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재벌 2세’다. 기업을 상속받으며 경영 수업을 받는 후계자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꼭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뉴스를 통해서도 간간이 대기업의 후계 과정을 마주한다. 가업승계에서 ‘부(富)의 대물림’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다. 가업승계는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이전하는 과정이다. 기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게 아니라 경영자의 경영철학, 가치관 등 무형자산까지 전한다는 의미다. 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장수기업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도 두산(1896년), 동화약품(1897년), 우리은행(1899년) 등 100년을 이어온 기업들이 있지만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일본이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등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장수기업 바탕에는 가족이 있다. 안정적인 가업승계로 가업의 맥을 잇고 자연스레 장수기업이 되고 있다. 5대째 술을 빚고 7대째 초를 만들며 일본의 가업을 유지하는 사람을 오히려 장인으로 부른다. 이들은 일본의 저성장 경제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취업인 시대. 우리나라의 가업승계도 다양해지면서 일자리 걱정을 더는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꼭 규모 있는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공예의 해외 수출 시장을 열어준 기술인, 3대를 이어 전통시장을 지키는 가족, 어머니의 고객을 인계해준 보험설계사 등 부모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가업승계로 부모의 삶의 터전이 자녀의 삶의 터전이 되며 가족은 가정 밖에서도 파트너가 된다. 청년은 부모가 이뤄온 일을 유지·발전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는다.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해도 가업이 성장환경 속에서 적성의 일부가 된 경우도 종종 있다. 부모는 평생을 바쳐온 업에 자녀까지 가담하니 물심양면으로 아끼지 않고 지원한다. 자녀가 자신의 일을 대물림하기보다 더 편하고 안정적인 일을 하길 바랐겠지만 막상 자녀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정부 역시 가업상속공제, 창업자금 과세특례, 가업승계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100년, 200년 기업을 기대해봄직하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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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