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구루 송지호 대표와 직원들이 휴게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브구루 송지호 대표와 직원들이 휴게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3/03/20180303025400254_E3SAM956.jpg)
▶ 데브구루 송지호 대표(가운데)와 직원들이 휴게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C영상미디어
‘청년 친화 강소기업’,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여가친화기업’, ‘일하기 좋은 SW전문기업’ 등등 ㈜데브구루에는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수식어가 붙는다. 기술 관련 수상, 특허 등 IT 회사로서 쟁쟁한 이력도 많지만 데브구루는 앞의 이유로 더 알려져 있다. 일 잘하는 회사는 많지만 좋은 회사는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 설립된 데브구루는 시스템 프로그래밍,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기업이다. 청년 4명이 시작한 회사는 이제 24명이 일할 정도로 성장했다.
![음료와 다과가 준비된 휴게실(좌)과 24명의 직원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브구루 사무실 음료와 다과가 준비된 휴게실(좌)과 24명의 직원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브구루 사무실](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8.03/03/20180303025508487_338IHI1J.jpg)
▶ 음료와 다과가 준비된 휴게실(좌)과 24명의 직원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브구루 사무실 ⓒC영상미디어
서울 금천구 소재 데브구루 사무실에 들어서니 먼저 휴게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안마의자, 실내 자전거, 드럼, 기타 등은 다른 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데브구루만 있는 게 있다. 매점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음료와 과자를 준비해뒀다.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이 일주일마다 매니저가 되어 부족한 음료를 확인하고 관리한다. 이곳은 송지호 대표가 직원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송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 ‘미국 구글 본사에는 직원들이 음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에 착안해 이곳을 만들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직원을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 음료나 과자를 구비하는 비용이 들지만 그보다 직원들이 갖는 만족도가 더 크다는 평가다.
이뿐이 아니다. 기업 내 문화도 색다르다. 직원들끼리 서로 애칭을 부른다. ‘부장님’, ‘과장님’이란 직책을 사용하는 여느 회사와 다르다. 송 대표도 ‘존’이라고 불린다. 이는 권위적인 문화를 없애고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한 직원이 제시한 아이디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해요.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회사의 큰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자신을 ‘크리스’라고 소개한 김윤수 팀장은 4년 전 데브구루로 이직했다. 그는 “이 정도 연혁의 회사면 경직되고 서열도 생기기 마련이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게 직장을 옮기고 초기에는 좀 어색했는데 이제 익숙해져서 안 그러면 섭섭할 것 같단다. 이외에도 데브구루는 어버이날 직원의 부모님께 꽃다발을 보내고 어린이날 자녀들에게 선물을 보낸다. 회사 명의로 보낸 선물을 받으면 ‘아들·딸, 아빠·엄마 덕분에 이런 걸 받는구나’라고 가정에서 생각하며 직원의 자부심도 한결 강해진다고 송 대표는 말했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할 때랑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할 때 반응이 다르잖아요. 중소기업이라도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직원으로 있을 때 원하던 걸 대표가 돼서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다 보니 지금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네요.”
선한 기업이 그리는 선순환
2018년 데브구루의 목표는 ‘선한 기업’이다.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과정과 결과를 생각할 때 선(善)한 기업이야말로 오늘날의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편법을 쓰면서 이익을 불려간다면 그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것. 그 과정에서 선(先)한 기술을 가지고 다른 기업과 차별성을 보인다면 기업이 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남에게 좋은 일을 해줄 수 있는 기업이 되고 그러한 기술을 갖는 게 올해 목표”라고 했다. 아울러 한 설문조사 이야기를 들려줬다.
“직장인이 퇴사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한 걸 봤어요. 1위가 뭔지 아세요? 회사의 비전이었어요. 상사·동료와의 관계, 낮은 연봉은 그 뒤였죠. 선한 기술을 갖고 비전이 있는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 때문일까. 데브구루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7~8년이다. 처음 직원을 채용하던 2005년부터 다니던 직원들도 그대로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흔치 않은 현상이다. 이런 직원들이 대다수니 단단한 기업임에 틀림없다. 대표가 직원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직원은 대표의 마음으로 일하고 있기에 가능해 보였다. 기업 내의 선순환이었다.
데브구루는 2월 초,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서를 작성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브구루의 직원 대부분은 대학교·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들의 연봉은 최저임금을 거론하는 것이 무색할 수준이어서 송 대표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런데 IT 회사 대표들이 모여 정책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이 거론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보니 해당하는 직원이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사해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회사는 30인 미만의 규모였고 고졸 사원은 월 19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지도 벌써 3년이 됐으니 문제없었다. 2월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데브구루는 1월 치까지 소급 적용된 금액을 지원받게 됐다.
송 대표는 ‘우리 회사는 해당 안 되겠지’ 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놓치는 기업도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이라면 정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에서 선한 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게 지원하는 장려금이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