라북도 부안의 참프레는 국내 최초로 오리, 육계 동시 안전관리통합인증을 받은 육계 제조업체다. 참프레는 간접고용에 따른 원·하청 간 임금격차를 해소해 상생구조를 달성하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였다. 이에 협력사 직원인 도계팀 3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경기 부천의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경기도민에게 직업 알선 및 직업 정보 제공이 주 업무인 비영리재단이다. 경기도의 일자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단시간 프로젝트성 사업이 다수여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기간제근로자에 다소 차별적인 근로조건이었던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가족수당, 자녀학자금, 복지포인트 등의 항목을 정규직 근로자와 2018년부터 동일하게 지급하고,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 간접고용근로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것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인천의 공항철도주식회사는 2001년 설립된 철도 운영을 위한 민영업체로 2018년 10월부터 파견·하도급 근로자의 경조휴가 차등을 해소했고, 2018년 11월부터는 복지포인트와 병가 기간 중 임금수준 격차를 해소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 강서구 BNK 시스템은 금융연계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다. 정규직과 계약직의 임금체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원거리 출퇴근 지원교통비(월 15만 원), 자녀입학축하금, 본인 생일축하금을 신설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2018년 1월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사발전재단(이정식 사무총장)은 노사상생을 위한 재정 지원 및 교육사업, 일터 혁신 컨설팅 및 일문화 개선 지원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노사발전재단 차별없는일터지원단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경남, 전북 등 전국에 6개 사무소가 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차별 개선을 위해 매년 지방고용관서와 함께 진단사업장을 선정해, 차별 여부를 분석하고 차별 있는 사업장의 개선과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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