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파랑새>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남매는 결국 머리맡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진정한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동화책도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고 말하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다. 잔디밭에 숨어 있는 네잎클로버마냥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마음의 돋보기로 행복을 찾는 에바 알머슨(Eva Armisen)에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배워보자. 스페인 화가인 알머슨은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가 잘 몰랐던 행복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화가다.
▶ 1 에바 알머슨의 ‘만개한 꽃’ 2018, oil on canvas│ⓒEva armisen
2 에바 알머슨의 대형 오브제 작품│ⓒEva armisen
▶ 3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4 제주 해녀를 주제로 만든 작품을 전시한 ‘엄마는 해녀입니다’ 섹션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 ⓒC영상미디어
5 서울을 배경으로 그린 ‘함께’ ⓒEva armisen
2011년 롯데 에비뉴엘에서 처음으로 한국 관람객에게 작품을 선보인 알머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후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작품 소재를 찾고 전시를 여는 알머슨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를 그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열었던 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유화, 판화, 드로잉, 대형 오브제 등 작가의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를 기념해 ‘서울’을 주제로 만든 최신작까지 150여 점이 공개됐다.
전시 주제는 ‘집(Home)’이다. 일상에서 행복을 포착하는 작가의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주제다. 틸틸과 미틸이 머리맡에서 행복을 찾았듯 집 안에 숨어 있는 행복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알머슨의 작품 속에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나의 일상’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동생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이다. 어린 시절 밤마다 그렸던 그림일기 같은 풍경이다. 일상의 모습에 작가 특유의 따뜻한 색감을 더해 마치 커다란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일상을 그린 그림이 많아서인지 전시장을 채운 관객 대부분이 가족이었다.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를 온 어린이 관객이 많았다. 전시관 입구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작가의 그림을 본떠 만든 조형물이 몇 개 있었는데 거기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서울, 해녀 등 우리나라를 주제로 한 최신작 소개
전시관은 ‘자화상, 그림과 자아 발견’, ‘사랑의 맹세’, ‘안내자로서의 감정’, ‘특별함은 매일 매일에 있다’, ‘판화, 새로운 언어의 발견’, ‘멀티미디어’, ‘엄마는 해녀입니다’, ‘세리그래프, 대중예술의 소중함’ 등 총 8개 방으로 구성됐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 만나는 그림은 만개한 꽃’이다. 화폭에는 자그마한 눈, 코, 입을 가진 얼굴이 있다. 온화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늘로 높게 뻗은 그의 머리칼은 온통 알록달록한 꽃으로 뒤덮여 있다. 자그마한 꽃부터 큰 꽃잎을 자랑하는 꽃까지 크기가 다양한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봄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다. ‘만개한 꽃’처럼 작가를 대표하는 그림을 주로 소개하는 전반부를 지나면 ‘서울’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이 등장한다. 어깨동무도 하고 손을 붙잡은 네 가족이 서 있는 그림이 눈에 익는다. 자세히 보니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 북촌이 배경이다. 익숙한 공간에 서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니 더 우리 일상처럼 보인다. 북촌 말고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타워, 남산서울타워 등 서울의 명소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몇 개 더 걸려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볼 곳은 ‘엄마는 해녀입니다’ 섹션이다.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처럼 푸른 색감을 칠한 벽면에 해녀를 주제로 그린 원화와 동화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제주 해녀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중국에서 우연히 해녀와 관련된 전시를 보고 호기심이 생긴 알머슨은 해녀에 대한 영화와 전시에 참여하며 우리나라 해녀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이 쓴 동화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알머슨이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얻은 영감을 소개하는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장 바깥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활동부터 나만의 작품을 만드는 활동까지.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겨울방학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생활에 지친 어른들에게는 행복의 꽃다발을 안겨준다.
기간 2019년 3월 31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요금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 1만 1000원, 어린이 9000원
전시문의 02-332-8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