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야, 콩이야? 재밌는 맛으로 뉴욕 도전!

2018.03.26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김지용 대표

ⓒC영상미디어 

전북 익산 모처에 위치한 공장 안, 한 청년이 까만 물을 건넸다. 늘 마시는 커피이겠거니 하고 한 모금 들이켜자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분 좋은 쌉싸름함은 여느 커피 못지않았지만 특유의 향과 구수한 맛은 분명 커피가 아니었다. ‘재미있는 맛’이었다. 까만 물의 정체를 묻는 질문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태운 작두콩을 분쇄해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가 커다랗고 까만 작두콩을 들어 보였다.

청나라 의서 <본초비요>에 따르면 작두콩은 중초를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아래로 내리며 태워서 먹으면 감꼭지보다 좋다고 한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단맛과 독이 없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물이라고 기록돼 있다. 김지용 대표는 이들 고서에 기록된 작두콩의 효능이 궁금했다.

“항상 달고 살던 비염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작두콩을 알게 됐어요. 비염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데 ‘작두콩을 태워서 먹었다’, ‘작두콩을 태워 가루를 내어 먹었다’는 기록들이 적혀 있었어요. 순간 커피가 떠오르면서 결심했죠. ‘로스팅한 원두를 가루로 만들어 물과 함께 내려 마시듯 작두콩도 볶아보자.’”

킹 빈으로 만든 음료의 외관은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 킹 빈으로 만든 음료의 외관은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린로드

맛이 나쁘지 않았다. 풍미로만 따지면 커피 음료를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분 측면에서도 탁월함을 확인했다. 그는 “작두콩은 일반 콩보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네 배나 높은데, 볶았을 때 효능이 더욱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플라보노이드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항염증 작용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용 대표는 다양한 식품박람회장을 찾아 시음을 권하며 시장 가능성을 판단했다.

▶ 김지용 대표는 다양한 식품박람회장을 찾아 시음을 권하며 시장 가능성을 판단했다. ⓒ그린로드

자신 있게 공모전에 나섰고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가 주최한 농식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작두콩 음료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업화를 위해서는 잠재적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는 식품박람회와 같은 행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가해 방문객들에게 시음을 권했다. 그렇게 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렸고 100kg 이상의 작두콩이 쓰였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커피를 음용할 수 없는 누군가를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품 생산을 시작하려니 비용 문제를 빼놓을 수 없었어요. 로스팅부터 분쇄, 추출, 포장까지 과정마다 있어야 할 기계를 갖추지 못했으니까요. 커피 로스팅이 이뤄지는 공간에서는 커피 향이 밸 수 있어 할 수 없었고, 위탁 가공은 소량 생산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했어요.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벼랑 끝에 몰린 제게 기회가 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했어요.”

앞서 김 대표는 해바라기씨로 만든 두유를 개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6차산업 공모전에서 장관상을 받았음에도 비용 문제로 사업화를 이루지 못했다. ‘타이밍이 좋았다’는 그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더욱이 그는 작두콩 음료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 국가식품클러스터 공장에 입주, 상품화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받고 있다.

“작두콩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은 그 기능성을 보는 건데 작두콩에 대한 국내 연구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 연구와 상품이 향후 도움 되는 자료로 쓰였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에요. 카페인 섭취가 어려운 사람들, 이를테면 임산부나 약을 복용하는 분들이 작두콩 음료를 믿고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는 제품명을 ‘킹 빈’이라고 소개했다. 작두콩이 국산 콩 가운데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콩 중의 왕, 건강에 최고’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뜻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건강한 먹거리를 지향하고 있다. 그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만든 사람도 먹는 먹거리’라고 정의 내렸다. 회사명 그린로드 또한 녹색 길, 정직한 길을 걷겠다는 그의 포부를 담았다.

“소비자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기 쉽게 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예요. 이제는 작두콩 로스팅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액상스틱이나 두유 형태로 제작하는 등 다양한 면을 부각하려 합니다.”

농업, 무엇을 더하느냐에 따라 새 영역 창출 가능

최근에는 지향점이 한 가지 더 생겼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킹 빈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라우드펀딩을 하게 됐다. 제품 홍보 차원이었는데 50일 동안 목표 금액의 6배인 1800만 원이 모였다. 아내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했던 시절, 공모전 상금으로 병원비를 해결하며 아내와 함께 다짐한 바를 지키기로 했다. ‘우리처럼 병원비를 내기 어려운 환우를 위해 기부하자고.’ 전액을 어린이재단과 전북대병원에 기부했다.

“어린이재단 소속 어린이 1600명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사실 이게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뭉클하더라고요. 작두콩 커피를 기획할 당시 도움이 간절했던 심정도 떠올랐어요. 그 기부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남을 돕는 데 보태는 기업 그리고 농부가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김지용 대표는 처음부터 농사에 뜻이 있던 청년은 아니었다.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은 자퇴를 했고 남들 다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절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6년간 번번이 낙방하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작정 야생화 농장에 취업했는데, 이곳에서 농업에 매료됐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농사는 자신의 취미도 즐기면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농업은 평생직장이면서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터였습니다. 다만 업으로 삼으려면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농수산대학 신입생이 됐을 때 그의 나이 서른 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바빴다. 대개 농업이라고 하면 밭 매고 흙 가는 모습만 연상하는데 농업의 범위는 생산뿐 아니라 가공, 관광, 스마트 팜 등 넓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농업은 어떤 콘텐츠를 결합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문화를 생산할 수 있어요. 디자인을 좋아하던 동기는 농업에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제품 겉면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또 다른 동기는 농사를 주 콘텐츠로 하는 1인 미디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구독자가 2만 명에 달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해요. 저는 가공 성격을 보다 살려 특용작물로 부가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이고요.”

농촌 경제 활성화 부분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그는 전북 정읍시 태인면 소재 농가에서 작두콩을 계약재배하고 있다. 그곳 어르신들이 심은 작두콩을 김 대표가 구매하는 형태다. 작두콩은 병해충이 굉장히 적어 재배가 쉬운 편에 속한다. 때문에 그가 계약재배를 하는 건 농가 어르신에게 가벼운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이유도 있다. 더불어 그는 직원들이 노년기를 맞게 되면 그들이 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린푸드를 평생직장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우리가 마시는 커피 대부분이 수입 원두에 의존하고 있지만 킹 빈이 뉴욕 맨해튼의 커피 전문점에 자리 잡는 그날까지 한길을 달려보겠다”고 덧붙였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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