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휴식기를 마친 K리그가 다시금 축구팬을 찾아왔다. 겨우내 국내와 해외에서 구슬땀을 흘린 22개 팀들의 치열한 각축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2018시즌 K리그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부 리그를 K리그 클래식, 2부 리그를 K리그 챌린지로 지칭했던 K리그는 이제 K리그 1(클래식), K리그 2(챌린지)로 새롭게 불리게 됐다. 팬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각 부 리그의 존재감을 각인시켜 몰입도를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2018시즌에는 윗물과 아랫물 할 것 없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이슈가 풍부하다.
K리그 1, 더는 1강 체제가 아니다?
근 10년간 K리그는 전북 현대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하고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다섯 차례나 K리그 1의 정상에 오르면서 황금기를 구가했다. 일각에서 전북을 두고 ‘1강’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 3월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 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
2018시즌에도 전북은 K리그 1에 속한 12개 팀 중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지난겨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 무려 일곱 명이나 국가대표로 차출시킬 만큼 화려한 국내 선수진을 자랑하는 데다 K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아드리아노, 티아고 등 우수한 외국인 선수까지 수혈하며 화려한 진용을 구축했다. 최강희 감독이 오랫동안 다져온 팀 조직력, 선수들의 기량 등을 감안할 때 전북은 여전히 정상에 가장 가까운 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처럼 손쉽게 우승할 수 있는 시즌이 아니다. 2018 K리그 1에서 전북의 대항마는 세 팀으로 추려볼 수 있다. 2017 대한축구협회 FA컵 챔피언 울산 현대,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 조성환 감독이 지휘하는 제주 유나이티드다. 이 중 울산과 수원은 2018시즌 K리그 1 우승을 위해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하던 박주호, 한때 일본 A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로도 활동했던 도요타 등 제법 무거운 이름값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중량감 있는 스쿼드를 꾸렸다. 수원은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최대의 이적이라는 데얀을 비롯해 임상협, 크리스토밤, 바그닝요, 이기제 등 즉시 전력감 선수들을 불러들이며 살을 찌웠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춘 기간이 짧다 보니 내실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감은 있긴 해도 표면적 전력상 일합(一合)을 겨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전력을 구축한 팀들이다.
반면 지난해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를 자처했던 제주는 전력 보강에 주춤한 듯한 느낌이지만 본래 조성환 감독의 짜임새 있는 전술로 승부를 보던 팀이었다. 이창민, 마그노 등 지난해 준우승 주역이 고스란히 팀에 남은 만큼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가장 주목받는 팀이 또 있다. 데얀, 오스마르, 김치우 등을 모두 내보낸 FC 서울이다. 늘 우승후보로 꼽혔던 서울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올해 유달리 낮은 편인데, 황선홍 서울 감독은 보다 젊고 조직적인 팀으로 변모하기 위해 이 같은 리빌딩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감한 조치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K리그는 여타 프로 스포츠 종목과 비교해 가장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승강이다. 1부 리그 최하위권 팀과 2부 리그 최상위권 팀이 자리를 교체하는 유럽형 디비전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K리그 1 최하위와 K리그 2 우승팀은 자리를 맞바꾸며, K리그 1 11위와 플레이오프로 결정된 K리그 2 2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운명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승강제는 리그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팬들의 관전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대구 FC, 경남 FC로 꼽힌다. 당사자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유력한 강등후보로 꼽히는 두 팀은 인천과 상주다. 인천은 겨우내 이기형 감독의 거취를 둘러싸고 잡음이 매우 심했고, 전력 보강도 타 팀에 비해 시원찮았다. 상주는 전력 자체는 우수하나 괌 전지훈련 중 불미스런 일이 벌어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한 해 농사를 위해 가장 공들이는 시기인 동계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3월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경기에 앞서 전북과 울산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판도 예측이 힘든 K리그 2
총 10개 팀이 각축을 벌이는 K리그 2에서는 8개 팀이 수장을 바꿔 시즌에 임한다. 사령탑이 자리를 지킨 팀은 이흥실 감독이 이끄는 안산 그리너스와 정갑석 감독이 지휘하는 부천 FC 단 두 팀이며, 2018시즌을 통해 프로 감독으로 데뷔하는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세운 팀도 다섯 팀이나 된다. 감독이 이처럼 바뀌다 보니 각 팀의 선수층도 크게 바뀐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K리그 2는 각 팀들이 저마다 한 번씩 붙어본 4월 중순 이후에야 전체적 판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은 존재한다. 지난해 간발의 차로 상주에 밀려 승격에 실패했던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2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선수층을 지녔다는 아산 무궁화 FC가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부산은 강원 FC를 이끌고 승격을 경험한 바 있는 베테랑 최윤겸 감독을 사령탑에 앉혀 2018시즌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정협, 임상협 등 우수한 선수 자원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브라질 출신 실력파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그 공백을 메웠다.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낸 젊은 유망주들이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아산은 ‘맨파워’로 중무장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K리그 2를 통해 프로 지도자로 데뷔하는 박동혁 신임 감독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그 경험 부족도 타 팀에 비해 월등한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보는 이들이 더 많다. 박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박 감독은 지난 4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안산 그리너스를 상대한 홈 개막전서 1-0으로 승리한 후 “우리 팀이 가진 장점을 잘 안다. 그래서 늘 자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 두 팀을 제외하고 승격을 가시권에 둔 팀들로는 성남 FC, 부천 FC, 수원 FC 등이 거론된다. 특히 지자체로부터 두둑한 후원을 받고 있는 성남과 부천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부산과 아산의 아성을 위협할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태석│베스트일레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