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은 달라도 열정과 보람은 하나”

2018.02.12 최신호 보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저마다 방식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말 그대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통해 힘을 더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특별한 응원법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세계 4대 스포츠대회 자원봉사 섭렵

황보순철씨가 그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AD 카드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 황보순철씨가 그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AD 카드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C영상미디어
 
매서운 바람에 입이 얼어붙어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연신 싱글벙글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황보순철 씨가 자신 있게 들어 보인 각종 스포츠대회 AD카드(승인카드)는 그 환한 표정의 이유를 대신 설명해줬다. 황보 씨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이번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경력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4대 스포츠대회를 섭렵해 자원봉사자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됐다. 평창올림픽 AD카드를 수령했을 때 유독 벅찬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평창이 두 번의 실패를 겪고 2011년이 돼서야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자원봉사자 그랜드슬램을 앞둔 한 사람으로서 동계올림픽 개최를 염원했고 유치가 결정된 순간부터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만 손꼽아 기다렸어요. 스포츠에 대한 유별난 애정이라기보다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에요.”

스포츠 대회의 자원봉사자가 돼야겠다고 처음 결심한 건 20여 년 전이다. 1984년 LA올림픽 방송 중계 화면에 비친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다. 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멋지고 가치 있는 일임은 분명해 보였다. 그는 줄곧 출입통제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를 맡았다. 경찰 업무를 도와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임무였다. 평창올림픽에서는 AD카드 발급 안내를 돕고 있다.

황보 씨가 머물고 있는 숙소부터 평창 근무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매일 출퇴근 버스 안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다. 자원봉사를 위해 시험을 포기하고 캐나다에서 왔다는 유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장년까지 저마다 다른 곳에서 모였지만 서로 힘이 되는 존재다.

“한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그동안 모아둔 제 AD카드를 보더니 대신 자부심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오길 잘했다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자원봉사의 대가가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그 어떤 대가 이상입니다.”

그의 이번 자원봉사는 첫째 아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할 수도 있다. 아들은 단기 운전 인력으로 선발됐다. 근무지가 다른 탓에 마주치지는 못하지만 아들이 전송해준 사진 속 표정이 매우 밝아 뿌듯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근무기간 동안 대구에서 자신을 대신해 문방구를 운영하고 있을 아내에게 미안함도 드러냈다.

황보 씨는 지난 봉사활동 경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2002 한일월드컵”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그가 거주하는 대구에서 준결승전이 치러졌는데 커다란 함성이 불러온 짜릿함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고. 그런 순간에 자원봉사자로서 흔적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자긍심을 갖게 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재현됐으면 하는 게 그의 작은 바람이다.

“유독 추운 날씨 때문에 건강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괜찮아요. 출전하는 선수들 모두 그동안 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내길 응원하며 저 또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감사해요.”

육군, 안전올림픽 지원 이상무

육군 11사단 박준현 상병과 김영훈 일병이 올림픽 메인 경기장에서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육군 11사단 박준현 상병과 김영훈 일병이 올림픽 메인 경기장에서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육군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원봉사자는 비단 민간 자원봉사자나 단기 고용 인력뿐만이 아니다. 육군은 인력이 부족한 곳곳의 지원을 위해 장병 8300여 명을 투입했다. 그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 군장병들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오매불망 기다리던 전역 날짜를 미룬 육군 장병이 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평창올림픽 경계지원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다. 2017년 전문하사로 임관한 박희민 하사(11사단)는 원래대로라면 그해 11월 10일에 전역했어야 한다. 그러나 소속 부대가 올림픽 지원 임무를 받게 되자 4개월 뒤인 2018년 3월 10일로 전역일을 자진 연기했다.

“주둔지를 벗어나 장기간 고생해야 하는 전우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전역 연기를 결심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의 장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전우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기도 했고요.”

박 하사는 경기장과 가장 인접한 곳에서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고 예기치 않은 위협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경험은 군 생활 자랑거리 중 하나”라며 “전역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장 순찰과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육군 장병 박준현 상병(11사단)은 아버지에 이은 2대째 ‘올림픽 지킴이’다. 박 상병의 아버지 박영상 씨는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중 1988년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올림픽 경기장 일대 경계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유독 추운 날씨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지만 30년 전 아버지가 하신 가치 있는 경험을 저 또한 할 수 있어 영광스럽습니다. 평소 스키를 좋아하고 영화 ‘국가대표’를 재미있게 본 터라 실제 스키점프대를 마주하니 새삼 감격스럽고 경기 결과가 기대됩니다.”

홍콩 영주권자임에도 입대를 자원한 박재형 병장(36사단)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박 병장은 슬라이딩센터에서 스켈레톤, 봅슬레이, 루지 경기 대회운영지원을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스켈레톤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윤성빈 선수를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세계가 지켜보는 국제 대회에서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예나 중위(11사단)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NTO)이다. 스키·스노보드 크로스경기 게이트 저지(Judge)를 맡았다. 총괄 심판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정해진 구간에서 넘어졌는지, 코스 안내 깃발을 이탈했는지 등을 판단하는 역할이다.

“고대하던 행사에 몸을 담게 돼 설렙니다. 출전하는 선수 모두 오랜 기간 고생한 만큼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특히 과거 아쉬운 판정과 같은 일이 없도록 제 자리에서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2월 7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월 7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한편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는 모두 2만여 명(패럴림픽 자원봉사자 포함). 자원봉사자 모집 이후 면접심사와 외국어 테스트, 기본 교육 등 약 1년 동안의 여정을 거쳐 선발된 인원들이다. 이번 올림픽 슬로건인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에 따라 열정을 의미하는 ‘패션(Passion)’과 동료를 가리키는 ‘크루(Crew)’를 합친 ‘패션크루(Passion Crew)’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울러 김병만 패션크루 대장과 자원봉사자 전원은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 선포식에서 선서문을 낭독하며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김 대장과 자원봉사자들은 “패션크루는 평창동계올림픽대회와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성공적 개최, 이를 통한 세계 평화의 주역”이라며 올림픽 정신을 재정비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직무교육과 현장교육을 마치고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2018년 1월 1일부터 최대 59일, 패럴림픽 자원봉사자는 2월 19일부터 최대 31일간 대회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한다.

 

색다른 응원법 어디 없나요

여주여중 학생들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경기 티켓 180장이 모여 만든 평창 문구 모습

▶ 1 여주여중 학생들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2 경기 티켓 180장이 모여 만든 평창 문구 모습 ⓒ여주여중


서울 도심 한복판에 평창올림픽 응원 공간이 준비된다. 올림픽 경기장까지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 홍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약 20미터 높이의 자이언트 자판기다. 1928 암스테르담올림픽부터 90여 년 동안 가장 오래된 올림픽 파트너사인 코카콜라가 조성한 곳이다. 5층으로 구성된 자이언트 자판기에서는 평창올림픽 종목 체험과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응원이 가능하다. 설원의 평창 느낌을 재현한 1층과 동계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2층 그리고 음료를 마시면서 휴식할 수 있는 3층이 있다.

자이언트 자판기는 설 당일을 제외하고 평창올림픽 폐막일 다음 날인 2월 26일까지 상시 운영된다. 관람시간은 낮 1시부터 저녁 9시까지이며, 입장권 발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CokePLAY)에서 하면 된다.

10대 학생들의 이색 응원법도 있다. 최근 경기도 소재 여자중학교 인근 체육관 바닥에 ‘평창’이라는 두 글자가 펼쳐졌다. 그림도 스티커도 아닌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티켓 180장을 모아 만든 글자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1988 서울올림픽을 보고 직접 응원의 꿈을 키워왔다는 여주여중 교사 채용기 씨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채용기 씨는 서울올림픽 현장에서 응원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제자들과 거리 응원전을 하며 쌓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학생 180명과 경기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경기 관람에 앞서 티켓을 활용한 올림픽 응원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다. 플로어 볼을 즐기는 학생, 영화 ‘국가대표2’를 보고 감동받았던 학생, 평창올림픽 다큐멘터리를 보고 응원 의지를 불태운 학생들이 모였다. 채 씨는 “2월 14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울릴 180명 학생들의 응원 소리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평창올림픽을 응원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지난달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서 열린 2018 평창국제알몸마라톤대회다. 외국인을 포함한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내달렸다.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색다른 응원법이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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