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주목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뜨거웠던 1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2월 2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대회 운영과 흥행, 기록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뜨거웠던 올림픽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자 우리나라 유일의 IOC 위원이자 이번 대회 평창선수촌장으로 중책을 맡았던 유승민 촌장을 강릉 올림픽파크 팀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났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유승민 IOC 선수위원](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3/04/20180304164005955_U9KFC322.jpg)
Q.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두세 개 정도 소개해달라.
먼저 IOC 위원과 평창선수촌장으로 일하면서 세계 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처음에는 평창이 이렇게 추운 도시였나 싶을 정도로 추위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특히 자원봉사자,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초반에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내고 오히려 친절하게 미소로 대해줘 해외에서도 호평이 넘쳐났다.
올림픽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였다. 북한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강릉선수촌에서 지내 가깝게 접하지는 못했지만,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모습은 봤다. 단일팀의 첫 번째 하키 경기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경기가 다 끝났는데도 각국의 정상들과 IOC 위원장, 북한 응원단 등 관객 모두가 끝까지 남아 박수를 보내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단일팀을 구성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스포츠로 남과 북이 하나 된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스포츠 정신을 느꼈다.
Q.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평화’라는 이상을 이뤄나가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이러한 점은 잘 반영됐나?
올림픽 정신은,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메달을 결정하는 경기를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서 각국의 선수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알아가면서 존중해주는 것이 어우러져 평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이러한 면에서 올림픽 정신이 잘 반영됐다. 관중과 미디어의 의식도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들이 노력한 과정과 투혼을 더욱 값지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제 현역 시절보다 많이 성숙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돼서 진정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Q.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났다.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가진 힘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정부, 조직위 관계자들, 체육회,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참가한 세계 각국의 선수단 모두가 어우러져서 멋진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잘 치러졌다. 대회 기간에 설날이 겹쳐서 많이 안 오실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가족 단위 등으로 많이 찾아줘서 강원도 일대가 북적였다.
선수촌장으로서 작은 부분도 세심하게 챙기려고 노력했다. 자원봉사자들을 선수촌에 초대해 선수가 먹는 식단 그대로 점심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기부여를 했다. 해외 관계자들이 힘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감동했다. 주변에서 많은 칭찬을 들었다. 자원봉사자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감사하다.
Q. 대한민국 유일의 IOC 위원으로서 향후 계획은?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대회 기간 중에는 평창올림픽 이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현재는 패럴림픽에 충실하고 싶다. 곧 패럴림픽이 시작되는데 관심이 거기까지 이어져야 진정한 성공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성공했듯 패럴림픽도 잘 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웠던 한 달이었다. 국민 여러분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해주신 덕분이다. 감사하다.
자료|정책브리핑
![조현민 스노보드 최연소 국가대표 조현민 스노보드 최연소 국가대표](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3/04/20180304164127930_C3P7QRS2.jpg)
조현민 스노보드 최연소 국가대표
“출전 못했지만 놀라움 자체”
전 국민의 시선이 평창에 쏠려 있던 그때, 평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 스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는 소년이 있었다. 지난 2017년 5월 최연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화제가 됐던 조현민(15)이다. 조현민은 사실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스노보드 신동’이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하프파이프 최연소 챔피언이 된 클로이 김에 견주어도 손색없다. 클로이 김의 아버지가 조현민의 경기를 보고 “정말 잘한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러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지난 1월 올림픽 참가를 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해 결국 평창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원인은 보드 데크였다. 월드컵 직전 기존에 타던 일자형 보드 데크 대신 W자로 생긴 데크로 바꾸면서 데크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고 그것은 실수를 불러왔다. 조현민은 보드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에 출전하다 보니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어깨와 허리에 부상까지 입었다. 평창올림픽 출전만 바라보고 있던 조현민에게 뼈아픈 시련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조현민을 일으켜 세운 것은 아버지 조현채 씨였다. 조현민이 28개월이 됐을 무렵부터 스노보드를 가르친 조 씨는 다시 조현민을 이끌고 재활과 훈련을 병행했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면서 자신감을 점차 회복했다. 보드 기술도 더 향상됐다. 보드를 타고 한쪽 방향으로만 공중회전을 하다가 이제 역방향으로도 회전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 조현민의 훈련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게 가능하냐”고 감탄했다.
훈련하는 틈틈이 평창올림픽 중계도 챙겨봤다. 월드컵대회 성적만 좋았어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 그도 서 있었을 것이다. 열다섯 살 3개월 나이로 겨우 올림픽 출전 자격 나이를 채운 그가 평창에 출전했다면 최연소 국가대표로 화제가 됐을지도 모른다. 비록 선수로서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지켜본 올림픽도 놀라움 자체였다. 조현민과 세부 종목이 다르긴 하지만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우리나라 설상 종목 최초로 메달이 나오기도 했다. 이상호 선수의 활약이 기쁘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선수로서 함께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나라면 저기서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서 경기를 봤어요. 이번에 스노보드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메달이 나왔잖아요. 당연히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죠. 하지만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어느 정돈지 아니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그리고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면서 4년 뒤에는 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졌어요”
아쉽게도 평창 무대를 놓친 조현민은 이제 다가올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올림픽 데뷔가 4년 늦춰졌지만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다행이라며 웃었다.
“당분간은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려고요.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훈련을 해서 그런지 회복이 빨라요. 컨디션이 돌아온 다음에는 베이징올림픽을 바라보며 훈련에만 매진해야죠. 4년 뒤에는 제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메달을 딴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